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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동 고깃집의 ‘외모 푸대접’도 투표만 잘하면 안 당한다

한국 특유의 '입은 옷으로 사람 깔보기'의 원인과 해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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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9호 최영태⁄ 2012.06.22 11:38:06

신사동의 한 고깃집이 밀짚모자에 추레한 복장을 하고 간 손님을 홀대하는 바람에 너무 억울했다는 한 고객의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한국 사회에서 항상 봐온 ‘외모로 판단해 기죽이기’의 또 다른 버전인 셈이다. 한국 사회에서 ‘외모로 벌어지는 코미디’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호텔의 발레 파킹을 한 번 보자. 미국에서는 아무리 똥차를 끌고 가도 발레 파킹을 해달라면 ‘발레 보이’들이 잘만 해준다. 왜냐고? 팁으로 먹고 사는 발레 보이들 입장에서는 팁만 받으면 됐지 꼭 고급 명차만 고집해서 받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일전에 한 경험자의 얘기를 들었는데, 서울 남산의 모 고급호텔에 경차를 끌고 가 발레 파킹을 하려 했더니 호텔 직원이 손짓을 해가면서 ‘주차장은 저 쪽인데 왜 여기서 어물쩍거리냐?’는 듯한 제스처를 해 황당했다고 한다. 팁 문화가 있고 없고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참 서비스의 질 하고는…. 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한 대학병원 의사가 귀국 뒤 ‘유럽 식으로’ 경차를 타고 다녀 도응한 적이 있었는데, 이런 ‘고귀한 신분’에게도 아마 한국의 발레 보이들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경차는 주차장으로 가란 말야!‘는 메시지를 보낼 테니, 이런 게 바로 한국의 코미디다. 명품 옷 못 입어도 무시 당하지 않으려면 투표를 잘 해라 명품-외양에 집착하는 양상에 대해서는 고려대 최장집 교수가 이미 정치적 해석을 내렸다. 그는 자신의 책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다음과 같은 요지로 썼다. “서민층이 정치적으로 대변 안 되니 못사는 사람에 대한 공공연한 비하가 가능하며, 상향 이동에 대한 열망은 상층 계급의 문화적 표지인 명품에 대한 맹목적 선호를 낳는다. 외양을 중히 여기고 획일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를 만드는 힘이다. 이에 따라 도덕적 자율성의 부재, 인간 내면의 황폐화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최 교수의 주장은 ‘서민층을 대표하는 정당을 서민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당이 있고, 그 정당에 서민이 표를 몰아주면, 서민의 경제적 삶을 좀 더 낫게 만들기 위한 정책들이 입안-시행될 것이며, 그로 인해 서민의 지갑이 좀 더 두터워지고, 이런 정치적 목소리가 있어야 외모-복식를 이유로 사람을 하대하지 못하는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흑인들 중에는 “정치적 대변 없이 세금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는 스티커를 차에 붙이고 다니기도 한다. 이 표어에는 여러 정치적 함의가 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자신이 내는 세금이 어떻게 쓰일지에 관여할 정치적 대표를 내지 못하면 세금을 낼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한국에서도 서민들이 막걸리 마시면서 이런 얘기를 좀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서민들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는 정당이니 정치인 편을 들면서 싸우지들 말고. 미국에는 ‘똥차’도 많지만, 당당하기도 하다. ‘집에는 이미 할부금 완납을 마친 벤츠가 있음’이라든지 ‘내 다른 차는 BMW야'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낡은 차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신사동 고깃집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해본다. 투표만 잘하면 명품 옷 안 입어도 무시당하지 않고, 밀짚모자 쓰고 고깃집 가도 푸대접 받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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