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품들은 불법적인 것을 주로 다뤘어요. 타투와 그래피티는 국내에서 불법적이고 저급문화로 취급되고 있죠. 물론 벽에 그리는 그림과 사람의 피부에 그리는 그림을 캔버스로 옮겨 똑같을 순 없지만 그 느낌을 캔버스에 싣고 싶었어요. 어둡고 칙칙한 느낌의 타투와 그래피티를 밝고 즐겁고 해피한 느낌으로 바꿔보려 했죠.” 그래피티 없이 살 수 없을 만큼 강한 열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후디니 작가를 갤러리 토스트에서 만났다. 개인전이 시작되기 전인만큼 한창 작품 설치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1995년 처음 그래피티를 시작해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며 현재까지 그래피티 작가로 살아오고 있다. “외국 영화를 보면 뒷골목에 그래피티가 그려진 배경이 많아요. 당시 멋있다 생각했지만 뭐라고 부르는지도 몰랐어요. 그러던 중 친구가 가게를 오픈했고 그때 처음으로 스프레이를 이용해 가게 벽에다 그림을 그렸어요. 그때는 이런 그림이 그래피티라는 걸 전혀 몰랐죠. 그래피티의 의미 자체도 몰랐으니까요. 이후에 서서히 빠져들게 되고 결국 지금까지 그래피티를 그려오고 있어요.”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하고 줄곧 그림도 그려왔다는 그는 옷 만들기도 좋아하면서 대학의 의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취업을 해서 의류회사에 디자이너로 들어갔고 일하는 동안에도 줄곧 그래피티를 병행했다. 하지만 그래피티에 더 관심이 많다보니 일에 집중이 안 돼 결국 퇴사하고 그래피티만 하면서 돌아다니게 됐다. “한국에서 그래피티의 출발은 외국과는 달랐어요. 기본적으로 불법적인 그래피티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람들이 지저분하게 생각하는 그런 것들이죠. 태그네임(작가명)이나 스로업(휘갈기듯이 빠르게 쓰여진 면으로 된 그림) 등인데 반면 한국은 좀 더 예술적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 부분에선 반달 작가의 영향이 컸죠. 정말 멋들어진 캐릭터를 그려냈거든요. 또한 보지 못한 스킬로 깔끔하게 그려냈고요.” 생각나는대로 지은 작품명 ‘어디로 가죠 아저씨’ 최근 그래피티는 각자의 특징을 대표하는 기호나 문자뿐 아니라 캐릭터가 나타나는 경향이다. 후디니의 작품을 보면 레터(작품 속 글자)와 함께 귀여운 캐릭터가 눈에 뛴다. 일명 이모티콘 보이다. 대표 캐릭터인 ‘이모티보이’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 개인의 감정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하는 이모티콘을 차용한 것으로써, ‘이모티보이’의 눈웃음(^^)은 어렵고 힘든 현재일지라도 희망과 웃음으로 미래를 열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글자 폰트 디자인으로 시작된 게 그래피티에요. 점점 화려하고 멋있게 변하게 됐죠. 보통 자신의 태그네임으로 디자인하는데 글자 안에는 리듬감과 반복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해요. 일반적인 분들은 글을 읽을 수 없지만 우리는 서로 다 읽죠.” 이번에는 이모티보이뿐 아닌 ‘일본 도깨비(한야)’와 일식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네키네코(복을 부른다는 고양이) 등 일본 스타일을 소재로 한 작품도 있다. 또한 기존 이모티보이의 형식과 타투적인 방식을 섞은 미국식 올드스쿨 타투 스타일의 작품도 선보였다. 불법적인 요소들을 다룬 것이기에 소재 자체들도 주로 타투 안에서 쓰이는 소재들이다. 때문에 타투에서 사용하는 채색방법으로 작업한 작품이 대부분으로 수채화의 방식과 같은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그림이 밝고 행복한 느낌이지만 제목에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래피티적인 그리고 타투적인 작업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작업재료는 아크릴, 스프레이 페인트 등을 사용하고 스텐실 방식을 이용해서 작업하기도 했죠.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 작품 제목은 생각나는 대로 지었어요. 원래 작업하면서 메시지를 많이 담지 않았는데 이번에 일부러 메시지를 많이 넣은 작품도 있어요. ‘이런 개늠들’이나 ‘어디로 가죠 아저씨’ 등이 대표적이에요.” 지금은 세상이 많이 달라져 그라피티를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는 그는 “서로 시기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는데 좋은 방향도 있어요. 충만해지고 다양해지니까요. 시간이 지나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더 많아지고 발전하길 바라요”라고 말했다. 구상 중에 있는 계획이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로, 캔버스가 아닌 또 다른 방식으로 놀라움과 새로움을 줄 프로젝트라고 그는 귀띔했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