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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일전 앞두고 ‘토요타의 매국’이 한국인의 허를 찌르다

애국심에 불타는 한국인에게 찬물 끼얹은 “우리는 일본 편 아닌 한국 편”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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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5-286호 최영태⁄ 2012.08.11 16:57:43

토요타다운 기습 광고가 한국적 애국심의 폐부를 찔렀다. 올림픽 축구 한일전을 앞두고 한국인의 반일 애국심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시점에 맞춰 절묘한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9일 한국 전역의 토요타 매장에 내걸린 대형 플랭카드. ‘한국 축구, 신화창조! 축구 대표팀의 사상 첫 메달 도전을 토요타가 응원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 플래카드가 내걸린 사진이 인터넷에 오르자 한국 네티즌의 첫 반응은 “웃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검색어는 ‘토요타 매국’. “토요타가 한일전을 앞두고 한국 축구팀을 응원하니 토요타는 조국을 배신한 매국 기업”이라는 반응이다. '토요타가 매국했다‘는 한국 네티즌의 1차원적 반응들 ‘도요타 매국 기업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본기업이 어떻게 한국을 응원하지? 패기 돋네 ㅋㅋ’란 트위터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다른 블로거 역시 “업계 상위의 기업이라면 이런 짓 안 하겠지만 나락으로 떨어진 토요타 코리아 입장에서는 잃을 것이 없는 좋은 마케팅 수단”이라며, ‘토요타 매국’을 뒷받침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물론 좀 더 신중한 반응도 있다. 한 트위터러는 “흠, 뭐 다들 농담조로 하는 말인 거 알긴 하지만…. 하지만 도요타가 우리나라 축구팀 응원한다고 매국이라니. 그냥 마케팅 차원에서 하는 말인 거 다들 아시자나요(혼자 진지)”라는 반응을 올리기도 했다. 여러 반응이 엇갈리지만, 한국토요타의 ‘한일전 앞두고 한국 편들기’에는 허를 찔렸다고 표현할만 하다. 삼성이든 현대든, 일본 시장을 뚫기 위해 애쓰는 한국 기업들이 일본 도쿄에서 이런 캠페인, 즉 ‘삼성재팬은 일본 축구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라는 대담한 플래카드를 내걸 수 있을지는, 현 단계에서는 ‘가능성 제로’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마케팅 차원에서라도 설명해도 이런 플래카드를 내건 한국 기업은 뭇매를 맞아 존립이 위태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화를 말로만 배운 한국인의 촌티다. 먼저 간을 빼줄 것 같은 염치불고로 상대방이 먼저 간을 빼게 만드는 일본 상술 애국주의 앞에서는 꼼짝 못하는 한국인, 애국심 말고는 전국민을 묶을 수 있는 동원논리를 갖지 못한 한국인에게 불쑥 내민 토요타의 “너희는 못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어” 캠페인은 한국인의 허를 찌른 일격이다. 일본인의 이런 ‘허찌르기’는 꽤 유명하다. 예전에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흉내를 내는 ‘촉살맞은’ 짓을 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은 “저런 경망스러운 총리가 있나”는 것이었지만 다른 평가도 있었다. 한 필자는 “일본인의 저런 면이 무섭다. 저들은 미국으로부터 뭔가를 빼내야 할 것이 있으면 저렇게 체면불고하고 자신의 간을 빼주는 듯한 행동을 함으로써 상대방이 먼저 간을 빼주도록 한다”고 쓴 바 있다. 이번 ‘토요타 매국’의 경우에서도 이런 특징을 본다. 한국토요타의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이 한국말에 능통하고 한국음식-한국음악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한일전을 보면서 한국팀을 응원할 리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한국토요타는 한국에서 뿌리를 내려야 하고, 독일차를 따라잡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한국‘토요타’가 아닌, '한국'토요타가 돼야 하고, 그런 자세가 이번 플랭카드 광고에서 드러났다. 철저한 현지화, 이 정도까지 할 줄 알아야 토요타의 이런 자세는 경험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80년대 미국에서의 이른바 ‘저팬 배싱(Japan Bashing, 일본 때리기)’의 1차 표적이 된 게 바로 토요타였다. 당시 미국 정치인들은 햄머를 들고 길거리에서 공개적으로 토요타 차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일본 제품이 ‘악의 축’이 됐던 시기다. 2009년에는 가속페달 오작동 사태 때는 "미국에서 이제 토요타는 끝난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위기에 몰렸다. 이런 경험을 거치면서 토요타는 ‘철저한 현지화’의 중요성을 정말 뼛속까지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은 역사적인 축구 한일전을 이틀 앞둔 말랑말랑한 시기에 서울 한복판에서 ‘우리는 한국 편’이란 플랭카드로 한국인의 허를 찔렀다. 이게 토요타의 저력이고, 토요타를 간단히 보면 안 되는 이유다. 간-쓸개를 진짜로 빼주는 뼛속까지 말고, 이처럼 뼈대있는 뼛속까지를 우리는 언제쯤 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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