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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도종환 의원 “예술인복지법에 알맹이 채워 창의 샘솟게”

시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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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4호 심원섭⁄ 2012.07.23 11:55:24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유명한 서정 시인에서 이제는 정치인으로 변신한 민주통합당 도종환 의원(58)의 시 ‘담쟁이’다. 이 시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오랜 기간 중·고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서정적 정서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이 시를 포함해 도 의원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라고 권고하는 바람에 논란이 일어났었다. 물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으로 평가원이 7월10일 삭제 권고를 철회함으로써 논란은 일단락 됐다. 7월12일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단연 화두가 됐다. 국회에 출석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도종환 시인의 시 삭제 권고를 언제 알았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최근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답하면서 “총리실 산하에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교과서 검증을 위탁만 한 것이기 때문에 교과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장관은 자신의 포괄적인 지휘 감독 책임을 인정하면서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 뒤 유사한 문제 발생이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야당 정치인에 대한 탄압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도 의원은 “평가원이나 검정위원들에게 문제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찌 보면 그 분들은 이 논란의 가장 큰 희생양들이다. 그 분들을 넘어서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 의원은 “문제는 이 문제를 바라보는 철학과 인식의 수준이 아니겠나 생각한다”며 “지난 10년 이상 아무 문제도 없이 교과서에 실려 있었던 시들인데 그 시인이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어느 날 갑자기 교과서에서 그 시들을 빼도록 하는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충북대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도 의원은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1990년 제8회 신동엽창작기금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2009년 시 ‘바이올린 켜는 여자’로 제22회 정지용 문학상을 탔다. 지난 4·11 제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16번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다음은 도종환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국어교과서 삭제 논란이 일단 일단락 돼서 다행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보는가. “어떻게 보면, 우연히 일어난 일일 수도 있고, 교육과정평가원이나 검정위원들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자괴감마저 느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평가원과 검정위원들은 검정기준과 절차대로 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는 평가원이나 검정위원들에게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그 분들은 이 논란의 가장 큰 희생양들이다. 그 분들을 넘어서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문제는 이 문제를 바라보는 철학과 인식의 수준이 아니겠나 생각한다. 10년 이상 아무 문제도 없이 교과서에 실려 있던 시들인데 그 시인이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어느 날 갑자기 교과서에서 그 시들을 빼도록 하는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지, 평가원이나 검정위원들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굳이 꼽으라면, 시와 예술과 정치의 관계, 문화예술과 사회의 관계, 문학과 예술과 교육 사이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부족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교과서라는 것이 우리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정서를 함양하는 것과 관계된 것이라면, 그런 철학적 사유가 배제된 채 기계적인 중립성의 잣대로 교과서 검정기준을 만든 것은 정말 아쉽다. 다시는 이런 논란이 없도록 좋은 대안을 만들었으면 한다.” - 단순히 야당의원이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보는가, 아니면 민주통합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의 대변인이라는 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논란의 과정에서 ‘서울대 박효종 교수 윤리교과서는 되고, 도종환 시는 왜 안 된다는 것이냐’라는 얘기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런 얘기들도 모두 제 시가 교과서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안타까움에서 나온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재인 상임고문 측 대변인을 맡은 것은 최근의 일이고, 이 문제로 검정위원들이 회의를 열어 교과서에서 시를 삭제하라는 권고를 내린 것은 그 이전의 일이므로 문 고문 측 대변인을 맡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은 사실 관계상 맞지 않다는 것을 밝혀두고 싶다. 다만, 논란의 과정에서 교육당국이 떳떳하고 당당하게 스스로의 교육적 판단 아래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교육 당국이 아닌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맡기는 방식으로 논란을 해결하려 했다는 점은 아쉽다. 교육자 출신의 한 사람으로서 서운한 부분도 있다. 교육당국이 자신만의 당당한 교육철학과 권위를 가지고 이 문제에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리고 꼭 덧붙이고 싶은 것은, 정말로 세상을 열심히 살고, 타의 모범이 되는 분들이 국민의 대표가 되는 것이 제대로 돌아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동의한다면,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이유로 교과서에서 작품을 빼야 한다는 것은 정말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는 점이다.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면, 오히려 국회의원이 된 분들의 일대기와 작품이 교과서에 더 많이 실려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여러 가지로 고민거리들을 많이 던져준 사례가 아닌가 한다.”

