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은 2002년 이전까지 오염된 하천으로 ‘죽음의 강’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공업도시 울산의 부정적인 상징이었다. 2002년 이후 울산시와 입주 기업, 그리고 시민들의 노력으로 현재는 연어가 회귀하고 수영대회가 열릴 정도의 1급수로 변화해 ‘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휴게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태화강에 2007년부터 문화 향기를 불어 넣는 ‘생명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가 열리고 있다. 강에 생명의 숨결을 되살리고, 울산에 문화 향수의 새로운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환경과 일상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을 바탕으로 올해 6회째를 맞은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행복, 지금 여기”라는 주제로 8일부터 19일까지 울산시 태화강 둔치에서 벌어진다. 6월 7일 울산시 태화강 둔치에서 만난 김윤섭(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예술감독은 이번 미술제에 대해 “울산시를 산업도시에서 세계적 에코문화 도시로 재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문화기반시설로서의 거점 역할은 물론 현대미술을 통한 문화향수의 고취를 중점으로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문화 불모지 울산에 현대미술을 통한 문화향수 장 마련 울산을 가로지르는 태화강 둔치에 설치된 작품들은 국내외 설치 및 영상 작가 100여 명이 참여한 50여 점이다. 강변을 따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면서 설치됐다. 권치규, 김경민, 김연식, 김성복, 임근우, 임옥상, 정국태, 울산대 서양학과, 울산대 조소과 등 한국 작가와 단체, 그리고 베른트 할브헤르, 리차드 휴먼, 윌 볼튼 등의 해외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했다. ‘행복, 지금 여기’라는 주제는 미술이 일상생활 환경에 보다 쉽게 접근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통과 행복의 가치를 미술작품으로 구현해 본다는 취지를 담았다.
인류가 지향하는 보편적 삶의 지향점인 행복을 중심 모티브로 삼고, 우리가 살아가는 동시대적 감성으로 현실에서 행복을 만나보자는 취지로서 ‘지금 여기’라는 시간성과 장소성을 가미한 캐치 프레이즈다. 결국 지금 이 순간 일상의 삶속에서 느끼는 행복이야말로 놓쳐서는 안 되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가치라는 점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울산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 기업체 및 울산대 재학생-교직원 등 총 250팀이 참여해 풍등에 각자의 소망, 희망 등을 적어서 날리는, 공동체 의식과 밝은 미래를 지향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미술제로 울산이 바뀝니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운영위원장 김섭 울산대 교수
지난 4년 동안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운영위원장을 맡아온 김섭 교수는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에 대해 "문화 불모지 울산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점차 시민들의 감성을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며 "미술관 하나 없는 울산에서 벌어지는 순수 설치미술제를 시작하면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즐기고 예술작품을 접할 수 있게 만든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 수준, 그리고 설치에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전시 기간이 너무 짧아 매번 아쉬움이 남는다“며 ”장기적으로는 태화강에 전시된 작품들이 강변에 영구 설치돼 시민과 방문객이 항상 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울산 =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