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남성들의 한줄기 빛이자 희망으로 인식되는 발기부전 치료제. 업계에서는 국내 발기부전 환자수를 어림잡아 성인 1000만 명 정도로 추정한다. 이들에게 발기부전 치료제는 성기능을 돕고 생활에 활력을 주는 구세주나 다름없다. 이 시장에서 1위 업체로 군림해온 약품은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비아그라였다. 비아그라는 1998년 출시 이후 10년 만에 전 세계 3800만 명 이상의 남성이 복용했으며, 지금도 1초에 6명의 남성이 복용하고 있을 만큼 이 분야 고유명사로 인식돼온 약품이다. 이 비아그라의 물질특허가 지난 5월 17일 만료되면서 국내 시장에 제네릭(복제 약) 제품이 본격 출시되고 있다. 한미약품을 비롯해 현재 5월과 6월 한 달여간 출시된 제품만 7개에 이르고, 동아제약을 비롯한 다수의 국내 제약사들이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1000억 원대 발기부전 시장에 국내 제약사들의 복제 약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며 각축전이 예상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복제 약 시장의 범람으로 오남용이 예상되는 가운데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제약 업계에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전반을 집중 조명해본다. 비아그라 독점 끝나자 제약사들 복제약 출시 “봇물” 씹어먹고 핥아먹고… 복용방법도 다양해져 특허청(청장 김호원) 소속기관인 특허심판원(원장 황우택)은 지난 5월 30일, 다국적 제약업체인 화이자(특허권자)의 비아그라(주성분 실데나필) 발기부전 치료 용도특허(특허 제262926호)에 대한 무효심판의 심결에서, 심판 청구인인 CJ제일제당(주)과 한미약품(주)의 무효주장을 받아들여 비아그라 용도특허를 무효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10여년 넘게 사실상 이 시장을 독과점해 온 비아그라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선언과도 같다는 평가다. 화이자는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에 대한 물질특허와 발기부전 치료 용도특허의 특허권자로서, 그동안 독점적으로 비아그라를 판매해 왔다. 그러나 물질특허의 특허권 존속기간이 올해 5월17일 만료되었지만, 비아그라의 발기부전 치료 용도특허는 그 특허권이 2014년 5월13일까지 남아있어 발기부전 치료용 비아그라의 독점권은 여전히 화이자가 갖고 있는 셈이다. 특허심판원에 따르면 물질특허는 화합물과 같은 신규물질 자체에 부여하는 특허로서, 화이자는 90년 초 협심증 환자를 위한 약제로서 실데나필을 개발해 물질특허를 획득하였다. 용도특허는 어떤 물질의 신규 용도를 발견한 경우 그 물질의 용도에 대해 부여하는 특허로서, 화이자는 임상실험 중에 실데나필이 발기부전 치료에 유용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물질특허와 별도로 발기부전 치료 용도로 한정해서 용도특허를 받았다. 21개 제약사가 총 39개 품목 복제약 출시 한 알에 2500원짜리 출시 가격도 하락 특허심판원은 심결에서, 비아그라 용도특허는 실데나필을 유효성분으로 하는 남성의 발기부전 치료를 위한 경구 투여용 제약 조성물에 관한 의약용도발명으로서,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이유에서 등록무효라고 밝혔다. 첫째, 비아그라 용도특허는 그 출원일 이전에 실데나필의 발기부전 치료와 관련된 약리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명세서에는 실데나필이 발기부전 치료에 의약적 효과를 갖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험결과 등의 기재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약리기전은 의약으로서의 효과를 나타내는 생체 내에서의 일련의 작용과정을 의미한다. 의약용도발명은 약리효과에 대한 약리기전이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경우, 명세서에 특정 물질이 그와 같은 약리효과가 있다는 것을 약리데이터 등이 나타난 시험예로 기재하여야 한다. 둘째, 비아그라 용도특허의 구성요소 중 △유효성분인 실데나필 △남성 발기부전 치료용이라는 의약 용도 △경구 투여용이라는 투여 경로는 그 출원일 이전의 선행기술들을 결합하여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다. 따라서 용도특허는 선행기술들로부터 그 진보성이 부정된다. 특허심판원은, 이번 심판은 발기부전 치료 용도특허의 무효 여부에 대한 국내 첫 기술적·법리적 판단이자, 심결 결과에 따라 향후 이어질 특허법원과 침해법원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여서, 권리 존속을 통해 비아그라 복제 약의 출시를 막으려는 화이자와, 복제 약의 조기 출시를 원하는 국내 제약사 간에 치열한 무효 여부 공방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무효심판 당사자 외에 국내 4개 제약사가 심판 참가인 자격으로 심판에 참가하였고, 양 당사자 간에 14회에 걸쳐 의견서 및 답변서를 주고받았으며, 관련 증거자료도 73건이나 제출됐다고 한다. 