붓 대신 손으로 직접 물감을 반죽하듯 겹쳐나가는 핑거 페인팅 작업으로 유명한 박영남의 개인전이 가나아트센터에서 6월 7일부터 7월 1일까지 열린다. 박영남은 자연의 풍경을 선과 색채의 형태로 녹여내는 작가다. 빛을 머금은 자연 속 색채의 구상적 표현을 통해 또 다른 추상회화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 그는 물감을 직접 긋거나 바르는 몸짓과 행위를 통해 몽환적인 색채와 견고한 구도를 통해 관객에게 순수한 미적 정서를 전한다. 박영남은 캔버스 위에 물감을 붓고 붓 대신 손으로 물감을 문지른다. 수용성 물감인 아크릴은 15분이 지나면 마르기 시작해 30분이 지나면 굳어버리기 때문에 작업은 빠른 속도로 진행돼야 한다. 작가의 손은 순간의 직관에 의지해 캔버스 위를 움직인다. “나는 자연을 모티브로 작업을 시작하지만 끝날 때가 되면 색채만 남는다. 나는 ‘색채는 곧 형태’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굳이 자연을 묘사하지 않아도 색채는 덩어리가 캔버스에 발라지는 순간부터 또 다른 ‘자연의 형태’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작품 제목을 ’하늘에 그려본 풍경‘으로 붙인 것도 그 까닭에서이다.” 이번 전시는 서사적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블랙 앤 화이트’ 대작들을 중심으로, 그 연장선상에서 이를 응축시킨 변형 시리즈, 색채에 대한 본능적 관심으로 시작된 컬러 시리즈로 구성된다. 전시 제목인 ‘달의 노래(Reserved Moonlight)’처럼 달빛을 기다리는 고매하고 순수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