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식, 그 중에서도 비빔밥을 주제로 하는 ‘비빔밥 아트’ 전이 산토리니서울 갤러리에서 열렸다. 서로 다른 식재료가 하나가 되어 새로운 맛을 내는 비빔밥에서 대중소비 사회의 획일화를 돌이켜보고, 비빔밥의 정신적 요소인 조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예술로 보여주자는 전시회다. 참여 작가들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미술과 음식 이야기를 들어봤다. “음식은 뭐든 가리지 않고 다 잘 먹어요. 특히 초밥을 좋아하는데 회 종류는 깔끔하고 먹기 편해서 선호하죠. 그림과 음식은 닮은 점이 많아요. 어떻게 조화를 이루냐에 따라 맛이 변하고, 손끝의 미세한 차이가 결과적으로 큰 차이로 나타나죠. 만드는 사람의 섬세함을 담아야 하는 예술가와 요리사는 특성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못 먹는 게 없다고 할 정도로 식성이 좋은 김일동 작가는 미술과 음식의 유사성을 이렇게 말했다. 맛있는 음식은 계속 먹고 싶듯 좋은 그림도 계속 보고 싶어진다. 그림과 음식은 미세함과 섬세함이 섞여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리즈로 작업을 하는 그의 대표작품으로는 코인맨, 시공상상도, 108 달마도, 보상하라, 윤두서의 테마파트 시리즈 등이다. 각 시리즈마다 다른 개성을 보이는 작품들은 모두 그가 가장 중시하는 소통과 공감을 주제로 한다.
“최근 젊은 작가들이 소통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동안 전시를 보면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많았어요. 그러나 이번 비빔밥 아트전은 친숙한 비빔밥이 주제여서 편안히 다가갈 수 있죠. 그래서 대중과 소통이 쉽게 이뤄지는 거 같아요. 코인맨도 소통에 관한 작업이에요. 미술이라는 게 그동안 특정인들의 문화로 인식돼 왔지만 코인맨의 콘셉트는 동전이에요. 동전은 물과 같이 돌고 돌죠. 세상을 도는 코인맨을 만들어 관객과 함께 여행을 하며 전시에 참여하도록 했어요. 공감도에 있어 더 완성도 높은 전시회를 만들고 이런 전시들이 활발해졌으면 합니다.” 김일동 작가는 비빔밥 중에서도 ‘백김치 한입비빔밥’과 짝을 맞췄다. 개인적으로 흰색을 좋아한다는 그는 자신과 너무도 잘 맞아떨어지는 음식이라며, 비빔밥 속의 백김치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동양과 서양의 퓨전음식도 잘 맞아요” 그는 또한 동양과 서양의 퓨전음식도 자신의 작품에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코인맨이나 윤두서의 테마파크 등은 전부 과거와 현재의 퓨전, 음과 양의 조화, 작품과 관객의 조화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화는 에너지가 되고 활력을 주는 원동력이 된다.
음식 만드는 것도 좋아한다는 그는 웬만한 요리도 거뜬히 만들어내는 요리사이기도 하다. 분식 종류에서부터 찌개나 해물찜, 닭도리탕까지도 직접 만들어 먹는다. “작품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요리를 하기도 해요. 요리는 순간적인 집중을 불러일으켜 산만함을 물리쳐 주죠. 요리의 주재료는 미술의 캔버스가 되고 소스는 물감이 돼요. 요리에 어떤 소스를 쓰냐가 캔버스에 어떤 물감을 쓰냐와 다를 게 없죠. 요리와 미술은 표현 기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데 요리를 하듯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그리듯 요리를 해요.” 앞으로 백김치처럼 순수하고 담백한 작품, 군더더기를 빼고 자신만의 본질을 찾는 작업으로 소통과 공감을 이어가겠다는 그는 “기본적인 것으로 사랑받고 오래 갈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