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달리 요즘은 지식인이라면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일컫는 경우가 많다. 조선시대만 해도 정치가는 인문과 사회, 역사 그리고 예술에 두루 정통했고 스스로 갈고 닦은 경륜을 국가와 군주 그리고 만백성을 위해 쓰겠다는 정신이 있었다. 반면 현대의 정치가는 법률가나 교수, 기업가 등 특정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이 사회적 혹은 경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정치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치는 결국 사람을 자산 삼아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 소양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에 참여하게 되면 종종 국민의 상식에 반하는 행보를 하고 결국 실망을 주기도 한다. 산업사회와 달리 후기 산업사회 혹은 정보사회에서 요구되는 인간형은 창의적인 인간, 원칙과 상식을 갖춘 인간이다. 이에 따라 최근의 교육 목표 역시 기존의 기능형 인간 양성에서 전인교육으로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 전인교육이란 결국 지성과 감성 그리고 인간성이 적절하게 균형과 조화를 이룬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이다. 교육 분야뿐만 아니라 최근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의 모습 역시 이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투자자들과 대면하다 보면 그들 중 많은 사람들에서 지나치게 경직된 혹은 편향된 모습을 보고 놀랄 때가 있다. 투자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는 균형 감각이고 이는 온갖 소문과 억측이 횡행하는 증시에서 롱런하기 위한 요체다. 그런 투자자를 보면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끼곤 한다. 이러한 균형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경직·편향된 시각에 놀랄 때 많아 첫째로, 투자자는 ‘새의 눈’이 필요하다. 새의 눈이란 높은 곳에서 멀리 보는 시점을 말한다. 눈 앞의 사건과 변화에만 매몰된다면 결코 오래 투자할 수 없다. 하루에도 수많은 변수로 출렁이는 주식시장에서 현혹되지 않고 굳건한 투자 심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멀리 볼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 ‘곤충의 눈’이다. 곤충의 눈 중 가장 특이한 것은 절지동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겹눈으로, 홑눈이 여러 개 모인 형태다. 특히 겹눈은 여러 개의 수정체를 통해 사물을 단상이 아닌 복합상으로 볼 수 있다. 시야도 360도에 이를 정도로 넓다. 투자자 역시 곤충의 눈처럼 시장을 보다 자세히 그리고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묘한 일들이 장차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물고기의 눈’이다. 투자의 세계는 예측불허의 양상으로 급격하게 변화한다. 하지만 그 변화의 단초는 늘 앞서 제시되기 마련이다. 미처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에 느닷없다고 느껴질 뿐이다. 물고기는 조류의 미묘한 변화도 감지해내며 이탈하지 않고 이동한다. 눈 앞에 어떤 상황이 전개될 때 우리는 새, 곤충 그리고 물고기가 되어 그 상황을 해석해야 한다. 가까이서도 보고 멀리서도 보고 입체적으로도 보고 그 상황이 변주할 미래의 모습까지도 헤아려보아야 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장에 대한 균형 감각과 투자에 대한 확신이 저절로 생겨나게 될 것이다. - 민병돈 유진투자증권 본점영업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