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8호 최영태⁄ 2012.06.12 18:13:23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두관이 시대정신”이라며 김두관 경남지사의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계층이동이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그리고 전문대 출신으로서 학벌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김두관 지사의 최근 언명은 시대정신에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민 의원의 발언에서 한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큰 선거에서는 조직이 바람을 이길 수 없다. 결국 바람을 만들어 내는 것은 김두관식 현상, 김두관식 언어, 김두관식 문화를 만드는 것으로 대중과 바로 소통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조직이 바람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은 흔히 한국 선거판에서 하는 말이다. 그러나 바람에 힘입어 정권을 잡는 정부의 문제를 이미 한국인은 노무현 정권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지지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제발 좀 먹고 살게 해 달라”며, 즉 사회경제적 개혁을 해달라며 태풍을 몰아줬지만, 집권 뒤 참여정부가 보여준 것은 친재벌, 신자유주의적 정책이었고, 지지자들의 실망은 엄청난 역풍이 돼 노무현 정부를 흔들었다. 김 지사 역시 지난 7일 ‘바닥에서 반란이 일어나야 내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 측에 바라고 싶은 것은 바람을 불러올만한 조직을 먼저 내놓으라는 요구 사항이다. 그러려면 정책이 김 지사의 말대로 ‘계층이동이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것이어야 하며, 대선 캠프의 인적 구성 자체도 계층이동을 실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바람의 허무함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한국 유권자들은 여러 번 정권 교체를 경험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보통 사람의 시대’(노태우), ‘세계화’(김영삼), ‘국민의 정부’(김대중), ‘참여정부’(노무현), ‘중도실용 정부’(이명박) 등으로 구호는 달랐다. 그러나 실제로 국민이 본 것은 대구-경북 엘리트(노태우), 부산-경남 엘리트(김영삼), 호남 엘리트(김대중), 부산-경남 엘리트(노무현), 경북-포항 엘리트(이명박)들의 자리바꿈과 자리 나눠먹기였다. 외피는 달라졌으나 내용은 ‘엘리트들의 정권 창출과 나눠먹기’에 불과했다는 소리다. 이런 사태가 다음 정권에서 또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바람보다 조직으로 이기는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 김 지사 진영이 좋은 조직으로 큰 바람을 일으킬지, 아니면 그저 바람이 불기만 기다릴지를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