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전기차는 친환경 자동차의 대표 차종으로 자리매김했다. 대부분의 글로벌 메이커가 전기차 한두 종은 생산하거나 생산할 예정이다. 그 만큼 친환경차의 필요성은 지구 환경적 측면이나 연료적 측면에서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신개념의 전기차 개발에 있어서 현 시점에서 원천기술 확보 측면이나 미래의 먹을거리를 미리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수년 전에 나온 현대차의 ‘블루온’은 상징적인 의미에 그쳤으나 올해 출시된 기아차의 경차 ‘레이 전기차’는 약 2500대 정도가 생산돼 관공서나 지자체에 납품되기 시작했다. 올해 후반에는 르노삼성차의 소형 ‘SM3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이 차종도 일부 관공서 등에 납품된다. 추후에도 몇 가지 차종을 중심으로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이런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전기차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동급 가솔린차 대비 3배 이상의 가격, 배터리의 10년 내구성 한계, 전체 비용의 과반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 충전 기간과 충전 거리의 한계 등이 있고, 무엇보다도 충전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아 보급에 어려운 난관이 많다. 어느 하나 소홀히 넘어가기 어려운 단점들이다. 지난 130년의 자동차 역사로 자동차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그러나 일생 4~5대 정도만 교체하는 관계로 심사숙고해 교체하는 물품이다. 고가이기에 냉정하게 판단하고 구입한다. 따라서 현재의 전기차를 구입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그렇다고 당장 상기한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기술적 한계도 많고 인프라 구축엔 시간이 필요하다. 난관 없이 일반인이 전기차를 구입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전기차 자체에만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전기차가 사용하는 전기에너지가 화력발전 등 공해를 많이 유발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거나 또는 전기 비용이 커진다면 그만큼 전기차의 장점은 희석된다. 전기차의 공급은 전기에너지의 가격이 특히 저렴하고 충분할 만큼 여유가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한다. 상당히 의미있는 얘기다. 앞으로 수십만 대의 전기차가 공급될 경우 여기에 소모되는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공급할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됐으며, 지금보다 몇 배의 에너지 비용이 부담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우리의 현재 상황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무더운 온도로 전기에너지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전기에너지의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의 공급에는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공급되는 전기차는 정부의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등이 없으면 공급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과연 이러한 여러 난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아주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최근 부각되는 각종 방법 중 몇 가지를 고려해 보자. 우선 배터리 문제다. 배터리 값이 찻값의 과반을 차지하고 내구성도 의심된다. 충전 시간과 인프라도 걱정이다. 그렇다면 항상 거론되는 ‘배터리 리스 형태’가 답이 된다. 배터리를 리스 방식으로 공급해 최초 구입 부담을 줄여주고 그 배터리에 값싼 심야전기를 담아 실생활에서도 쓸 수 있게 해야 차값의 절반을 넘는 배터리를 아예 구입 조건에서 빼고 리스 형태로 공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충전시간과 거리를 고려해 아예 배터리 교환소를 설치하고 이용하는 것이다. 개인 소유의 배터리가 아니니 교체해도 상관없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개인에게는 배터리 리스 비용과 충전되는 전기에너지 비용 정도가 든다. 물론 여기에는 배터리 교환소가 설치돼야 하며, 균일한 배터리팩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대표적인 차종을 중심으로 이런 시스템을 구현하면 전기차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1~2인승 경형 전기차 플랫폼을 연구 테마로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를 제외하고 1000만 원 대로 구입할 수 있는 전기차 플랫폼의 개발이다. 개발이 이뤄진다면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로 앞서 언급한 전기에너지의 문제이다. 지금처럼 전기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전기차가 있어도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 전기에너지 공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부각되는 논의로는, 전기차 속의 배터리팩을 전기차용으로만 사용할 게 아니라 필요하면 차 밖에서 다른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는 휴대용 전기 에너지원이 되게 하자는 것이 있다. 즉 겸용으로 제작해 낮에는 전기차용으로, 전기사정이 여유 있는 심야에는 전기충전용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여름철 한낮 등 전기에너지 사용이 피크를 이루는 시간대에는 이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전기를 꺼내 쓰면 전력 사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술적으로도 가능할 뿐 아니라 바로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다. 이미 세계 곳곳에는 지역에 맞는 전기차 시스템을 구축해 시행하려는 메이커 및 기관이 많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형 친환경차 환경을 선점하자는 취지다. 우리도 규모는 작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잘해 우리만의 강점을 가진 한국형 전기차 시스템이 하루 속히 구축되기를 기원한다. -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