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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에 대한 박근혜 캠프의 ‘비웃음’, 자칫 큰 역풍 맞는다

진정성으로 관객 울린 가수를 “당신은 왜 새 창법-기교가 없냐?”고 혹평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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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3호 최영태⁄ 2012.07.23 12:46:20

‘안철수의 생각’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은 “그 동안 이 사람 저 사람이 한 이야기를 급조해서 자기도 능력이 있다고 하는 것”이라고 했고,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주요 언론의 사설, 칼럼에다 질문 하나 붙여 만들었더라”라고 혹평했다. 이 두 선대위원장의 판단에 따르면 안철수의 책은 새로운 내용은 하나도 없는 ‘하찮은 책’이다. 여기서 드는 생각은 “역시 우리 기성 정치인들은 국민과 괴리돼 있군”이다. 물론 이런 지적은 맞다. ‘안철수의 생각’에 기상천외한 ‘새’ 아이디어는 없다. 그간 나온 여러 ‘나라 살릴 방안들’을 전반적으로 훑고 거기다가 자신의 선택(“나는 이게 맞다고 본다”)을 덧붙인 게 이 책이다. 새 창법-기교가 없으면 관객을 감동시킬 수 없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라도 된 듯이 ‘창법에 새로운 게 하나도 없군’이라고 혹평하는 두 심사평에 대해, 관객평가단의 입장에서 한 마디 하고 싶다. “그래서 당신들에게 ‘낡은 정치인’이라는 딱지가 붙은 거라구요”라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유해 얘기해 보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새 가수가 나왔다. 도대체 이 가수의 실력은 작은 무대에서는 여러 번 공개됐지만, ‘나가수’ 같은 큰 무대에 오른 적은 없다. 그러나 열망은 뜨거웠다. 큰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벌써 사전투표에서 1, 2등을 놓치지 않았다. ‘나가수’ 무대에 오른 안철수의 노래에 많은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일부는 눈물을 흘렸다. “그래, 나라를 살리자” “이렇게 거덜나게 놔둘 수는 없다”라는 외침도 들렸다. 그러나 이런 관객의 열띤 반응에 뒤이은 전문 심사위원단의 평가는 냉철했다. “당신 노래는 기존에 나온 노래들과 너무 똑같아요. 새 창법이 전혀 없잖아요”라고. 그 옆의 심사위원은 한 술 더 떴다. “당신 노래는 바보들이나 들을 것”이라고. 심사위원의 혹평은 그 내용이 적확하면 관객-시청자로부터 “역시 대단하다. 내가 느낀 걸 저렇게 말로 콕 찝어내는구나”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나 청중의 느낌과 괴리된 심사평은 “에고~, 역시 전문가들은 이상해”라는 소리를 듣는다. 객관적인 ‘표 비교'로는, 안철수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안철수의 생각’에 나온 정책 대안을 기존의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정책 대안과 ‘표로 정리해’ 비교하면 크게 새로운 것은 드물다. 그러나 그의 정책 대안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출발점의 차이다. 기존 정치인들의 출발점은 ‘어떻게 하면 대통령이 될까’라는, 정치공학적 판단이다. 그래서 몇 달 전에 결사반대했던 정책도 “국민이 원한다면”이라는 편한 부가설명과 함께 자신의 정책이 되고, “여러분~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거 아시죠?”라고 외쳐진다. 그러나 안철수는 출발점이 다르다. “대통령이 되겠다”가 아니라 “이 나라를 어떻게 하면 살릴까”가 출발점이다. 표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정치공학적 고려가 없다. 이런 방식이기 때문에 그가 내놓은 정책대안에는 좌와 우가 뒤섞여 있다. 어떤 사안에서는 “흠, 역시 보수적이군”이라고 생각할만한 부분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안에서는 “여기선 아주 왼쪽 것을 택했군”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기성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진영논리상 말이 안 되는 선택방법이다. “그렇게 해서 뒤섞여서는 표를 얻겠냐?”라는 질문도 나올 법 하다. 그러나 지금 국민은 이런 선택방식을 원한다. 진영논리와는 상관없이 기왕에 나와 있는 여러 대안 중 최선의 것을 선택하고픈 것이다. ‘표만 주면 되는 아랫것들’에게 왜 토론을 부탁하나? 다시 ‘나가수’ 비유로 돌아가 보자. 어느 출연자가 기존 창법으로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왠지 이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 그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은 혹평했지만, 관객평가단에는 “나는 이 사람에게 표를 주겠다”고 선택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최종 결과는 어떻게 될까? ‘안철수의 생각’은 토론거리를 던졌다. 안철수가 “내 생각은 이러니 여러분의 의견을 말해주세요. 밀어준다면 나갈 것이고, 주저앉으라면 주저앉을 것”이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이런 민주적인 소통 방식은 기성 정치인에게는 우습다. “아니, 내용도 상관없고, 나중에 꼭 실행하지 않아도 되고, 그저 선거 국면에서 국민들이 좋아할 만한, 표가 될 만한 내용을 내놓고, 밀어달라고 해도 얼마든지 밀어주는데 무슨 거추장스럽게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난리야”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관객평가단의 심금을 울린 새 가수를 “이런 형편없는~”이라고 혹평만 하는 심사위원은, 앞으로 다시는 심사대에 오를 수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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