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5-286호 최영태⁄ 2012.08.10 22:53:13
김문수의 멱살봉변과 박근혜 BBK발언 무죄 보도를 보고 그저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여기가 미국이라면?”이라는…. 우선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멱살봉변. 미국의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한 후보가 다른 후보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멱살을 잡혔다고? 멱살을 잡은 그 남자는 아마 미국에서라면 ‘인생에 상당히 금이 가는’ 처벌을 받을 것 같다. 말에 대한 처벌은 거의 없어도 행동, 특히 폭행에 대한 처벌은 무서운 게 미국이다. 대선 후보가 뭔가 말을 했다고 멱살을 잡는다는 것은 개인에 대한 폭행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이 사람을 잘 보라"는 듯이 엄벌을 내리는 게 미국 사법 시스템이다. 미국에선 꼭 대선 후보 같은 VIP가 아니더라도 보통사람의 멱살을 잘못 잡았다가도 엄청 혼나는 수가 있다. 그래서 미국에선 말은 막해도 되지만 특히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 반대로 한국에선 그저 "유감" 표시만 하면 된다. 폭행이라는 게 꼭 당한 사람이 신고해야 하는 친고죄가 아니련만, 이런 '정치적 폭행'을 한국의 사법 당국이 나서서 적극 처벌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물론 그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인종차별 등만 조심하면 말로 처벌받을 일 없는 미국 물론 미국에서도 절대로 다른 사람이 듣는 데서 입밖에 내면 안 되는 말들이 더러 있다. 흑인을 비하하는 따위 발언을 했다가 그 사실이 경찰에 고발되면 단단히 혼줄이 날 각오를 해야 한다. 인종-장애인차별 따위 발언에는 혹독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에 대한 멱살잡이는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똑 같이 화제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 뒤는 좀 다를 것 같다. 한국에선 그저 “유감” 기사로 끝이다. 반대로 미국에서라면 아마도 이 사람에 대한 사법 처벌 기사가 길게 뒤이어질 것 같다. 두 번째로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후보에 대한 무죄 판결. 미국의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가 상대방 후보에 대한 정치적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소송전이 붙어 결과적으로 “무죄” 판결이 나왔다면 이건 너무 당연해서 뉴스도 아니고 그냥 웃음거리밖에 안 될 것 같다. 이번 박근혜 후보에 대한 소송전은 BBK 발언에 대해 정봉주 전 의원에게는 징역형이란 무거운 형벌이 내려졌고, 박 후보에게는 무죄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에, 한 시민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제기했다. 미국에서라면 정봉주 전 의원에게와 같은 처벌이 도대체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 이후의 ‘시민 대리 소송’ 따위도 필요없다. 도대체 상대 당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정치인을 감방에 처넣는 따위의 '역사에 영원히 남을 오판'을 미국 법원이 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경찰 때려도 될 정도로 행동에 관대하지만 말에 대해서는 무서운 한국 미국에서라면 말은 처벌받지 않는다. 반대로 한국에서 말은 ‘사람에 따라’ 처벌이 달라진다. ‘우리 편’이 발언하면 무슨 내용이든 대개는 상관없고, ‘저쪽 편’이 삐딱한 발언을 하면 엄벌을 내린다. 기준은 말이 아니라 사람이다. 미국에서라면 행동은 처벌받는다. 그것도 엄하게. 한국에서도 행동은 처벌되지만, 그때그때 달라지는 기준이 문제다. 미국에서는 멱살을 잡는 그 자체가 처벌 기준이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멱살을 잡는 행동은 똑같아도 처벌은 ‘잡힌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법치가 아니라 인치이며, 법이 사람 밑에 있는 꼴이다. 이래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