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화 시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 없이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판화에 대해서만큼은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 나라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 126호, 751년 제작 추정)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계적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화에 대한 미술사적인 연구나 평가가 폭넓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판화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이나마 바꾸고 변화시키려면 새로운 계기가 필요해요. 이번에 전시를 마련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죠. 우리 조상의 문화를 알리고 함께 즐겼으면 해요. 이번 전시가 판화를 하는 작가들에게 자극과 밑받침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나아트센터에서 7월 17일부터 8월 5일까지 ‘木石(목석)으로 찍은 우리의 옛그림’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여는 이승일 작가는 국내 판화 시장의 안타까운 실정을 전했다. 그는 판화 시장에 새로운 계기를 불러일으키고자 자신이 소장한 판화 작품으로 전시를 꾸몄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판화 작품은 근대 작부터 현대 작까지 전시를 여러 번 열 수 있을 정도의 규모다. 전시에서 공개되는 컬렉션은 한국근대 판화 1세대인 故(고) 이항성 작가(1919~1997), 홍대 판화과 교수와 박물관장을 역임한 이승일 작가(1946~)까지 2세대에 걸쳐 50여 년간 한국판화를 지켜내고 후대에 문화유산으로 남기고자 한 예술가들의 집념과 열정을 보여준다. 21세기 국내 최대 고판화 컬렉션 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이 작가가 50여 년간 수집한 판화, 목판, 전종류, 인장 등 2000여 점의 유물 중에서 작품성이 뛰어나거나 희소성이 있어 미술사적으로 높이 평가할 수 있는 20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