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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차 회장, “품질경영” 강조하더니…

미국 JD파워·한국 마케팅인사이트 품질조사서 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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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4호 정초원⁄ 2012.07.23 14:19:15

“10년 전만 해도 고장 잘 나는 값싼 소형차나 만들며 글로벌 시장에서 낙오자였던 현대차가 이제는 자회사 기아자동차와 함께 강한 경쟁력을 지닌 자동차회사로 성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평가다. 이제 현대차는 국제 시장에서 무시받기는커녕, 강력히 경계해야 할 위험 1순위 대상으로 격상됐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톱5, 세계 초일류라는 꿈을 꾼 지 10여년만의 결과물이다. 이처럼 현대차가 세계가 놀랄만한 도약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품질 경영이 있다. 1999년 이후 정몽구 회장이 입이 닳도록 강조해온 부분이다. 현대차 품질 평가, 미국서 급추락 정몽구 회장은 지난 2006년 신년사에서 “품질은 우리의 자존심이자 기업의 존재 이유다. 품질만큼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다는 각오를 다져달라”고 말했다. 그가 품질에 두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현대차는 최근 브랜드 이미지부터 부품까지 고급화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앞으로는 적당한 가격의 고만고만한 차로는 국제 시장에서 승부보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지난해 6월에도 정 회장은 미국 공장을 방문해 “앞으로는 품질 고급화에 주력해야 할 때”라며 “고객이 만족하는 품질 수준을 넘어서 고객에게 감동을 주고, 감성을 만족시키는 품질 수준에 도달해야 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현대차가 그토록 자부해온 차량 품질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외 각종 초기품질 조사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제기된 그랜저HG의 배기가스 유입 문제 등으로 소비자들의 신뢰 또한 하락하고 있다. 그 단적인 예로 미국 JD파워의 ‘2012년 신차품질조사(IQS)’ 결과를 들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JD파워는 지난달 34개 자동차 브랜드의 신차 결함 건수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12년형 신형 자동차를 구입 또는 리스를 통해 지난 2월부터 5월 사이에 90일간 몰아본 7만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전체 34개 브랜드 중 현대차는 작년 순위(11위)로부터 7계단 떨어진 18위를 기록했다. 고급 브랜드를 제외한 일반 브랜드 중에서도 현대차가 차지한 성적은 9위에 불과했다. 혼다, 토요타, 닛산 등 일본 브랜드에 밀려난 성적이다. 이는 품질을 더욱 높여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겠다는 최근의 행보와는 배치되는 결과다. 형제 기업인 기아자동차의 형편도 비슷하다. 기아차의 100대당 결함수는 107건으로, 현대차와 동일한 성적이다. 기아차의 경우 과거에 비해서는 점점 품질이 나아지고 있지만, 디자인에 치중한 나머지 품질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 전문 리서치업체인 마케팅인사이트는 현대차의 이 같은 부진이 단순히 올해에만 한정된 게 아니라는 분석을 내놨다.

