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8호 최영태⁄ 2012.08.29 13:03:45
한국인의 3분의 2가 “못 살겠다, 갈아보자”를 외치고 있는 가운데 28일 열린 MBC TV의 ‘100분 토론’ 프로그램은 시종 화기애애했다.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네 민주당 후보는 서로 공격을 자제하고 상대방을 치켜세우면서 ‘새누리당과는 다른’ 민주당의 입장을 함께 손잡고 확인하겠다는 듯 비판 없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웃는 얼굴로’ 진행된 이 토론회를 보면서 “너무 한가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졸린 끝에 TV를 끌 수밖에 없었다. 창 밖에선 볼라벤의 아비규환이 그치지 않는데…. 100분토론의 이런 한가한 기획이 민주당의 뜻인지, MBC의 뜻인지가 우선 궁금하다. 흔히 1% 대 99%의 대결을 말하지만, 그건 너무 과장이고, 현실적으로는 한국인의 3분의 1은 행복하고, 나머지 3분의 2는 불행하다고 할 수 있다. 피눈물 흘리는 3분의 2를 끌어안겠다면 이렇게 웃고 있을 수는… 행복한 3분의 1은 ‘제도권 안’에 들어가 보호받는 사람들이다. 공무원, 공기업-대기업 직원, 자격증-부동산으로 보호되는 사람들은 별로 경쟁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 돈이 착착 들어오기 때문에 점점 더 커져가는 한국이 아주 행복하다. 반면 나머지 3분의 2는 ‘줄 밖의 사람들’로, 냉혹한 경쟁에 방패막 없이 노출돼 있다. 동일한 일을 하고도 절반밖에 임금을 못 받는 비정규직들, 저임금-해고위기에 항상 노출돼 있는 중소기업 직원들, 보험도 없이 연명선에 못 미치는 수입을 올리는 자영업자들, 취직 난망의 젊은층 등이다.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다르려면 이들 3분의 2를 끌어안아야 한다. ‘제도권 속 3분의 1’은 새누리당이 너무 포근하게 안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3분의 2를 끌어안는 데는 골치 아픈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먹고 살게 해달라”는 아우성은 거대한 반면, 동원 가능한 재원-수단은 극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도대체 어느 계층을 대변할지부터 분명히 하라 여기서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그야말로 모두가 그냥 낭떠러지에 떨어진다. 사정이 이런데도 28일 ‘100분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는 “나는 아내를 사랑하는 남자”임을 과시했고, 손학규 후보는 노래 솜씨까지 뽐냈다. 우리보다 훨씬 잘 살고 행복도가 높은 나라에도 이렇게 한가한 정치인 토론회는 없다. 정책과 철학이 엇갈리기에, 점잖은 토론 문화를 가진 미국인들도 사안이 대립되면, 상대 말 자르고 들어가기, 소리 지르기, 상대방이 말하든 말든 동시에 말하기 등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토론을 거쳐야 입장이 정리되고, 나갈 방안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도대체 민주당이 언제까지 지금처럼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어느 계층을 대변하는지도 알쏭달쏭한 태도’를 지속할지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