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4호 최영태⁄ 2012.07.26 21:18:42
새누리당 박근혜 경선후보 캠프에서 ‘MB(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지 않으면 안철수 지지율 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의견이 일부 나오는 모양이다. 이는 박 후보캠프의 이상돈 정치발전위원이 26일 “현 정권의 문제에 박근혜 전 위원장이 침묵하면 부동층은 동의로 간주하고 결국 안 원장의 지지가 올라가는 것"이라며 박 전 위원장이 MB정부의 문제점을 겨냥해 부동층을 흡수하는 선거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연합뉴스의 보도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여기서 생기는 의문은, “여기까지 온 마당에, 이제 박 후보가 돌연 자세를 바꿔 MB 공격에 나선다고 해서 사정이 달라질까”라는 것이다. 이는 안철수라는 대안이 최근 완전한 형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대안 없을 땐 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도 일단 대안 생기면 무서워진다 정치에서 대안의 존재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정치적 대안이 없으면 유권자는 대개 정치에서 멀어진다. 지난 4.11 총선에서 민주당의 공천 실패에 따라 “표를 주고 싶은 후보가 없다”는 사람이 많았고, 결국 현 정권의 온갖 실정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이 다시 다수당이 되는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도 ‘대안 부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단 대안이 생기면 유권자들의 태도는 무서워진다. 어제까지는 하릴없이 어슬렁거리던 사람이, 홀연 눈 앞에 목표물이 나타나면 전력질주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대안이 있는 정치판과 없는 정치판은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안철수 뜨기 전에 MB공격에 조금만 더 적극적이었더라도… 박근혜 후보가 주도하는 새누리당은 그간 여러 번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反)이명박 내지는 친서민 입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고, 그 틈을 타고 안철수가 전격 등장함에 따라 지금 대세는 안철수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타이밍을 놓쳤다는 소리다. 이제 와서 MB공격에 나선들 '대세가 바뀌니 또 자세를 바꾸는구만'이라는 소리나 듣기 십상이다. 물론 박근혜 후보 측이 살아날 방법은 지금도 없지는 않다. 자세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복지를 추진하겠다면서도 박근혜 후보가 최근 어느 토론회에서 “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낮추겠다”는 앞뒤가 맞지않는 발언(복지를 하려면 세금을 더 거둬야 하는데 법인세를 낮춰주겠다고 했으니)을 하는 등의 모습으로는 유권자를 끌어안을 수 없다. 암 선고를 받은 환자의 반응은 다섯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거부 → 분노 → 흥정 → 의기소침 → 수용이다. 박근혜 캠프의 홍사덕 공동선대본부장이 안철수의 지지율 상승에 대해 “파도는 계속 치겠지만 우리는 앞으로 나갈 것인 만큼 일일이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데서 해결책을 찾는 게 아니라 ‘거부’하는 자세가 읽힌다.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맞이하는 첫 반응이다. 지금이라도 합리적-상식적-개혁적 보수로 배를 갈아타라 박근혜 캠프가 지금이라도 동력을 회복하려면 현상유지를 원하는 듯한 자세에서 벗어나, ‘개혁적 보수’ ‘상식적 보수’의 힘을 모으는 쪽으로 방향타를 돌려야 한다. 자세를 완전히 바꾸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대안이 없던 상태에서 “그래도 박근혜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던 많은 상식적-개혁적 보수들이 안철수 쪽으로 완전히 강을 건너버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