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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손학규 대선선언…‘세종대왕 같은 민생 대통령론’ 좋다

하찮은 노비에게 육아휴직 준 성군의 복지 정신을 민생민주주의로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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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8호 최영태⁄ 2012.06.14 22:08:04

역시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은 ‘워딩’이 좋다. 그가 14일 광화문에서 대선 출정식을 열면서 내놓은 공약들은 앞으로 세부 사항을 잘 들여다보아야 하겠지만, 전체 구성은 제대로 짜인 것 같다. 손 고문은 이날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세종대왕이야말로 백성의 삶을 챙기는 데서 국정을 시작하고, 만백성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서 국정을 마무리한 성군이었다”며 세종대왕의 정신을 이어받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세종대왕은 보통 한글 창제자로, 또는 한반도 북방의 영토를 개척한 대왕으로 인식되지만, 요즘 말로 하면 ‘복지’ 문제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왕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예컨대는 그는 여자 노비에게도 육아휴직을 일주일에서 100일까지 주도록 했고, 남편에게도 육아휴직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밝혔다. 600년 전 세종은 복지 정책으로 출산률 높였다는데… 육아 휴직은 21세기 한국에서도 여성들이 찾아먹기 힘든 복지 제도다. 남편에 대한 육아 휴직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세종대왕은 이미 거의 600년 전에 이런 복지 제도를 도입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세종의 이러한 정책에 대해 이 교수는 “사회정의에도 부합했고 생산성, 출산률을 높이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사회정의에 부합하고, 출산률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니! 21세기 한국에서 보수 정부가 못하는 일을, 그 옛날 세종대왕은 해냈다는 말이다. 다른 나라에서 보수 정권이 집권하면 정의를 세우고 출산률을 높이는 데 힘을 쓰게 마련이다. 그런 게 보수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저 ‘비즈니스(실제론 재벌) 프렌들리’만 외치는 이 나라에선 보수 정권이 집권해도 출산률이 팍팍 떨어질 뿐이니, 하늘의 세종대왕이 눈물을 흘릴 일이다. 손 고문의 이날 출정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세종대왕 같은 대통령론’ 이외에도 민생민주주의론을 꼽을 수 있다. 국민에게 살 길을 주는 민생민주주의만큼 현재 한국에 필요한 정신도 드물 것 같다. 이밖에도 △2020년까지 70% 이상의 고용률 달성 △동일노동 동일임금 △기업의 지배구조 정상화 △종업원지주제 도입 △조세 정의 구현 △병원비 부담 상한 100만원으로 하향 △학교혁신 시스템 도입 △서울대와 거점 지방국립대의 공동학위제 실시 △정부책임형 사립대 도입 등의 정책도 나름대로 시대의 요구를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갈등에서 눈돌리자는 통합은 현 시점에서 부적절 단, 이날 손 고문이 내건 3대 주제, 즉 민주ㆍ민생ㆍ통합 중 ‘통합’에 대해선 좀 시비를 걸고 싶은 마음이 있다. 통합이란 지향점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통합이라는 말을 그간 한국의 보수우익이 너무 나쁜 쪽으로 울거먹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삶은 양극화로 갈갈이 찢어졌는데, 보수우익 엘리트들은 ‘더 큰 대한민국으로의 통합’만을 외쳤다. 이때의 통합이란 자칫 ‘현재의 사회경제적 갈등은 우리가 마음을 합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니, 마음만 모으면 된다’는 식이 돼버린다. 갈등에서 눈을 돌리자는 통합론의 측면이 있다는 말이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손 고문이, 보수우파에 의해 오염된 ‘통합’에 너무 중점을 주면, 오른쪽으로 가면서 새누리당 후보와 차별화가 줄어들 위험도 있다. 지금은 헛된 통합을 외치기보다는 오히려 민주-민생 두 가지만을 더 힘차게 밀어붙여 99% 서민들의 고통을 줄여줘야, 그 이후에야 비로소 국민통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민주, 민생, 통합이라는 순서는 잘 잡은 것으로 보인다. 손 고문 캠프가 앞으로 이 3대 주제를 어떻게 국민들의 마음에 감동적으로 심어줄지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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