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판매량이 3개월 연속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브랜드별 판매량 편차는 더욱 심해지는 추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5월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1만1708대로, 전월보다 9.7% 증가하면서 월별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4%나 오른 수치다. 5월 신규 판매 차량 중에서는 유럽산이 8922대(76.2%)로 가장 많았고 일본 1910대(16.3%), 미국 876대(7.5%) 순이었다. 유럽차 중심의 시장 판도가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이로써 올해 1~5월 누적 판매 대수는 5만1661대나 됐다. 전년 같은 기간 판매량인 4만2700대보다 21.0% 늘어난 수치다. 이대로만 간다면 작년에 ‘수입차 마의 벽’이라 불리던 10만대 고지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12만대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야말로 수입차 전성시대다. 지난달 브랜드별로 신규 등록대수를 보면 BMW가 2985대로 가장 많았고 메르세데스-벤츠 1868대, 폴크스바겐 1467대, 아우디 1280대, 토요타 860대, 미니 523대, 포드 456대, 렉서스 413대, 크라이슬러 379대, 혼다 290대, 푸조 222대, 닛산 206대, 볼보 163대 등의 순서였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BMW 520d로 993대였고, 메르세데스-벤츠의 E300 502대, BMW 320d 496대가 그 뒤를 이었다. 전체 판매량과 단일 모델 판매량에서 BMW의 독주 체제가 더욱 굳어지는 분위기다. 배기량별로 판매 대수를 살펴보면 2000cc미만 5878대(50.2%), 2000∼3000cc 3951대(33.7%), 3000∼4000cc 1553대(13.3%), 4000cc이상 326대(2.8%)였다. 개인 구매는 6668대(57.0%)로 법인 구매의 5040대(43.0%)보다 많았다. 개인구매의 지역별 등록은 서울 1971대(29.6%), 경기 1795대(26.9%), 부산 420대(6.3%)등이다. 법인구매는 경남 1800대(35.7%), 인천 1197대(23.8%), 부산 507대(10.1%)로 부산-경남이 1-3등을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유럽차가 시장 잠식…국산차보다 더 팔리기도 BMW, 아우디, 벤츠로 대표되는 유럽 3인방의 강세는 올해도 여전히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브랜드는 BMW. BMW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1월 24.9%로 순조롭게 출발하다가 2월 19.1%로 다소 떨어지는 듯했지만, 3월 다시 24%로 치고 올라갔다. 이후 4월과 5월에는 각각 25.5%씩 기록하며 안정적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유럽차의 상승 흐름이 지속되자 수입차가 국산차 판매량을 뛰어넘는 경우도 생겨났다. BMW의 520d는 지난달 993대를 팔아 현대차 에쿠스(960대)를 뛰어넘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베스트셀링 모델 E300은 502대 팔려 르노삼성의 SM7 396대를 간단히 제쳐버렸다. 이처럼 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는 수입차 시장이지만, 정비센터는 여전히 부족하고 수리비 산정기준도 들쭉날쭉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 왜 이러나? 수리비 가장 비싸고 정비도 비율은 가장 낮아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에 시판 중인 수입차 7개 브랜드 중 정비센터 1곳당 차량등록 대수가 가장 많은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로, 3672대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는 BMW 3306대, 폭스바겐 2677대, 혼다 2625대, 아우디 2589대, 렉서스 2519대, 토요타 1794대 순이었다. 정비소 한곳 당 수리해야 할 자동차 대수가 많을수록 고객이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원은 “수입차를 산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정비센터 확충이 시급하다”며 “공식 정비센터 신설이 어려울 때는 국내 1∼2급 정비공장을 협력업체로 지정해 불편을 덜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리비의 시간당 공임은 벤츠가 6만8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BMW 6만원, 아우디·폭스바겐 5만5000원, 렉서스 5만원, 혼다 4만4000원, 토요타 4만2000원 순이었다. 소비자원은 “수입차는 국산차 견적프로그램(AOS)과 같이 신뢰성 있는 수리비 산정기준이 없다. 국내 실정에 맞는 견적프로그램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브랜드별 공식 딜러와 병행수입업체 간의 부품 가격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공식 딜러의 부품가격을 100으로 했을 때 렉서스는 공식 딜러의 부품가격이 병행업체보다 13포인트나 높았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공식 딜러 부품가격을 비싸게 받았던 반면 혼다는 공식 딜러의 가격이 오히려 3포인트 가량 저렴했다. 소비자원은 수입차 업체의 전국적인 정비 네트워크 구축, 수입차 업체 및 손해보험업계 공동의 견적 프로그램 도입, 수입차 부품 병행수입 활성화를 통한 부품가격 인하 유도 등을 관련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다. 수입차 업계가 시장 규모에 걸맞은 AS센터 규모까지 갖춰 진정한 ‘수입차 전성시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정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