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3호 최영태⁄ 2012.07.18 13:37:52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5.16-유신 관련 역사인식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종인 박근혜 캠프 선대위원장은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부친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즉 역대 대통령 중의 하나로 보라고 말해줬는데…”라고 말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과 과오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그치지 않은 만큼 박 전 대통령의 긍정적 유산은 계승하되, 부정적 유산은 부정하는 자세를 취하라는 것이 김 선대본부장의 주문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 후보의 자세는 이런 조언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5.16 쿠데타 등에 대해 “최선의 선택”이라는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에도 박 전 대통령의 긍정적 유산을 이명박 당시 후보에게 빼앗기더니… 박 후보의 이러한 자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을 되돌아보면 더욱 안타깝다. 대선이 끝난 뒤 “이명박은 박정희의 긍정적 유산(경제발전)을 물려받는 모양새를 취했고, 반대로 박근혜는 박정희의 부정적 유산(독재)을 물려받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왔었다. 김 선대본부장의 말대로 박 후보가 박정희를 객체로 바라볼 때에만 박 후보는 박 대통령의 부정적 유산을 털어낼 수 있다. 이런 객관적 자세를 갖지 못하는 한 박정희의 부정적 유산은 계속 박근혜를 싸고돌면서 그를 괴롭힐 것이다. 이는 마치 친일파의 후손이 선대의 부정적 유산인 땅 등을 되찾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소송 등을 벌일 때 욕을 먹으며, 반대로 선대의 잘못을 인정할 때 박수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친일파 후손이 선대의 행동에 대해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감싼다면 돌을 맞아도 할 말이 없다. 더구나 그가 선출직에 당선되려면 “선대의 행동은 분명 잘못됐다. 부정한 재산으로 호의호식 하고 좋은 교육을 받은 내가 나의 몸과 재산을 바쳐 국가사회에 봉사하겠다”고 선언해야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재벌개혁에 최적’이란 기대 이어가려면 부정적 유산부터 털어내야 사실 박 후보에게 유권자들이 거는 기대 중 하나로 ‘재벌개혁 문제에 관한한 박근혜만큼 잘 처리할 수 있는 인물도 없지 않느냐’는 것도 있다. 재벌을 만들어나갈 당시의 일을 박근혜만큼 가까이서 접한 사람이 드물기에, 박 후보가 “그 당시 일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내가 가장 잘 안다.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문제를 풀어나겠다”고 선언하고 일을 추진하면 재벌 입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적을 만나게 된다. 김종인이란 경제민주화 주창자가 박 후보 옆에 있을 때 빛이 나는 이유다. 재벌이나 보수언론이 겉으로는 박 후보를 지지하지만 내심으로는 “뭔가 께름칙하다”고 불편함을 털어놓기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외 언론 중 상당수는 아직도 박 후보를 ‘독재자의 딸’로 지칭한다. 이런 시각을 박 후보가 앞으로 얼마나 털어낼 수 있을지가 대선을 보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