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본 듯한 장소의 이미지가 낯설지 않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풍경을 담아낸 사진의 기록이지만, 사진가 박정근은 일종의 다큐멘터리라고 말한다. "순수 사진이 아니라 저만의 다큐멘터리를 담아내려 했습니다. 촬영자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죠.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는 식의 평가보다는 저만의 의식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사진가 박정근(35)이 선보이는 작품들은 시간과 공간을 아우른다. 과거의 기억 속 공간으로 자신이 뛰어들었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관찰이다. "제가 어릴 적 놀던 운동장은 일정 기간 기억 속에서 단절되어 있었습니다. 내 작은 몸이 경험했던 그 장소를 이미 커버린 내 몸이 찾았을 때, 몸의 스케일의 차이로 인해 미묘한 충돌이 일어납니다."
박 작가는 선배인 최광호 선생이 던져준 화두 같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라〃라는 주제를 가지고 고민하다가, 일기를 거꾸로 쓰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과거에 시작된 이야기를 반대로 밟아 기억에 남는 장소를 떠올리는 방식이다. 기억에 떠오른 장소를 다시 찾아가고, 당시 만났던 동료나 여자 친구 그리고 무수히 만났던 사람들을 찾아 그들에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그들과 쌓았던 기억의 흔적을 다시금 프레임으로 불러왔다. 마치 일기장의 첫 페이지를 펼치듯 당시의 설렘과 감동의 순간을 현재의 시각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과거의 기억을 오늘의 시선으로 담아내는 ‘의식의 다큐멘터리’ 그는 이번에 공개하는 작품에 대해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촬영을 한 것이 아닙니다. 혼자서 자신의 기억을 써내려간 일기장의 페이지를 넘기듯이 담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작품에 등장하는 지역은 유명한 지역들이 많이 있죠. 사진적인 느낌으로 볼 때 편안함과 함께 관람객들에게도 흥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고른 사진들입니다〃고 전했다.
박정근이 담아낸 이번 작업은 배경과 인물을 모두 멀리 위치시켜 놓아 그로 인해 벌어진 거리 속에서 인물의 고독함과 결별의 냄새를 강하게 환기시킨다. 2~3년 전부터 진행해온 작업의 방점을 찍는 그의 작품은 2012 갤러리룩스 신진작가 지원전을 통해 오는 8월 22일부터 9월 4일까지 인사동 갤러리룩스에서 볼 수 있다. "사진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고 말하는 작가의 의지처럼, 전시라는 소통의 행위를 통해 대중과의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작가는 2013년 상반기에는 “풍경을 담았지만 자신만이 기록한 다큐멘터리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