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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 서민’ 김문수·김두관 vs ‘모범 엘리트’ 문재인·손학규

대선 앞두고 내놓은 책으로 보는 각 대선후보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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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8호 최영태⁄ 2012.08.20 13:00:01

선거철이 되면 후보들이 내놓는 책 읽는 것도 큰일이다. ‘선거용’이라는 딱지가 붙었다지만 각 후보의 생각을 비교적 소상히 파악하는 데는 각 후보가 내놓은 책만큼 좋은 자료집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새누리당, 민주통합당의 대선경선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책을 내놓았다. 박근혜 후보만이 예외라고 할 수 있다. 박 후보를 제외하고 나머지 주요 후보라고 할 수 있는 안철수, 김문수,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다섯 후보가 내놓은 책을 총평해 본다. 안철수의 ‘안철수의 생각’ 8월 15일까지 55만부가 팔렸다니 후보들이 내놓은 책 중 단연 발군은 ‘안철수의 생각’이랄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소개가 돼 있으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해도 되겠지만 ‘안철수의 생각’이 공전의 히트를 친 이유는 되짚어볼만하다.

‘안철수의 생각’은 내용-출판시기-책의 형식 3분야에서 압권이랄 수 있다. 안철수에 대한 궁금증이 거의 폭발 직전까지 간 상황에서 책이 나왔으므로 내용을 불구하고 폭발적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책의 형식 또한 압권이었다. 자신의 생각을 주절이 늘어놓는 게 아니라 언론인이 주요 사안을 묻고 이에 안철수 교수가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형식을 취했다. 이 같은 ‘인터뷰 방식’은 요점 정리가 잘 되고, 대화체이므로 이해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줄줄이 내용이 이어지는 서술식 책은 깜빡 졸기 십상이지만, 대화체 책은 상대적으로 훨씬 덜 졸리다. 책의 내용 역시 판매부수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 “기본적으로 보수일 것”이라는 평가를 받던 안 교수가 ‘상식적 판단’에 따라 사안에 따라서는 진보 쪽 주장에 동감하는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으므로 그의 생각에 실망하는 사람보다는 “읽어봐야지”라는 욕구를 더 불러일으켰다는 것도 성공 요인이다. 여태까지 정치인의 선거용 책자가 주로 서술식이었다면, ‘안철수의 생각’의 영향으로 앞으로는 대화식 정치인 책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문재인의 힘 - 사람이 먼저다’ 안철수의 대화식 소통법은 곧이어 나온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의 책 ‘문재인의 힘 - 사람이 먼저다(이하 ’사람이 먼저다‘)’에 영향을 미쳤다. ‘안철수의 생각’에서처럼 전직 언론인이 직접 등장해 질문을 하지는 않지만, ‘사람이 힘이다’는 가공의 질문자가 각 분야에 대해 질문을 하고 문재인 후보가 답하는 형식으로 ‘안철수의 생각’과 비슷한 형식을 취했다. 이런 형식으로 일목요연하게 이해도를 높인 점은 칭찬할 만하다.

이런 형식을 취할만한 것은 문재인 후보의 이 책은 ‘종합 정책집’ 형식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각 분야별로 챕터를 잡고, 질문에 답함으로써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답해야 하는 후보의 역할을 무난하게 해낸 책이다. 문 후보의 정책은 △정치문화 개혁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비례대표 강화) △군인에 대한 처우 개선, 군 복무 중 사이버대학 학점 취득 △설악-평창-금강 관광벨트 조성으로 남북 경협-화해증진 △재벌에 대한 온정적 처벌 금지 △분배를 적대시하지 않는 ‘포용적 성장’ △세금의 3분의 1을 지자체와 공동으로 운영해 지역 균형발전을 추구 △근로기준법 준수로 근무 시간 줄여 일자리 70만개 창출 △광고로부터 언론의 편집을 분리하는 언론 바로 세우기 △집이 필요한 사람에게 ‘응급 주택’을 제공하는 등 주거복지 도입 △노인에 대한 노령연금 확대, 노인장기요양보험 수혜자 확대 △가정폭력-직장성희롱에 적극 대처 △지역 인재채용 장려로 지방대학 발전 등 전반적으로 개혁적, 진보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여러 문제에 대해 잘 정리된 생각을 내놓음으로써 ‘안철수의 생각’보다 한발 더 나아가 확실한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문 후보 진영의 부지런함을 칭찬할 만하다. 단 총망라 정책집의 성격을 띄다보니 감정에 호소하는 측면은 약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문 후보 캠프가 이들 각각의 개별 정책에다가 어떤 포장을 씌워 유권자의 가슴에 가 닿도록 할지가 문 후보에 대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느냐 아니냐의 갈림길이 될 것 같다. 손학규 ‘저녁이 있는 삶’ 현재까지 나온 이번 대선용 캐치 프레이즈 중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 게 손학규 민주통합당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이다. 삶에 저녁이 있으려면 경제적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사회의 문화적 토양도 갖춰져야 하므로, 아주 잘 지은 캐치 프레이즈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조금만 더 허리띠를 졸라라”고 강요해온 성장지상주의가 저녁이 없는 삶을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여권을 공격하는 의미도 있는 구호다.

