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돌아오세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대표의 이 말은 지난 18대 총선 공선 당시 벌어진 속칭 ‘친박 학살’ 사건 때 일화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을 들은 주인공은 유기준(53) 새누리당 최고위원이다. 지금은 친박으로 분류되지만, 유 최고위원은 과거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여했었다. 이 때문에 사법고시 3차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가 합격하는 일도 겪었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이기도 한 유 최고위원은 해양수산 전문변호사로 미국, 영국 등 세계 각국의 법정에서 소송을 벌여 우리 어민과 수산회사의 권리 그리고 국익을 보호하는 데 앞장 서 왔다. 부산 지역에서는 건전한 공론을 형성하기 위해 부산미래포럼 창립 등 사회운동가로 활동했다. 유 최고위원은 2004년 총선에서 부산 서구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다. 2008년에는 ‘친박’이라는 이유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다시 국회에 들어왔다. 그때 박근혜 전 대표로부터 들은 말이 “살아서 돌아오라”였다. 유 최고위원은 외교통상 전문가다. 17대, 18대 때는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남북문제를 비롯해 한반도와 주변국의 외교관계, 재외동포의 권익보호, FTA(자유무역협정)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지난 5·15 전당대회 때 최고위원으로 선출돼 한 달을 지낸 그는 새누리당의 쇄신 이후 첫 번째로 출범하는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12월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또 3선 의원으로서 국회와 당에서 다양하고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유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이 목표다. 하지만 현재 당내에선 친박(親朴)과 비박(非朴) 간 대선 경선 방식(룰)을 놓고 갈등이 첨예하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금 경선룰을 갖고 모여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그런 것보다 어떻게 해야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태어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대 국회에서 그가 추진하려는 것은 영남을 대표하는 최고위원으로서, 지역민들의 숙원사업인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 2008년 정부 조직개편에서 폐지된 해양수산부를 부활시켜 부산이 명실상부한 해양도시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지역 의원들과 힘을 모을 계획이다. 무엇보다 올 하반기 있을 대선에서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행복을 책임질 수 있는 검증된 대통령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 그가 밝힌 포부다. 3선 의원이자 당 최고위원으로서 경선 룰에 대한 의견과 해양수산전문 변호사와 외교통상전문가로서의 기타 현안에 대한 그의 의견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6월 18일 진행됐다. - 친박과 비박 대선주자 사이에 경선룰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데? “현행 경선룰은 처음 시행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 17대 대선 경선에서 그대로 적용됐던 거다. 현행 경선룰이 만들어지고 시행될 때 지금 반발하는 소위 비박 3인방(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정몽준 전 대표)이라는 분들이 당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분들은 당시 경선 결과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제 와서 경선룰을 바꾸지 않으면 후보등록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 비박 주자들은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요구하고 있다. “대선이 약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변화가 없던 경선룰을 이제 와서 다시 논의하자는 것은 당의 화합과 단결을 저해하는 ‘해당 행위’다. 똘똘 뭉쳐서 야당의 공격에 대응해도 어려운 마당에 집안끼리 다투는 모습을 과연 국민들께서 어떻게 보실지 잘 생각해야 한다.” -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지금 왜 힘들다는 건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위해서는 제도적 한계점의 극복방안 마련 및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완전개방형 후보선출 제도를 도입할 경우, 경선의 세부절차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와 검토가 있어야 한다. 2007년 대선 때도 충분한 검토 없이 개방형 후보자 선출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운영과정에서 많은 혼란과 문제점을 초래한 바 있다. 17대 대선 경선에서 통합신당의 경우 동원선거나 대리투표를 방지하는 데 실패한 경험이 있다. 또한 완전개방형 후보선출 제도는 한국 정당이 추구하는 대중정당화나 진성당원제와 상충되는 제도다. 대중정당의 제도화를 지연시킬 뿐 아니라, 비당원에게 진성당원과 동일한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당원 활동의 의미 자체를 크게 상쇄시킬 우려가 크다. 따라서 완전개방형 후보선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정당의 정체성과 대중적 지지기반을 보다 확실하게 정착시킬 수 있는 진성당원제의 활성화와 대중정당화가 선행돼야 한다.” - 현재 경선룰은 언제 만들어졌나? “현재의 경선룰은 2005년 당시 친이계 인사가 대다수를 점한 당 혁신위에서 마련한 안이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당 대표 시절인 2005년 당 혁신위에게 대선후보 경선안을 만들도록 했다. 당시 혁신위는 ‘대선 6개월 전 선거인단 4만 명으로 후보 선출’이란 안을 내놓았다. 