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5-286호 최정숙⁄ 2012.08.11 16:50:32
19대 국회에서 조세 전문가인 김현숙 의원과 더불어 새누리당 ‘여성 정책 브레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사가 있다. 여성노동 전문가로 활동하다 정치권에 발을 들인 민현주 의원이 주인공이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민 의원은 최근 ‘경제민주화 1호 법안(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금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횡령·배임죄를 저지른 기업인이 집행유예 처분을 받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이다. 여당 초선 의원의 이 같은 법안 발의는 야당보다 강력한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민 의원은 또 여권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경선 캠프인 ‘국민행복캠프’의 여성특보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대선 경선을 위한 본격적인 선거 운동을 하면서 자신의 공약 중 여성 공약을 세 번째로 발표했다. 일과 가족이 양립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구상까지 민 의원의 역할이 컸다. 스스로 권위적인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편안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한 민 의원이 말하는 경제민주화와 행복한 가정 만들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지난 26일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과 CNB저널과의 일문일답. - 민 의원이 생각하는 경제민주화는 뭔가?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하는 거다. 물론 우리나라가 빨리 성장하는 데는 대기업들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문화나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많이 선진화가 됐다. 이에 따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시장경제의 룰을 세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횡령ㆍ배임죄를 저지른 기업인이 집행유예를 통해 실형을 면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유는? “모임의 운영위원 중심으로 횡령·배임죄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자기가 원하는 법안의 영역을 정하다 보니 공교롭게 1호 법안이 돼 주목 받았다. 하지만 이는 경제 논리와 상관없이 도덕성 문제다. 같은 범죄를 저질렀을 때 누구든 예외 없이 같은 법을 적용받아야 한다. 대기업과 재벌들이 자신들을 겨냥했다고 하는데, 법안 어디에도 대기업이나 재벌에게 가중처벌 한다고 돼 있지 않다. 법 자체가 경제사범에 대한 특가법이다. 경제논리를 떠나서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고 하면 가중처벌이 되는 거다. 경제사범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일정한 금액을 넘는 피해를 준다면 가중처벌 돼야 하고, 실형의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법안 발의 취지다.” - 당내 지도부 중에는 너무 나갔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관행상 강력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확실하게 우리가 개혁 의지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경제사범에 대한 사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지를 표명한 거다. 내가 발의한 법안도 그렇고,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해 이종훈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당의 입장보다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여론을 조성하고 당내 분위기를 만들어가면서 타협점을 찾자는 거다. 법사위에서 다양한 논의를 통해 수정할 수 있고, 불가피하게 피해 보는 분들에 대한 개정안도 낼 생각이 있다. 너무 나갔다는 분들도 기본 취지에는 공감한다. 다만, 너무 무거운 거 아니냐고 하는 거다.” - 우리나라 경제구조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일까?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는 성공했다. 이는 대기업과 재벌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소상공인의 영역에 많이 진출한다. 한쪽에서는 결국 시장성이나 경제적 논리 때문에 이윤 창출이 안 돼 그들이 빠져나갈 거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력을 갖고 진입했는데 성공하지 않을 수가 있나? 외국의 경우 대기업들은 기업윤리와 도덕성, 자존심이 있어서 어느 정도 자기 영역을 지킨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시장원리라고 하면서 대기업들이 모든 것을 독점하려고 한다. 이를 바로 잡으려면 일정 부분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강하게 개입하지 않으면 언제 가능해질지 모른다. 빨리 바로잡지 않으면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 홈페이지에 행복한 가정이 온다(來)는 ‘행가래’가 인상적이다. 얼마 전에는 ‘가족해체비용 연간 13조원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도 개최했는데. “국회 오기 전에 연구했던 내용이다. 