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290호 박현준⁄ 2012.09.03 11:35:13
기원전 216년 칸나이 전투. 남이탈리아의 조용한 평원에서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은 상대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8만 여의 로마군 중 무려 7만여 명을 섬멸한다. 당시만 해도 지중해 최고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춘 데다 한니발이라는 희대의 명장까지 갖고 있었던 카르타고였기에, 로마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BC 202년 자마전투를 통해 전세를 역전시킨 로마는 불과 한 세기가 지나기 전에 카르타고를 멸망시킨다. 각국 사관학교의 필수 교본으로 여겨질 만큼 ‘전투’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둔 카르타고였지만 ‘전쟁’에서는 결국 멸망이라는 최극단의 패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재테크, 왕도는 없는 것인가 삶이 마라톤이듯, 재테크 역시 한걸음에 다다를 수 없다. 하지만 주식 및 부동산 투자를 통해 전설적인 수익을 올린 고수(高手)들의 성공사례와 가까운 이웃의 “카더라” 소식을 접하노라면 내심 조급해진다. 본격적인 저(低)금리 시대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마땅한 투자처가 있을까 싶다. 뭔가 획기적인 투자방법이 있을까 싶어 증권가를 기웃거리다 요행히 수익을 올렸지만, 대출을 동반한 추가투자에 실패해서 반토막이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도 남들처럼 부자가 되고 싶지만, 부자가 되는 길은 너무나 요원한 셈이다. 여기서 질문. 과연 재테크에는 왕도가 없는 것일까. 재테크, 나만의 노하우를 쌓아보자 로마가 사상 최악의 ‘전투’ 패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쟁’에선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 아니라 기본(Fundamental)이 튼실했기 때문이다. 패배를 통해 적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는 생각에 칸나이의 패장까지도 중용했던 관용의 문화, 한니발의 뛰어난 전술을 창조적으로 학습한 지도자의 용기,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하나로 이어준 사회적 연대와 일관성 있는 국가전략.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전투 패배에도 불구하고 전체 전쟁(제2차 포에니 전쟁)에서는 승리할 수 있었다. 자. 우리도 재테크를 자신의 풍요로운 은퇴를 위한 일종의 장기전이라 생각해 보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각각의 투자결과에 그렇게까지 일희일비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부자가 되기 위한 나만의 노하우, 자신만의 투자철학과 저축습관을 기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슈퍼리치란 누구인가 슈퍼리치(Super Rich)는 어떤 사람일까? 여러 가지 정의가 있겠지만 ‘한국의 슈퍼리치(신동일 著)’라는 책에 따르면, 부동산을 포함해 최소 30억 원 이상을 가진 자산가를 일컫고 있다. 책의 저자는 슈퍼리치들이 태어날 때부터 부자인 유산상속형보다 맨바닥에서 스스로 부를 일구어낸 자수성가형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고도성장기에 부동산과 유산으로 부를 증식한 올드리치(Old Rich)와 달리 자신만의 재테크 철학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부를 축적한 노력형 부자들이 많았음을 밝히고 있다. 이에 우리 역시 재테크라는 전쟁에서 승리, 나름의 리치(Rich)가 되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강구해야겠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고 그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겠지만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Rich가 되기 위한 투자습관 첫째, 자신이 원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한다. 인생의 비전이 있을 때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고 성공의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둘째,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다. 예를 들어 ‘올해 종자돈 1000만원 만들기’ ‘대출금액 몇 % 상환하기’ ‘저축비중 및 수익률 몇 %로 올리기’ 등이다. 셋째, 종자돈을 만든다. 투자의 첫걸음은 종자돈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말한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이 절약하는가, 이것이 돈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말이다. 즉 저축을 통해 종자돈을 만들고, 이를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그 시작은 꾸준한 저축이다. 넷째, 돈이 되는 지식을 쌓고, 돈이 따르는 정보를 파악한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투자, 특히 종자돈 만들기에 있어 저축의 중요성은 여전하지만 어떤 저축을 하느냐부터 다양한 금융상품, 세무, 관련 법규, 경제 시황 등 꼼꼼히 따져 보아야할 내용이 많아졌다. 이를 위해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 기타 재테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한 방법이겠고, 본인 스스로의 부단한 학습 또한 필요하다. 다섯째, 자신만의 투자 철학으로 리스크관리를 병행한다. 투자에 있어 레버리지효과가 필요하다면 대출 및 기타 파생상품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본인의 상환능력과 수익률 등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한다. 자신만의 투자철학을 정립하라 정리하자면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여 종자돈을 마련하며, 금융상품을 포함한 각종 투자를 통해 이를 불린 후, 포트폴리오 구성 및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종자돈을 지킨다는 일련의 전략(Strategy)이 필요하다. 물론 개개의 투자에서 뛰어난 전술(Tactic)로 훌륭한 성과를 얻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인생이란 긴 여로(旅路)에서는 궁극적인 목표와 이를 담보할 수 있는 거시적인 전략이 더욱 필요하다. 재테크엔 왕도가 없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이에 필자는 기존의 리치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벤치마킹하면서 가능한 일찍, 자신만의 투자 철학과 투자습관을 정립하길 권한다. 조금 늦더라도 건전한 투자 철학 내지 습관을 마련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승리할 수 있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긴 싸움, 자신만의 전략을 세우고 열심히 실천해 나가 우리 모두 마지막에는 나름의 슈퍼리치가 되어보길 소망한다. - 안지훈 NH농협은행 인천PB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