일반국민과 여론조사를 50% 반영한 내용(대의원 20%, 당원 30%, 국민 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이었고, 당심을 잡고 있던 박 전 위원장으로선 불리한 내용이었지만 두말 않고 수용했다. 2년 뒤인 2007년 이명박 후보가 등장하면서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했고, 혁신안이 제정된 후 시행해 보지도 못하고 친이계의 무차별 공세에 휘말리면서 누더기가 되고 변질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명박 후보 측은 선거인단을 37만 명으로 대폭 늘리자고 주장했다. 당심에서 유리한 박 전 위원장을 누르기 위해선 선거인단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근혜 후보 측은 처음에 반대했지만, 결국에는 강재섭 전 대표의 절충안(8월 경선, 선거인단 20만 명)을 수용했다. 박근혜 전 대표 입장에서는 두 번이나 양보한 경선규칙인 셈이다. 두 번의 양보 결과 박근혜 후보는 당원투표에서 앞섰지만, 여론조사에서 많이 뒤지면서 이명박 후보에게 1.5%p 차이로 석패했다. 만약 경선규칙을 양보하지 않았다면 이길 수 있었다는 가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당시 혁신안이나 절충안은 구렁텅이에 빠진 당을 살린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분명히 불리한 요소들이 많았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수권정당이 돼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으로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다.” - 당시 혁신안은 주도한 것은 홍준표 전 대표 아닌가? “그렇다. 당시 혁신안을 만든 홍준표 전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현행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룰은 국민과 당원의 뜻을 50%씩 반영하도록 돼 있다. 대선에 출마하려 했다면 각 후보들은 미리 대비했어야 옳다’고 말했다. 완전국민경선에 반대하며 지금의 경선룰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홍 전 대표는 지금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룰은 국민과 당원의 뜻을 절반씩 반영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국민경선제 도입도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 지도부가 나서서 선거관리위원회와 논의하고 결정하는 게 맞다는 홍 전 대표의 말대로 지금은 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 어떻든 비박 주자들은 2007년 사례를 들며 경선룰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2007년 당시 경선룰에 대해 전문가들은 2000∼4000표를 이명박 후보 측에 그냥 얹어주는 격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표는 대의를 위해 받아들였고, 결과에도 승복했다. 이재오 의원은 당시 친이계의 좌장이었다. 2007년의 대선후보 경선룰에 대한 논쟁대상은 국민참여선거인단의 구성방식(2:3:3:2)에 대한 것이 아니고, 여론조사 설문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즉, 여론조사 설문방식을 ‘지지도를 묻는 방식’이냐, ‘선호도를 묻는 방식’이냐를 두고 논쟁한 것이다. 당시 박근혜 후보 측은 ‘지지도’ 방식을 주장했고, 이명박 후보 측은 ‘선호도’ 방식을 주장했다. 지지도냐 선호도냐에 따라 약 2000표 정도가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이를 두고 논쟁했었다. 이명박 후보 측에서는 선호도 방식일 경우 10% 이상 앞서는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박근혜 전 위원장이 대의를 위해 양보했고, 이에 따라 경선을 치렀다.” - 비박 주자들은 경선 흥행을 위해 오픈프라이머리를 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경선 흥행만을 이유로 경선룰 변경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07년 경선방식이 갑자기 결정된 것은 아니고, 2005년부터 혁신위에서 수많은 논의를 통해 당원들의 합의를 도출해낸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제도에 대해 그토록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면 훨씬 전부터 강하게 주장했어야 한다. 그런데 이제 대선을 6개월 남짓 남겨놓은 시점에서 도입하지 않으면 후보등록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일부 비박 주자들은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당을 떠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당을 떠난다면, 국민들은 오로지 사리사욕을 위해 대의(大義)를 저버리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또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당을 떠나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 주관적인 시각이다.” - 완전국민경선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역선택이다. 비박 측에서는 역선택 방지를 위해 여야가 같은 날 하면 된다고 하는데, 실현 가능하다고 보나? “같은 날 실시하기 위해서는 여야 간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봐서는 합의가 제대로 될지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후보의 정치적 흥행, 선거전략 또는 유-불리에 의해 경선룰을 바꾸기보다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최대한 보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 당내 얘기는 이쯤하고…. 해양수산 전문가로서 중국의 불법조업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최근 흉포화되고 있어 우리 어민과 해경들이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는데….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은 해를 거듭할수록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인명을 해치는 끔찍한 사고까지 야기하고 있어 이에 대한 양국의 합의와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불법조업 중국 어선이 27만여 척으로 추정되는데, 제주 마라도에서 인천 백령도까지 19만 5000㎢ 해역을 관할하는 서해어업관리단은 단속함 15척에 213명의 인원이 전부였다. 