마케팅인사이트는 “미국에서의 현대차의 초기품질은 사실 2004년 102건이라는 탁월한 성적을 거둔 이후 나아진 것이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부분 이보다 나쁜 성적을 보였으며, 좋은 성적은 2009년 95건 한 차례 뿐”이라고 설명했다. 품질이 대폭 향상됐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는 시각이다. 국내서도 “신차 품질, 생각보다는…” 그렇다면 현대차 품질에 대한 국내의 평가는 어떨까. 지난해 마케팅인사이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르노삼성의 초기품질 문제점은 평균 1.43건으로 가장 적었으며, 그 다음은 현대차 1.73건, 기아차 2.27건, 한국지엠 2.34건, 쌍용차 2.90건 순이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 중에서는 상위권이지만, 글로벌 그룹이라는 현대차의 명성에 비해 다소 미흡한 결과라는 게 조사 기관의 평가다. 마케팅인사이트는 “현대차의 경우 오래 전부터 품질에서의 큰 진전을 주장했지만 사실 국내에서조차 최고라고 말 할 수 있는 성적이 아니었다”며 “현대차는 항상 상위권에 속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르노삼성과 수입차에 뒤쳐지는 성적을 보여 왔다”고 전했다. 또한 “현대·기아차의 품질은 2004년 이후 정체됐고, 최근에는 뒷걸음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분명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의 결과와는 거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마케팅인사이트가 제기한 “현대차의 초기품질 문제점이 2009년 이후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모두 증가했다”는 부분도 장기적으로는 경영에 리스크가 될 만한 부분이다. 국내에서의 문제점 건수는 2009년 133건에서 2011년 173건으로 40건(30%) 증가했다. 특히 한국에서의 품질 문제점 건수가 미국보다 많았다는 점에서,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마케팅인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에서의 품질 만족도가 미국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100대 당 경험 문제점 수의 산업평균은 2002년 133건에서 2012년 102건으로 23%의 개선을 보였다. 큰 기복 없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한국에서는 처음 조사를 실시한 2002년에 310건을 기록한 이후 2011년 198건으로 112건을 줄여 36%의 개선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미국과 달리 품질 문제가 다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2009년 167건의 문제점 수를 기록한 이후, 2010년 190건, 2011년 198건 등 최근 2년간 품질 문제가 20% 증가했다. 그중 2011년 점수는 7년 전인 2004년(202건)과 비슷한 수준으로 후퇴했다.

마케팅인사이트는 “이는 다른 회사보다 현대·기아의 문제점 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실제 객관적 품질은 어떨지 모르지만 주관적으로 한국 소비자들이 두 배의 고장·문제점을 경험했음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현대차의 2009년과 2011년의 문제점 수를 비교해 보면, 품질 문제점이 소음, 브레이크, 핸들, 엔진, 전기장치 등 기본적인 부분에서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케팅인사이트는 “현대와 기아의 품질 후퇴는 신제품의 출시 전 품질관리가 충분하지 못하거나, 기초적인 품질 문제를 다루는 방법과 절차가 과거만 못하기 때문”이라고 추론했다. 그랜저HG의 배기가스(일산화탄소) 실내 유입 문제 또한 소비자들이 현대차의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깎은 요인이다. 배기가스 실내유입 문제는 그랜저HG가 출시된 직후부터 자동차 동호회 등을 중심으로 제기됐지만, 현대차의 대응은 미지근했다. 그랜저HG 배기가스 유입도 ‘신뢰도 하락’ 영향 그랜저HG의 구매자들이 국토해양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 “그랜저 HG 차량 내부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그랜저를 몰 때마다 어지러움, 구토 증세가 있는 걸로 봐서 차내에 매연가스가 들어오는 것 같다”는 내용의 결함 신고를 올렸고, 관련 내용은 각종 언론에 노출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현대차 측은 뒤늦게 행동 개시에 나섰다. 10월부터 환기장치 부품을 개선해 출고하고, 개선 전의 차량에 대해서도 AS센터를 통해 부품을 교체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부품을 바꾼 뒤에도 여전히 배기가스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근본적인 문제를 없애주지 못했던 것이다. 이후 12월경에야 현대차는 근원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해줄 수 있었다. 국내 최고의 자동차 업체가 인체에 치명적인 ‘일산화탄소 실내 유입’ 문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도 문제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후에도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데 수개월의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불신을 쌓았다. 일각에서는 실내 공기 오염도 평가를 품질 점검 항목에 포함시킨 BMW, 벤츠 등과 현대차를 비교하며 “아직 세계적 수준의 품질 관리는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품질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일본 토요타는 원가절감에 지나치게 매달리다가 가속페달 불량으로 회사 존립이 걱정될 정도로 휘청대는 경험을 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가 엄청난 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증거다. 현대기아차가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이다. - 정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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