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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을 보니 역시 그는 ‘간 보는 남자’

개혁방안 중 가장 오른쪽 것 선택했지만 그래서 더 신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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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3호 최영태⁄ 2012.07.20 14:32:16

안철수 교수에 대해선 그간 ‘진보보다는 보수에 더 걸맞는 인물’이란 평가가 많았다. 최근 일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후보를 물리치고 안철수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려 한다’는 음모론까지 나온 이유다. 그의 책을 읽어보니 과연 그랬다. 그는 진보라기보다는 보수에 더 가깝다. 출신 성분이 그렇다. ‘서울대 의대를 나와 성공한 기업인’ ‘40대에 최연소로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맡은 사람’이니 보수성을 띄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보수가 '돈 보수'만 아니었어도… 그러나 그의 가치는 오히려 이런 보수성에서 나온다. 책에 나온 그의 말을 일부 들어보자. “20년 전 내가 겪은 ‘육아 이산가족’이 오늘날 그대로 남아 있는 걸 보면 부끄러운데, 복지를 조금만 확충하자고 해도 포퓰리즘 운운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 “오세훈이 진정한 보수주의자라면 체제 유지와 사회 안정을 위해 소외계층을 따뜻하게 보듬어야 했다.” “청와대 미래기획위원으로 일하면서 친재벌 정책에 쓴소리(‘규제철폐는 좋지만 감시를 강화해라. 안 그러면 약육강식의 정글이 된다’)를 많이 말했는데도 달라지는 게 없더군요. 마음만 상했죠.” 한국의 보수가 꼭 필요한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욕하지 않고, 오세훈 등 지자체장이 소외계층을 좀 더 돌보고, 이명박 정권이 ‘규율 있는 친재벌 정책’만 썼어도, 안철수는 “내가 나서야 하나?”라는 고민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는 오로지 내 돈을 지키는 보수요, 보수(돈)가 나올 데만 쳐다하는 돈보수다. 자손대대로 살아갈 이 땅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여차직하면 미국으로 뜰 거니까. 이처럼 보수적 가치가 전혀 지켜지지 않기에 그는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출사표를 내놓은 것이다. 개혁 방책 중 가장 오른쪽 것을 주로 택했는데도 신뢰가 가는 이유는? 다른 후보와 비교해도 그는 보수적이다. 일례로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저서 ‘저녁이 있는 삶’에서 “미국식보다는 유럽식”을 지향했다는 점에 비춰본다면 시종일관 미국 사례를 언급한 안철수는 훨씬 더 오른쪽에 서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화려한 좌파의 집권 역사를 가진 유럽이, 좌파가 집권한 적이 한 번도 없는(미국 민주당을 좌파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미국보다 좌향좌가 더 잘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안 교수는 이처럼 가장 오른쪽에 서 있기에 더 믿음직스러운 측면도 있다. 이는 “과도하게 근본적인 방식으로는 세상을 바꾸기 어렵다. 점진적인 변화가 실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그의 발언에서 확인된다. 말 자체에 중점을 두는 이데올로기적 발언보다는 듣기에는 보수적인 것 같지만 실제 실현 가능성은 높은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선언이다. ‘안철수의 생각’은 한국 사회에서 최근 분출되는 여러 개혁 방안들을 두루 섭렵했다. 개혁 아이디어의 간을 보고 “이건 내가 할 수 있겠다”고 결심한 것만 '내 생각'이라고 내놓았다. 이런 면에서 그는 일부 사람들이 비판하듯 ‘간만 보는 남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는 책에서 '내게 간만 본다고 그러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비판에서 오히려 비판하는 사람의 인생관이 엿보인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간만 본다'는 비판에 그가 유의했다는 소리다. 그러나 두루 간을 보고 나서 “난 여기까지 할래요”라고 말했다는 점에서 그의 목소리는 작지만 그 울림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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