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1호 최영태⁄ 2012.09.10 16:50:09
요즘 TV 뉴스를 보면 웃음이 피식 피식 나온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언급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이라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뉴스가 시작하자마자 “전두환 대통령은 오늘…”이라고 시작했던 이른바 ‘땡전 뉴스’(9시를 알리는 딩동‘댕’ 소리에 이어 바로 ‘전’이 나오기에)’ 시절을 연상시킨다. 꼼수의 제1 철칙 “드러나지 않게, 은근히”를 잊었나? 한국말로 교묘하게 “대통령 후보”라는 조어를 만들어 내고, 그 앞에 박근혜를 붙여 “박근혜 대통령 후보”라고 “대” 자에 액센트를 줘 반복하는 것 같은데, ‘대통령은 이미 박근혜’라는 사운드를 무의식 속에 심으려는 작전인 것 같다. 문제는 너무 속이 들여다보인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선 후보”가 맞는 말일 텐데, “박근혜 대통령 후보”라니….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또는 "안철수 대통령 후보"라고 할지, 안 할지. 무릇 모든 꼼수의 요체는 ‘드러나지 않음’에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 그때 그랬구나”라고 뒤통수를 치게 만드는 게 꼼수의 요체다. 희대의 살인마 강호순에 전국민의 시선이 쏠린 사이, 어느덧 용산참사는 강물에 휩쓸려 떠나갔다는 걸 한참 지난 뒤에야 알게 하는 게 꼼수 아니던가? “박근혜 대통령” 소리가 너무 툭툭 튀어나와 버리면, 너무 재미없지 않은가. 이런 표현을 쓰고도 그냥 넘어가니 한국은, ‘여권 대선 후보 하기 참~ 좋은 나라’다. 미국에서 이렇게 편파방송 한다면 아마도 집단소송 사태가…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쳐 보자, “대선 후보(presidential candidate)”라는 정식 표현이 있는데도 특정 방송이 집권당 후보를 “대통령 후보(President candidate)"이라고 대문자 P처럼 발음한다면, 아마도 ”집권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뻔뻔스런 방송”이라는 비난과 함께 집단소송 사태에 직면할 것 같다. 미국에서의 연구에 따라 TV 앵커맨이 특정 후보를 언급할 때 살짝 더 명랑한 톤을 석기만 해도(시청자들이 의식적으로는 분별하지 못하고 그저 무의식 차원에만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그 방송을 주로 보는 사람의 후보 선호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그래서 정치적 편향성 때문에 비난을 받은 앵커맨도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대선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바꾸는 대담한 용어 변경을 해도, 아무도 뭐라 하는 데가 없으니 참 좋은 나라이기는 하다. 방송국 간부들이 특정 대통령 후보에 잘 보여 길이길이 광영을 누리고자 하는 의지는 알겠다. 그렇다면 좀 더 교묘하게 하길 바란다. 방송들이 오죽 특정 후보를 뛰어주면, '왕도(王都) 대구‘에서도, 보수적인 장년층 중에서 “요즘 방송들이 너무 하는 거 아냐?”라는 소리가 나온다지 않는가. 친여 방송들이여, 좀 더 분발하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