책에서 손 후보는 “정권교체가 최종 목표가 아니다. 국민의 삶은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고,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권교체는 그것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면서 ‘어떤’ 정권 교체여야 하는지 원칙을 제시했다. 또한 “지금의 종업원 지주제 말고 노동자가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주주로서 발언하게 하자는 것이다. 노동자가 노동자로서 발언할 수 있을 때 헌신과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 노동조합을 통한 경영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조의 경영 참여는 대부분 후보들이 언급하고 있으나, 비정규직이 50%나 되는 현실에서 실현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도 많다. 손 후보 캠프가 구체적으로 어떤 실현책을 내놓을지 기대된다. 이 책에서 손 후보가 역점을 둬 말하는 것으로는 ‘협동조합을 통한 경제 회생’ ‘협동조합 방식으로 중소기업이 연합해 대기업에 대항하는 방식’도 있다. 협동조합 설립을 쉽게 하는 법안을 그가 지난 국회에서 통과시킨 만큼 손 후보는 앞으로 이익추구보다는 고용 증대, 함께 살기에 주안점을 두는 협동조합 방식의 경제 운용 방안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단점이라면 ‘교수님이 학생에게 강의하는 듯한’ 분위기를 말할 수 있다. 교수 출신인 손 교수의 특징이 드러나는 측면이기도 하다. 교수님의 강의는 많은 정보를 줄 수는 있지만 유권자의 가슴을 끓어오르게 하는 측면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손 후보에 대해서는 “말은 잘 하지만 재미는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손 후보 캠프가 앞으로 이러한 콘텐츠에 어떤 외피를 씌워 유권자의 가슴에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문수 ‘김문수는 말한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여권의 대선 주자 중 흥미로운 인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 잘난 사람들’이 모인 것이 새누리당인 만큼 새누리당 후보는 전부 명문대(현재 다섯 후보 중 박근혜 후보만 서강대 출신이고, 나머지 넷은 모두 서울대) 출신인데다 기본적으로 상층부 출신-지향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한때 노동운동의 거물이었던 김 후보는 이 책에서 ‘서민적’이 아니라, 스스로 서민인 풍모를 물씬 풍긴다.

그는 “나는 민생행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민생에서 떨어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는 것, 먹는 것, 입는 것이 다 서민이다” “이발할 때는 목장갑에 자전거를 타고 인근 미용실을 휙 다녀온다”고 썼다. 자전거를 타고 이발하러 가고, 틈만 나면 택시운전사 노릇을 하며 민심을 살피는 게 김 지사의 본 모습이다. 이 책에서 김 지사는 자신이 그간 펼친 도정에 대한 얘기도 꼼꼼히 풀어 놓는다.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 필요한 요구에 맞춰주는 복지 대책인 ‘무한돌봄’ 시리즈를 경기도에서 펼치면서 이룬 성과, 경험 등은 들어볼만 하다. 여권 정치인답게 “신도시는 평택 고덕 지구처럼 일자리가 있어야 하지, 잠만 자는 신도시는 안 된다” 등으로 성장을 통한 복지 확대, 투철한 안보의식의 강조 등도 ‘김문수표 정책’이라 할만하다. 경기도 시찰 중 한센병 환자들만 모여 사는 마을을 예고 없이 찾아가 구체적으로 그들을 도와주는 방책을 끝내 마련하고 만 일화, 그래서 한센병 환자들이 “우리 마을을 높은 사람이 찾아온 것은 육영수 여사 이후 수십 년 만에 처음”이라며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 등은 김문수라는 특별한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김두관 ‘아래에서부터’ 김문수 경기지사가 ‘무늬 그대로의 서민’이라면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는 “뼛속까지 서민”이다. 그는 이 책에서 브라질의 중흥을 이뤄낸 룰라 대통령처럼 ‘출발이 서민이고 끝까지 서민을 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다른 후보들의 책이 ‘정책집’의 성격을 띤다면 ‘아래에서부터’는 김두관이란 사람이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를 알려주는 효과가 있다. 직설적인 표현에 서슴없는 정치인으로서 ‘리틀 노무현’이란 별명도 갖고 있는 김두관 후보지만, 실제로 그의 인터뷰 또는 이 책의 내용을 보면 그에게 격한 성격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새누리당의 아성인 경남에서 야권 출신의 그가 도지사가 됐지만 도청은 온통 새누리당 도의원으로 둘러싸인 상태에서 그가 이 난관을 돌파한 얘기는 들어볼만 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민주당이 다수가 된 서울시의회와 사사건건 대립을 일삼다 결국 중도낙마했지만, 김두관 지사는 ‘취임 뒤 도의회가 열릴 때마다 100% 출석’을 기록하며 무난하게 도정을 이끌어갔다고 썼다. 그는 “비본질적인 문제로 꼬투리를 잡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양자를 분리해 비본질적 문제는 비본질적 방식으로, 본질적 문제는 정공법을 선택해 푼다”고 밝힌다. 민주당 소속 도지사에게 새누리당 소속 도의회는 구체적인 사안을 논하기 전에 무조건 심정적으로 적대의식을 갖기 쉽다. 그러면 도정이 순탄하게 나갈 수 없다. 그래서 김 지사는 도의회에 100% 출석을 기록하면서 비본질적인 적대감을 비본질적 방법으로 처리하고, 구체적인 도정 사안에 대해서는 정공법으로 풀어나갔다는 소리가 된다. 한국의 진보와 보수가 죽기 아니면 죽이기의 진영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현실을 돌아본다면 ‘김두관 식 해결법’이 한국 사회에 절실하게 필요함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혁신은 이론으로 책상에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이해당사자들은 대체로 투박하지만 전문가보다 더 날카롭고, 더 현실적일 수 있다” “방송이 집권당과 대통령을 매일 비판해야, 언론과 정치가 서로 견제하고 으르렁거릴수록 국민들은 행복해진다”는 그의 발언에서 책상물림-엘리트가 아니라 현장지향적이고, 갈등도 잘 풀어갈 수 있는 그의 가능성 역시 보여준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김 후보가 자신의 이러한 측면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림으로써 지지율 반전을 기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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