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4호 최영태⁄ 2012.07.27 12:20:12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에 대한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공격이 요란하다. ‘문재인으로 질 것인가, 김두관으로 이길 것인가’라는 직설적 구호까지 내세워 문재인 지지자들로부터 “너무 심하다”는 반론도 샀다. 김두관 경선후보는 ‘비욘드 노무현’을 주장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과를 넘어서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김 후보가 최근 팟캐스트 ‘나는 친박이다’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과연 노무현의 과를 넘을 수 있을까”라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팟캐스트 인터뷰라지만 오히려 격의없이 얘기한 자리여서 더욱 주목하게 된다. 그의 발언 중 문제 삼고 싶은 것은 세 가지다. 서민적인 건 좋지만 ‘대통령 말투’ 따로 있어 첫째, 김 후보의 어법이다. 김 후보의 말투는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게 특징이다. 노무현의 참여정부에서 크게 문제가 됐던 게 대통령의 말투였다. 서민적이라 좋았지만 “대통령의 말투는 아니다”라는 비난도 많았다. 미국 한 대학의 행정학 강의실에서 있었던 토론 수업의 한 장면이다. 교수가 묻는다. “대통령의 첫째 자질이 뭐냐”고. 여러 대답이 엇갈렸지만 결국 최종 결론은 ‘말 실력’이었다. 왜냐면, 대통령은 다른 게 아니라 말로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말로 국민을, 상대 당을 설득하지 못하면 나라를 이끌어나갈 수 없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거침없는 말투 때문에 한국인이 많은 곤욕을 치렀다면, 아무리 팟캐스트 방송이라지만 김 지사 식의 거침없는 말투는 감표 요인이 될뿐 아니라 ‘비욘드 노무현’이라는 모토에 맞지 않는다. 'FTA로 경제영토 넓힌다‘는 낡은 인식 둘째 한미FTA에 대한 인식이다. 그는 “재재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맞는 소리다. 그러나 또한 “FTA를 통한 경제영역 확대는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FTA를 통해 경제영토를 넓힌다’는 구호는 노무현 대통령의 것이었으며, 이어 이명박 정권도 똑같이 사용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최대 실책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한미FTA의 갑작스런 추진이었다. FTA로 경제영토를 넓힌다는 게 찬성론자와 새누리당의 주장이지만, 예컨대 미국이나 중국과 FTA를 한다고 해서 그들의 경제시장이 우리의 영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식민주의적 주장은 시대착오적일 뿐이다. 오히려 현재의 한국처럼 ‘모든 주요국과 FTA를 맺겠다’는 태도는 결국 이런저런 FTA의 조항이 마구 엇갈리면서 한국의 경제당국이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발목을 묶는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크다. 게다가 FTA는 수출 대기업에는 유리하지만 내수 중소기업에는 불리하다. 즉, 부익부 빈익빈을 돕는 것이 FTA이고, 이는 멕시코 사례 등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김 후보는 좌우명이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 백성은 가난한 것에 노하기보다는 불공정한 것에 노한다)’이라고 했다. 불공정에 노한다면서 “FTA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FTA를 통한 경제영토 확장’이란 구호에 머무는 것이 과연 ‘비욘드 노무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주장하는 2050클럽에 이은 3080클럽 주장은 국민행복에 도움될까 세 번째,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한국을 3080클럽(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8천만 이상)에 가입시키겠다고 했다. 이는 최근 한국이 2050클럽(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 인구 5천만 이상)에 들어갔으므로, 앞으로 통일한국을 이뤄 3080에 들어가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2050클럽’이란 용어에 대해 경제학자 우석훈은 “그런 클럽은 있지도 않고, 의미도 없는 말장난”이라고 비판했다. 2050이니, 3080이니 하는 조어에는 ‘돈 많이 벌고 인구가 크면 최고’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국민소득이 두배로 올라가면 행복도 두배로 올라간다는 게 성장지상론자들의 주장이었다. 지금 한국인은 “과연 그래?”라는 심각한 반문을 던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조 단위의 이익을 올린들 그 이익이 국민의 아래층까지 퍼져가지 않으면 행복 증진에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국민경제에 해악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지구 전체에 식민제국을 건설했던 스페인에 신대륙으로부터 엄청난 금과 은이 유입됐지만(국민소득 숫자는 엄청나게 높아졌겠지만), 결국 그 보화를 왕가와 그 주변인사들이 독점하면서 심각한 인플레이션 등이 일어나 결국 몰락의 길을 재촉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는 현상이다. 현재 한국에서 중요한 것은 747이니, 비핵개방3000이니 하는 숫자놀음이 아니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냐, 3만달러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2만달러냐, 어떤 3만달러냐가 중요하다. 안철수 원장의 책에 이런 숫자놀음이 없는 건 그래서 반가운 일이다. 숫자로 행복을 말하는 것은 낡은 시대의 기준이며 절대로 ‘비욘드 노무현’이 아니다. 김 후보가 정말로 ‘비욘드 노무현’에 걸맞는 공약을 내놓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