다행히 지난 1월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불법조업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또 지난 5월 22일 국무회의에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과 난동을 방지하기 위해 해양경찰청 소속기관에 새로 도입되는 훈련함 등 신규 장비 운영에 경무관과 총경 각각 1명을 포함한 146명을 증원키로 하는 등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우리의 황금어장을 보호하고 해양주권을 강화하기 위해 입법 등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 17대와 18대 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을 지내는 등 외교통상 전문가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한미FTA 발효 3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는데? “지난 3월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양국 간 무역에서 한국이 더 큰 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TA 훈풍’을 본격적으로 따져보기는 다소 이르지만, FTA 발효로 인해 자동차 등 미국에 대한 수출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6월 8일 발표한 무역 통계자료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미국이 한국에서 들여온 상품은 총 54억 7000만 달러로 전월(47억7800만 달러) 대비 14.6%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미국이 한국에서 수입한 금액은 44억∼47억 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미국이 한국으로 상품을 수출한 금액은 37억600만 달러로 전월보다 12%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총 17억 7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월(5억 5200만 달러) 대비 3배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달 10억 달러를 기록한 데 비해 2배가량 적자가 불어난 것이다.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대(對)한국 누적 무역적자는 41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1% 늘어났다고 한다. 한·미 FTA로 인해 우리나라가 더 큰 이득을 본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자료가 아니라, 미국 상무부 자료이기 때문에 더 객관적이다. 다만, 한·미 FTA 체결 이후 단기 무역수지 증가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고, 앞으로의 추세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의 성적은 좋은 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 올해 대선에서는 경제문제가 가장 큰 화두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도 뜨겁다. “사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는 경제학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다. 최근 정치권에서 말하고 있는 경제민주화도 그래서 의미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의견을 종합하면 대체로 빈부격차 해소, 양극화 해소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기업을 규제해 중소기업의 입지를 강화시키자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양극화 해소라는 명분으로 대기업이나 부자를 지나치게 규제하면 시장경제의 근간인 자율과 창의를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시장경제의 근본원칙을 비틀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 경제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최근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단축시키고 의무휴업을 늘린 것이 하나의 정책 사례로 들 수 있다. 대형마트 규제는 영세상인과 재래시장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를 억누르는 정책이 과연 적절한 정책인지는 논란이 많다. 벌써부터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등 근로자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것들을 고려해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꿔서 국민들의 체감경기를 좋게 해야 한다. 모든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리다. 무역액이 1조 달러가 넘고, 국민소득이 2만 2천 달러를 넘는다고 한다. 정부는 수출도 잘되고 경제도 좋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살기 어렵다고 한다. 체감경기가 너무나 좋지 않고, 특히 지방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이 외형을 키울 수 있기는 하지만, 그 효과가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이러한 구조를 바꿔야 한다. 시장경제의 근본원칙을 비틀지 않으면서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중소기업 위주로 바꿔야 하고,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수출과 내수 모두를 중시하는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대기업의 수출을 위해서 쓰는 고환율 정책은 수입 원자재 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중소기업에 넘겨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온 것도 고환율로 인한 ‘착시효과’일 뿐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래서 고환율 정책을 적정환율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 부담도 줄이고, 물가도 안정시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경제민주화라는 거창한 이름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효과가 중소기업이나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다.” - 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