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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에만 집중조명 하는 ‘나쁜 정치’ 수입되나

‘나쁜 정치 → 범죄 증가 → 불안해 보수당에 몰표 → 나쁜 정치’ 악순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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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9-290호 최영태⁄ 2012.09.07 13:14:45

또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이다. 미국의 의사 제임스 길리건이 쓴 책 제목이다. 성폭력 범죄가 난리다. 대통령이 치안부재를 사과하고, 새누리당에서는 과거 봉건시대에 있었던 궁형(남자의 고환을 잘라내는 형벌)을 부활시키자는 법안까지 내놨다. 섹스와 여자아이와 남자성기와 흉악범죄와… 미디어를 통해 일반인의 혼을 쑥 빼놓기 좋은 주제들이다. 한국 대선에는 공식이 있다. ‘대선 직전에는 대형 스캔들이 터진다’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한국인들 사이에는 갈등이 극대화된다. 공기가 흉흉하고 뭔가 한 건 터질듯한 분위기다. 이럴 때 ‘섹시한’ 주제를 터뜨리면 끝간 데 없이 파급 효과를 누릴 수 있다. 2007년에는 이른바 ‘신정아 사건’이 핵폭탄 급이었다. 올해는 성폭력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여자어린이 대상 성범죄가 일어나니 한국 성인남자들이 모두 유아성폭행에 나선 듯한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TV만 켜면 중고생 소녀들이 엉덩이를 흔들며 섹스 어필을 하는 나라이니, TV 화면과 으슥한 밤거리의 싱크로율이 아주 좋은 나라다. 강호순에 하일라이트 비출 때 성폭력 더 늘어난다면? 통계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성폭행 범죄가 급증했단다. 문화의 영향일 수도 있겠지만 정치의 영향일 수도 있다. ‘수치심을 북돋는’ 문화다. 경제적으로 능력있는 사람을 영웅으로 올려세우고, 돈 못 버는 사람들을 쓰레기 취급하는 문화다. 이런 ‘수치심의 문화’는 보수당 집권 때 더욱 힘을 쓴다. 그래서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는 미국의 공화당 집권 때 자살-살인이 ‘전염병 수준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집중 분석한다.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그런데 웃기는 것은 이렇게 공화당 정권이 ‘나쁜 정치’로 자살-살인 비율을 올려놓으면, 선거 때 유권자들은 또 공화당을 찍는다는 것이다. 몰표를 주면서. 왜냐고? 불안하니까. “없는 자, 유색인종, 범죄자들에 온정적인 민주당은 범죄를 잡지 못한다”는 공화당의 거짓말이 그럴 듯 하니까. 그런 현상이 한국에서 재발될 조짐이다. 모든 성폭력이 포털의 1면에 낱낱이 실리고, 한국인은 불안하고, 야권은 분열 중이고, 새누리당은 궁형까지 불사하면서 성범죄를 자기들만이 막을 수 있겠다고 하고…. 특정 범죄인으로 말하지 말고 통계로 말하라 미국의 경험은 말해준다. 자살-살인 등 흉악범을 줄이려면 민주당이 집권해야 한다는 사실을. 한국의 경험은 말해준다. 한국 미디어가 유영철(2004년), 강호순(2009년), 김길태(2010년)에 열광할 때, 즉 성범죄에 온 신경을 다 쓸 때, 성범죄는 쉬지 않고 쑥쑥 늘어왔다는 사실을. 이는 조명등 효과이기도 하다. 성폭력이 일어나는 밤거리의 전체를 폭넓게 가로등이 비춰주면 성범죄는 줄어든다. 그러나 모든 가로등을 한 군데 모아, 유영철, 강호순, 김길태 등 몇 사람에게만 집중 조명을 쏠 때, 더욱 어두워진 뒷골목에서는 더욱 성범죄가 창궐한다는 사실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말대로, “야유할 때가 아니라 투표할 때(Don't boo. Vot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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