- 일각에서는 좌파 시인, 좌파 정치인이라고 평가하는 분들도 없지 않다. 동의하는가. “과거에 좌우 통합을 위해 애쓴 어떤 문인이 있었는데, 그 분은 좌우가 통합돼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실제로 그러기 위해 애를 많이 쓰신 분이셨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우파는 그 분을 좌파라고 공격하고, 좌파에서는 중도라고 공격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보는 거리와 각도에 따라서 이렇게 달리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저는 중도가 넓어져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중도좌와 중도우가 폭넓게 분포하고 극좌와 극우는 아주 엷은 형태로 존재해 좌우의 균형이 맞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유교에서는 중용이라고 하고, 원불교에서는 중정이라 하고 불교에서는 중도라 하지 않는가. 그런 면에서 저는 항상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는 균형을 추구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이런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기계적 중립성에 얽매여 있는 검정기준을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는 민주화되고, 다양화되고, 다원화되었는데, 교과서 검정기준은 아직까지 권위적이고 획일적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제 시가 논란이 되면서 교육당국이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운 명분 중의 하나가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 사진도 교과서에서 뺐다는 것이었는데, 그걸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 조금 의아스러웠다. 제 기준에서 보면, 이자스민 의원 사진도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이유로 삭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5000만 인구 중에 다문화 가족과 외국인 출신 국민이 100만 명에 달한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도 14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사회·문화적 현상들을 제대로 반영해야 제대로 된 교과서가 될 텐데, 기계적 중립성에 지나치게 몰입되다보니 교육행정이 경직된 것 같다. “의회에 들어갔다고 근조 화환을 보낸 지인도 있고, ‘시인은 우주기관인데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 강등됐으니 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신 분도 있었다” 제 시도 정치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시라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다. 10년 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교과서에 실려 온 시들이다. 논란의 과정에서 보수적인 문인들조차도 그렇게 얘기했고, 대다수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시를 빼려고 했다. 이런 걸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는 것을 교육당국이 아직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조금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교육행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 평범한 중학교 국어교사에서 유명한 서정 시인으로, 그리고 정치인으로 변신한 지 불과 한 달 여 만에 일종의 유명세를 치르는 셈이 됐는데 소감을 말해 달라. “다른 사회·정치적 논란처럼 이번 논란도 교과서 채택에 관한 철학과 기준이 아니라, 왜 도종환의 시를 빼려고 했을까? 정치적 의도는 없을까? 이명박 정권에서는 정말 별 일이 다 일어난다…. 이런 식의 소모적이고 정치적이고, 비생산적인 논란이 주류를 이뤘던 것 같다. 그 소모적인 논란의 한 가운데 있었던 당사자로서 스스로 부끄러운 점은 없었는지 많이 되돌아보게 된다. 본의 아니게 대부분의 신문이 사설을 썼을 정도로 큰 이슈가 됐는데, 사태가 일단락이 되고 나니 정말로 많은 부담이 된다. 문학적 유명세와 정치적 유명세는 분명 다를 텐데, 어떻게 다를지 걱정도 된다. 더 정진하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진실하게 살려고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평범한 국어교사에서 유명 시인이 되고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이 참 많았는데 감사드린다.” - 정치에 입문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가 있으면 얘기해 달라. “정말로 우연히 그렇게 됐다. 민주당으로부터 비례대표 제안을 받았고, 고민 끝에 많은 문화예술인들과 상의했다. 반대한 분들도 많았다. 지금도 반대하는 분들이 계신다. 시인 도종환은 죽었다며 근조 화환을 보내주신 지인분도 계신다. 