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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왜 인간공격?…마음까지 사람 뺨치는 존재니까

연구자들 “인간이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사회생활 하는 동물을 우습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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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0호 최영태⁄ 2012.07.02 11:57:36

남아공에서 침팬지가 사람을 공격해 귀-손가락-발가락을 잘랐다는 뉴스가 나오자 “귀여운 침팬지가 사람을 공격하다니!”라는 경악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공격을 받은 26세 미국인 남성 연구원은 사고 전에 침팬지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내며 “너무 귀엽다”고 한 것으로 보도됐다. 비단 이 연구원뿐 아니라 침팬지를 귀엽다고 생각하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는 많다. 우선 육체적인 힘에서 침팬지는 인간을 압도한다. 수컷 침팬지의 힘은 성인 남성의 3, 4배에 달한다고 하며, 한 동영상은 3살짜리 꼬마 침팬지를 성인 남성 둘이 제압하지 못해 쩔쩔매는 것도 있다고 한다. 근육의 힘으로만 보아도 침팬지는 가까이 하기에 위험한 맹수다. 침팬지의 정교한 사회생활, 인간이 쫓아가기 힘들 정도 침팬지가 더 무서운 것은 정신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한 실험에서 연구진은 통 속의 내용물은 보여주지 않은 채 오른쪽 통을 열고 미소를 짓고, 왼쪽 통을 열고는 찡그린 뒤 뭔가를 그 두 통 중에서 꺼내 씹어 먹는다. 그리고는 속이 보이지 않는 두 통 중 하나를 고르라고 침팬지에게 시켜봤다. 당신이라면 어느 쪽 통을 고를 것인가? 인간 어린이라면 오른쪽 통(연구진이 열고 미소를 지었던)을 고르기도 하지만 침팬지들은 대부분 왼쪽 통을 고른다고 한다. 오른쪽 통에는 뭔가 좋은 게 있었겠지만 벌써 사람이 먹어치웠으니 뭔지는 모르지만 아직 남아 있을 수도 있는 왼쪽 통을 먼저 열어본다는 것이다. 침팬지가 사람의 표정으로 감정을 읽고, ‘유추’까지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이 실험의 결론이다. 침팬지에 대한 충격적 증언은 이밖에도 많다. 한 침팬지 연구자는 침팬지를 어릴 때부터 길렀는데, 다 큰 자신의 침팬지에 대해 이렇게 밝힌 적이 있다. “사회적 관계에 대처하는 침팬지의 능력은 엄청나서 인간의 마음으로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즉, 한 인간이 침팬지 무리 속에 들어가서는 정상적인 단체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침팬지들은 다른 침팬지 개체들과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맺고, 그걸 일일이 기억하며 산다는 것이다. '당'을 만들어 정치도 하는 게 침팬지들인데… 침팬지들은 서로 정치적 동맹을 맺어 우두머리를 갈아치우기는 ‘정치’를 하며, 전에 나를 때린 놈을 기억했다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복수하는 등 인간 뺨칠 정도로 복잡한 사회생활을 한다고 침팬지 연구자들은 전한다. 결국 사람이 침팬지보다 위대한 것은 엄청나게 큰 그룹생활(전세계 차원의)을 할 수 있다는 점밖에 없다. 침팬지 그룹은 아무리 커야 수십 마리 정도를 넘지 못하고, 그 정도 무리 이상을 벗어나는 세계를 침팬지는 모른다. 그러나 1대1의 관계에서 침팬지는 사람보다 '더 잘난'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침팬지는 그 폭력성으로도 유명하다. 유명한 침팬지 연구가 제인 구달은 처음에는 “평화로운 침팬지”라는 보고서를 냈고 그게 학계의 통념이었으나, 이후 다른 무리의 침팬지를 집단공격 해 고환을 잘라내는 등 ‘도대체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력성’을 여러 번 확인하고는 자신의 입장을 바꿨다. 침팬지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근원을 알 수 없는 폭력성을 가진 위험한 동물이라는 것이 현재 학계의 인식이다. 침팬지 → 인간으로 진화했다고? 600만 년 전 갈라져 나란히 진화 길 갈 뿐 이렇게 힘으로나 마음으로나 간단치 않은 침팬지지만, 영화나 TV는 항상 귀여운 존재, 덜 떨어진 따라쟁이 정도로 묘사한다. 침팬지에 사람들이 “아유~ 귀여워”라면서 접근하게 되는 이유다. 26세 청년을 공격한 두 수컷 침팬지는 하나는 고아 출신이고, 다른 한 놈은 동물원 출신이라니 험한 삶을 살아온 개체들인 셈이다. 그러나 이 두 마리는 이미 1996년에 이 연구소에 입양됐다니 ‘험한 삶’ 탓에 비뚤어진 성격만으로 이들의 느닷없는 공격을 설명하긴 힘들 것 같다. 흔히 원숭이 → 침팬지 → 인간으로 ‘진화’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실상은 침팬지와 인간은 600만 년 전 공동조상에서 갈려져 나와, 각기 다른 진화의 길을 걸어왔을 뿐이다. ‘침팬지 이후에 인간’이 아니라 ‘침팬지와 인간은 진화적으로 동격’이란 의미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길을 걷고 있는 침팬지를 ‘멍청한 귀염둥이’ 정도로 치부하는 인간의 오해가 사라지지 않는 한 침팬지나 다른 동물에게 얼떨결에 공격당하는 인간은 계속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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