토론회에서 가족해체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얘기도 나왔다. 부정적으로 들린다는 이유다. 가족구조가 다양화되는 거라고 얘기하자는 데 동의한다. 현재 다양화되고 있는 가족구조 형태를 사회적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 1인 가구나 미혼모, 미혼부 가구, 이혼한 가구 독거노인 가구 등이 많아지고 있다.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고 있는 이런 다양한 가족구조를 인정해주고 거기에 적합한 정책을 세부적으로 집어넣어야 할 필요가 있다. 가족해체비용이 13조원이니까 절대 해체하지 말자는 취지는 아니다. 현대사회의 가족구조는 다양화되고 있는데 정부정책은 여전히 전통적 가족구조에 맞춰져 있다. 이런 다양한 가족구조를 낙인찍어서 사회의 소수집단화 하는 것은 문제다. 서구 북유럽이 저출산을 슬기롭게 극복한 것은 다양한 가족구조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가야 한다.” - 국제입양에 관한 아동의 보호 및 협력에 관한 협약(헤이그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결의안도 대표 발의했는데 내용은? “평소 아동과 미혼모 인권에 관심이 많았다. 미혼모들의 상당수는 어쩔 수 없이 입양을 보낸다. 그런데 입양됐다가 파양되는 경우도 있고, 나중에 성인이 돼서 친부모를 찾으러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정보체계가 구축이 안 돼 있어서 개인 사비와 노력을 들여 찾아야 한다. 하지만 헤이그협약에 가입하게 되면 정보 구축이 가능하다. 국가와 국가가 보증을 서는 체제다. 이 아이에 대한 어떤 정보를 갖고 있고, 이 아이를 당신 국가에 입양 보내겠다는 정보다. 나중에 성인이 돼서 친부모를 찾고 싶을 때 관련 부처에 가서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직접 양육하는 거다. 지금도 7일 간 입양숙려제가 있다. 미혼모가 자식이 태어난 후 일정 기간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거다. 이 기간을 한 달이나 3개월 정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입양은 어떻게 보면 차선책이다. 헤이그협약 가입을 위해 정부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또 직접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법무부, 외교통상부, 보건복지부 등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복지부 내 독립된 부서도 필요하다. 상임위 때도 장관에게 특별히 부탁했다.”
- 0세~2세 무상보육이 재정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보육에 대한 입장은? “0~2세 무상보육을 놓고 한쪽에서는 포퓰리즘 때문에 하면 안 된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보편적 양육이라는 측면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한다.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것은 0~5세 무상보육 시스템이다. 양육수당을 지급하거나, 어린이집에 보내는 시설비용을 지원해 주는 거다.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거는 재생산의 문제다. 아이들 양육을 위해 출산부터 성장기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원칙이 서면 지원체계를 다양하게 마련할 수 있다. 아이들 보육에 대해 여당과 야당이 합의를 이뤘다는 것은 큰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중복지원이다. 0~2세의 경우는 집에서 돌보면 수당이 안 나오니까 무조건 어린이집에 보낸다. 한두 시간 보내도 정부에서 종일제로 비용을 부담해 주고 있다. 내년부터는 개선돼서 정부가 걱정하는 것만큼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 거라고 본다. 가정에 있는 아이에게는 양육수당을, 시설에 보내는 아이에게는 시설비용을 지원하면 된다. 집에 있는 아동에 대해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확대하는 것도 찬성한다. 포퓰리즘이라고 하면서 이건희 회장 손녀까지 지원해야 하냐고 비난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그들은 민간어린이집이나 공공보육 시설에는 안 갈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영유아정책과 여성정책에 있어 어떤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당에서는 보편적인 생애주기별 보육으로 합의가 됐다. 일과 가족의 양립 관련에 대해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가 문제다. 아버지가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아버지도 출산휴가를 활용하도록 하겠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은 국가들을 보면 노동시장에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정책을 채택해 성공했다. 이에 따라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지고 남녀의 임금 격차가 좁아진 거다. 우리나라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부족하다. 제도는 웬만큼 되는데 활용률이 떨어진다. 일과 가족의 양립 제도, 특히 기업이 참여하는 일과 가족의 양립제도가 실효성 있게 나가야 한다. 어떤 분들은 왜 처음부터 의무화를 안 하냐고 하는데 일단 자율성을 줘서 기업들 스스로 하도록 해야 한다. 그 다음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하면 강력한 유도장치를 마련하겠다.” -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서 여성특보를 맡고 있다. 