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드(void)’란 다층적인 의미가 있는 단어다. ‘빈 공간’이나 ‘공허감’ 또는 ‘~이 하나도 없는’ ‘무효의, 법적 효력이 없는’ ‘무효’ 등을 지칭한다. 컴퓨터 언어로는 ‘새로 시작’이란 의미로도 쓰인다. “빈 공간, 나만의 공간을 찾게 되던 중 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고 보이드가 발전되면서 가시화된 거죠. 이번 전시는 이런 보이드의 의미와 개념을 유추해보는 전시라고 할 수 있어요. 보이드에 중점을 둔 전시죠. 보이드는 의미가 다층적이어서 긍정과 부정을 모두 담기도 하고, 있음과 없음을 관통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요. 이런 다층적인 의미가 예술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동안 도시와 개인 그리고 소외를 주제로 여러 분야의 작가들과 공동으로 협업하고 공공미술 플랫폼을 조성하는 작업을 진행해온 장수종 작가를 셀로 아트 스페이스에서 만났다. 그는 커뮤니티 프로젝트 형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기에, 일상 공간과 지역 주민 그리고 예술가들을 연결하는 매개자이기도 하다. 보이드를 주제로 하는 이번 개인전은 눈으로 확연히 판단이 가능한 이미지만을 보여주던 기존 전시회와는 다르다. 무엇인지 몰라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한편으론 보고 듣고 만지는 체험 전시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인지하는 세상의 공통 코드를 보이드로 보고 있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적 코드가 보이드”라는 그는 이를 소리와 영상 등으로 시각화시킨다. 그 결과물이 이번 전시에 나타난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LED, 모바일 미디어 그리고 실험적인 사진 작업 등이다. 특히 바코드처럼 보이기도 하고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가 되는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제작된 작품에 대해 그는 “모든 빛이 하나로 모이면 흰색이 되고 모든 물리적 색이 모이면 검은색이 돼요. 반복의 역동성이죠. 전시는 소리와 빛 그리고 인쇄 매체의 속성이 모인 탐구와 미디어의 재해석이기도 해요. 앞으로 이런 전시를 계속할 계획이에요.” 다양한 미디어로 혼란스러운 도시 속 우리 지각에 대해 반문하는 그의 작업은 현대 도시의 풍경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이를 정화하기 위한 보이드 코드를 만들어낸다. 결국 그가 전하고자 하는 바람은 하나다. 여러 가지 혼란과 위기의 사회, 대도시 속에서 점점 무감각해지는 현대인들에게 새롭게 시작하자는 메시지, 보이드를 통해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그래서 다시 시작하게 하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빈 공간 통해 ‘보이드’ 전시하지만 그 공간은 그래도 빈 공간 그는 그동안 경복궁, 삼청동, 이태원 지역 등을 돌며 버려지거나 방치된 빈 공간에 보이드갤러리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모은 자료와 작가들을 모아 전시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활동을 벌여 왔다. 그가 얘기하는 보이드 공간을 단순히 빈 공간이 아니라 가능성의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작업이다. 보이드의 의미로 보자면 전시를 하고 있지만 또한 빈 공간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임대 공간으로 비워져 있는 빈 공간에 또 다른 공간을 형성하는 전시도 계획 중이라고 했다.
“앞으로 도심 공간에 나만의 코드를 삽입하는 작업으로 메시지를 계속 만들어 보내고 싶어요. 작품이면서 이미지이면서 시그널로, 또는 그 자체가 미디어가 되고 미디어 자체를 얘기하는 미디어가 되는 거죠.” 이미 우리의 눈을 길들여 온 도시 곳곳의 형형색색 색감과 디자인 등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삭막한 이미지들을 쉽게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보이드를 통해 역설로써 역설을 설명하고, 표현 안 함으로써 표현하는 그의 계속된 노력과 움직임은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그는 청담동 셀로 아트 스페이스에서 8월 1~31일까지, 홍대 인근 대안공간인 FM333.3에서 8월 22~31까지 두 곳에서 전시를 연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