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4호 최영태⁄ 2012.07.23 13:23:58
안철수 교수의 대선전략은 특이하다. ‘無당파-無진영’ 전략이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당을 만들어 4.11 총선에 나가 존재를 입증하지 않으면 대통령에 나설 수 없다”고 했지만, 지금 그는 아무 당도 없이 대선 국면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이경규 사회자가 ‘힐링캠프’에서 “대선에 나올 겁니까”라고 직격질문을 했다는데, ‘안철수의 생각’이 나오기 전이라면 물어볼만한 질문이지만, 책이 나온 뒤에는 무의미한 질문이 돼 버렸다. 책에서 그가 “국민의 찬반에 따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가 책에 밝힌 내용이 많은 찬동을 얻는다면 그는 두려워하지 않고 대선 가도에 오를 것이다. 반대로 반대가 득세한다면 당연히 나올 필요가 없다. 그는 자신에 대해 사람들이 ‘너무 착하고 약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데 대해, "내 경력에 교수보다 경영자 기간 더 긴데, 창업-경영자는 우유부단하면 성공 못한다"고 밝혔다. 결코 우유부단한 성격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착한 것에 대해서는 "선하면서 강할 수 있다"는 말로 대답했다. 금모으기 같은 큰 물결로 나타날지 지켜볼만 책 출간 뒤 그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가는 추세라고 23일 언론들이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4만부가 팔렸는데도 지지율이 벌써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장담컨대, 안 교수의 책은 더욱 많은 사람이 보고, 더욱 많은 찬동자가 생길 것이다. 이는 중요 사안을 폭넓게 들여다보고, ‘상식의 기준에서’ 대답을 내놨기 때문이다. 그의 책을 읽고 “뭐, 이런 주장이 다 있어”라고 책을 내던질 사람도 일부는 있겠지만(특히 ‘지금의 한국이 너무 좋아 죽겠다’는 사람들), 대부분은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릴 것 같다. ‘내편 안 들면 무조건 빨갱이’라는 비상식의 시대가 가고 드디어 상식의 시대가 왔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앞으로 지켜보고픈 것은 안철수에 대한 지지행렬이 과거 IMF 외환위기 때의 금모으기 같은 형태가 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문국현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 대표는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금모으기 같은 형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모으기는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다. 그때 우리 국민들은 너와 나를 잊고 자발적으로 장롱문을 열었다. 수십년간 안 교수를 알았다는 문 대표는 이미 안 교수에게 "골치만 아픈 당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 바 있다. 그의 예언이 현실로 나타날지 아닐지는 앞으로 한두 달 안에 곧 판가름이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