특허심판원의 김성호 심판장은 “비아그라 용도특허가 유효한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비아그라 복제 약을 출시했거나 출시할 예정으로 있어, 앞으로 복제 약 출시 제약사에 대한 화이자의 특허침해 소송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사건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구술심리를 개최하고 양측의 주장과 관련 증거를 꼼꼼히 살펴서 금번 무효심결을 하였다”고 말했다. 현재 비아그라 발기부전 치료 용도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이 진행 중임에도 국내 18개 제약사가 총 33개의 비아그라 복제 약에 대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시판허가를 받았고(2012년 5월 24일 기준) 이미 비아그라 복제 약을 출시한 제약사도 6곳이나 된다. 특허심판원의 이번 비아그라 발기부전 치료 용도특허의 무효심결에 의해 앞으로 국내 제약사의 비아그라 복제 약 출시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시장 규모 2011년 기준 1000억원 중 비아그라 약 40% 점유…화이자는 손배 청구소송 준비 특허심판원의 무효심결이 있었지만, 비아그라 발기부전 치료 용도특허의 특허권자인 화이자는 특허법원에 무효심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특허법원과 대법원에서 무효 여부가 최종 확정될 때까지는 통상 1년 내외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비아그라 용도특허는 여전히 화이자의 유효한 권리로 남아 있게 된다는 얘기다. 화이자는 앞으로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함과 함께, 국내 제약사를 상대로 법원에 비아그라 복제 약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및 특허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특허심판원의 무효심결이 있는 만큼 국내 제약사들이 관련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제약사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비아그라 복제 약을 판매할 수 있을지는 무효심결에 대한 특허법원과 대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츄어블부터 필름 형식까지 종류도 다양 비아그라의 국내 특허무효가 결정되자마자 국내 시장에서 국내 제약사들의 발기부전제 복제 약 출시가 줄을 잇고 있다. 가장 먼저 제네릭 제품을 출시한 곳은 CJ제일제당으로, '헤라그라'를 5월 18일 출시하고,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헤라그라는 정제 및 세립제의 두 가지 형태로 허가를 취득해, 헤라그라정50㎎, 헤라그라정100㎎을 시장에 선보였다.6월 중순 이후에는 복용 및 휴대의 편리성을 높인 헤라그라세립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미약품도 지난 5월 21일 팔팔정50mg을 출시하고 한정 당 2500원 대의 저렴한 약가를 표방했다. 팔팔정50mg은 복용 후 1시간 만에 약효가 나타나며 다른 발기부전치료제에 비해 발기 강직도가 뛰어나며, 당뇨나 고혈압 등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군에서도 우수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미 측은 밝혔다. 한미약품은 실데나필 성분의 팔팔정50mg의 약값을 대폭 낮춰 환자 부담을 비아그라 대비 1/5 수준에 공급함으로써, 환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발기부전을 치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블랙 톤 기반의 색상 채택으로 케이스를 고급화함으로써 발기부전치료제 휴대에 따른 환자의 심적 부담을 최소화했다. 대웅제약과 삼진제약도 곧바로 ‘누리그라’와 ‘해피그라’를 각각 출시했다. 대웅제약은 5월 24일 누리그라 출시와 함께 서울시 삼성동 베어홀에서 신규 발매 심포지엄을 열었다. ‘발기부전 진단 및 관리’를 주제로 열린 이 심포지엄(누리그라 Stand-up Symposium)에는 비뇨기과 개원의 및 전문의 200여 명이 참석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누리그라정은 50mg, 100mg의 두 가지 제형으로 출시됐으며 정제에 분할선이 그어져 있어 용량 조절이 쉬운 게 특징이다. 대웅제약 측은 올해 말까지 같은 약효지만 씹어 먹을 수 있는 츄어블 정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삼진제약은 해피그라를 ‘민트 맛 + 세립형’으로 제품을 차별화 했다.세립형 해피그라의 경우 오·남용 의약품 지정절차가 마무리 되는대로 곧 출시할 예정이다. 이밖에 건일제약, 국제약품, 근화제약. 동화약품, 비씨월드, 삼아제약, 유니온제약, 일동제약, 코오롱제약 등도 비아그라 제네릭을 조만간 출시할 것으로 보여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더욱 과열될 것으로 보인다. - 이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