여성정책에 대한 계획은? “캠프에서 최근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여성정책으로 7가지를 발표했다. ▲맞춤형 보육시스템 구축 ▲방과 후 돌봄 서비스 제공 대상 확대 ▲아빠의 출산휴가 활용 ▲임신 기간 동안 부분적 근로시간 단축제 도입 ▲가족친화적인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가사도우미 서비스 제공 ▲관리직 여성의 일자리 증대 ▲자녀장려세제 신설 등이다. 임신부터 양육까지 국가책임제를 실시하자는 거다. 임신 초기와 말기에는 유산의 위험이 있다. 그래서 근로시간 단축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하자고 얘기했다. 임신 초기와 말기에 필요하다면 2시간씩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내 경험으로 봐도 초기랑 말기에 근로시간을 단축해 주면 일과 가족의 양립이 수월하다. 일이냐 양육이냐를 놓고 가족 간 갈등이 많았다. 여성들의 경력이 단절되는 추이를 보면 결혼식과 맞물린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남녀는 결혼과 동시에 임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임신을 하면 경력이 단절되는 거다. 둘째 아이의 출산을 위해서도 첫째 아이의 출산이 중요하다. 첫 아이가 건강하게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면 여성들이 최대한 노동시장에 많이 참여할 수 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고 사회에 다시 복귀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 여성이 출산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해당 비용을 고용보험에서 지원할 수 있게 해주려 한다. 기업부담이 아니라는 게 중요하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월1회, 1년에 총12회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폰 같은 것도 생각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쉬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개인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시간제 가사도우미에게 활동비를 지급하고 나면 월급에서 남는 게 없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혼자 집에 있게 하면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보호로부터 소외될 수 있다. 그래서 집으로 방문하는 시간제 보육서비스를 생각했다. 단시간을 필요로 하는 전업주부도 시간제 보육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아이들의 연령대에 맞춰 보육전문 자격증이 있는 보육교사가 집으로 방문하는 것 등을 공약으로 만들었다. 학교에서 안전하게 공부를 하거나 예체능을 배우거나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정부 예산으로 생각하고 있다.” - 박근혜 전 위원장이 여성정책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 여성정책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3번째로 발표한 것이 여성정책이라는 것에 놀랐다. 본선에 가게 되면 그때나 하지 않을까 했는데 구체적인 안까지 발표하시더라. 박 전 위원장은 약속을 지키시는 분이다. 박 전 위원장의 강력한 의지를 보고 나 또한 의욕이 생겼다. 그 전에는 기회가 없었는데 요즘은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편하다. 일부에서 얘기하듯이 경직되거나 한 분이 아니다. 솔직하게 말해도 다 들어주신다. 동의하는 부분은 동의한다고 하고, 별로인 부분은 별로라고도 스스럼없이 말씀하신다.” - 박근혜 전 위원장이 여성정책을 펴는 데 대해 ‘결혼도 하지 않았으면서…’라는 공세도 있다. “보좌진이 왜 필요하겠나. 직접 경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고 보좌진의 의견을 들어가면서 정책을 만들어 가면 된다. 특히 여성에 대해 그렇게 얘기하는 거는 잘못됐다고 본다. 그렇게 따지자면 국회의원 중에 취약계층에 대해 속속들이 경험해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국회의원들이 취약계층을 위해 많은 정책을 펴는데 그런 것은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 모든 것을 경험해야 안다는 것은 지나치게 수준을 낮추는 거라고 생각한다.” - 상임위로 보건복지위를 맡고 있는데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아동복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생각이다. 현재 정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실효성은 있는지 챙겨볼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부분은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이다. 복지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이와 함께 복지서비스 종사자들의 열악한 환경도 개선하려 한다. 그 계통에서 일하는 분들도 취약계층에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돌보미 분들은 그래도 부모들이 지극정성으로 대하기 때문에 낫다. 하지만 중증장애인들을 돌보는 간병인들은 처우가 열악해 이에 해당하는 서비스 제도도 점검해 볼 생각이다. 총선에서도 4대 중증질환 급여를 확대하는 공약지킴이로 이름을 올렸다. 중증질환에 100% 건강보험이 적용되도록 노력하겠다.” - 앞으로의 각오는? “여성일자리 제도가 활성화되도록 하겠다. 비정규직이거나 단시간 근로여성들은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돼 있다. 이들을 위해 어떤 식으로 안전망을 구축할지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개정안도 낼 생각이다.” - 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