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290호 최영태⁄ 2012.09.06 17:55:23
안철수 교수는 흔히 외모와 말투 때문에 ‘너무 착한 것 아니냐’ ‘검증 진흙탕 싸움을 견뎌낼 수 있을까’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러나 6일 측근 금태섭 변호사의 전격 기자회견을 보면, 안철수의 카운터 펀치의 위력을 감지할 수 있다. 그간 안 교수에 대한 여권 측의 ‘잽 같은’ 검증 공방에 대해 안 교수 측은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굳이 대응할 필요를 못 느껴서일 수도 있고, 대답을 해봐야 별 효과도 없을 것 같아서일 수도 있다. 방심한 상대에 날려준 ‘큰거 한방’ 그러나 박근혜 캠프 쪽의 정준길 공보위원이 ‘사적이라는’ 전화를 걸어와 ‘여자-뇌물 문제와 불출마’를 거론하자, 기다렸다는 듯 안 교수 측은 불의-회심의 일격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여자-뇌물 문제에 대한 자신이 있어서이기도 했겠지만, 지난 2009년부터 3년을 끌어오면서 양파껍질 벗겨지듯 하나 하나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 민간인사찰 코드를 건드리는 반격이기 때문이다. 장년층 이상에게 민간인사찰은 통치행위로서 별 거 아닐 수도 있지만 20~40세대에게는 그렇지 않다. 국가가 나를 감시한다는 섬뜻함에 뜨악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 세대에게는 "안철수가 사찰을 당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큰 파문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안철수 교수의 결심이든, 아니면 그의 측근의 계산이든, 폭로의 타이밍이라든지, 폭로의 무게감-과감함 등에서 묵직한 수준을 보여준 게 6일의 긴급기자회견이었다. “나 무서운 사람이야” 보여준 긴급기자회견 안철수는 지난 10.26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 번 꺾였을 때 그걸 극복하면서 능력이 검증된다. 난 그걸 해냈다. 대학 있던 분이나 정치만 한 사람보다 내 능력이 뛰어나다. 나는 공적 개념을 지닌 CEO여서 사회공익을 생각하며 수익성 있게 경영해 왔다. 정치만 한 분, 변호사 하다가 시정 하는 분에 비하면 실력 차이가 하늘과 땅이다”라고. 기성 정치인을 저 멀리 아래로 내려다보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베테랑 CEO의 풍모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아무리 착하게 보여도 CEO는 ‘필요할 때 전광석화 같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무대 뒤로 사라지게 마련이다. 안 교수의 말대로 그는 이런 산전수전을 이겨낸 인물이다. 이번 전격 폭로 기자회견 이후로 안 교수를 바라보는 새누리당 사람들의 시각이나, 일반 유권자의 시각이 많이 달라질 것 같다. 그의 펀치력을 증명한 작은 한 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