모두가 저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적극적으로 국회에 들어가 문화예술계를 위해 뛰라는 분들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 ‘시인은 우주기관인데 헌법기관으로 강등됐으니 더 열심히 하라’는 말씀으로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격려해 주신 원로 문인도 계셨다. 반대한 분들의 말씀을 깊이 새기고, 찬성한 분들이 왜 국회에 들어가라고 했는지를 되새기며 의정활동을 할 각오를 가지고 있다.” - 정치와 문학과 연관관계가 있다고 보는가. “당연하다.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시인은 언어에 봉사하는 사람이고,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다. 봉사의 대상은 달라도 봉사를 하는 마음가짐과 진정성은 하나다. 진심을 다해 봉사하는 것은 시인이나 정치인이나 모두가 가져야 할 숙명이다. 제가 국회의원을 하면서도 시를 쓰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시인의 세계와 정치인의 세계가 분명히 다르지만, 맞닿아 있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정치가 문학에 관계하는 방식과 문학이 정치와 연관되는 방식은 분명 다르고, 민감한 것들이 많지만, 그 둘 사이가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또 그러면서도 시는 시이고, 정치는 정치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그래서 어려운 것 같다. 고민만 하다가 4년이 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 현재 문재인 후보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데 특별한 인연이나 이유가 있는가.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에 참 많은 욕을 했다. 거리에서도 비판을 했고, 언론 지면을 빌어서도 비판을 했다. 어떤 정부든 공이 있으면 과가 있게 마련인데, 기대가 큰 만큼 비난의 목소리도 컸던 것 같다. 그 비난의 한가운데 있었던 사람으로서, 그렇게 삿대질을 하다 막상 돌아가시고 나니 모든 것이 후회스럽고 한스러웠다. 그 분의 진심을 알아주지 못했던 것이 아팠다. ‘지못미’를 말한다고 해서 그 분이 살아 돌아오시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비록 그 분의 육신은 지키지 못했지만,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꿨던 그 뜻이라도 지켜드리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거 후 시청 앞 노제에서 사회를 봤다. 노무현, 그 분의 뜻을 잊지 않겠다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짐했다. 자연스럽게 노무현 재단 이사를 맡게 됐다. 그리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 문 고문의 슬로건이 ‘사람이 먼저다’인데 감성에 치우치다보니 힘이 조금 약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은 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슬로건을 만드는 데 아주 작은 측면에서라도 관여를 했다. 따라서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국민들께서 평가해 주시리라 믿는다. 유튜브나 SNS를 통해서 직접 영상을 보시고 판단해 달라. 개인적으로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이 은근하게 지속적으로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4년 후 임기가 끝났을 때 최소한 욕은 안 먹는 정치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유일한 목표라면 목표다. ‘소요’의 중심인 이 곳 국회에서 4년 후에 다시 ‘고요’의 중심으로 들어섰을 때 최소한 욕은 안 먹은 국회의원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찬사가 어디 있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계속 노력하겠다.” - 의정활동 중 특별히 치중하려고 하는 분야가 있다면…. “문화예술인들이 마음 놓고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 하고 싶다. 최고은 작가의 죽음 이후 우여곡절 끝에 예술인복지법이 만들어졌는데,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예술인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사회적 논란도 아직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그 중에서도 특히 문인들과 화가들 같은 개인적인 창작에 전념하는 예술가들이 4대 보험 같은 사회복지적 측면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맹점들을 극복하고 예술인복지법에 알맹이를 채우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예술이 발전해야 사회가 발전한다. 창의성이 없는 사회가 어떻게 발전을 꿈꾸겠는가? 문학과 음악과 미술이 없는 세상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예술이 발전하려면, 프랑스나 독일처럼 예술가들의 지위가 높아지고 마음 놓고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게 내가 할 일이다.” -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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