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는 총칼 없는 전쟁과 같다는 말은 너무 흔하여 이미 진부하다. 그럼에도 다시 이 말을 화두로 삼는 것은 그 전쟁에 임하는 우리의 태도 혹은 자세가 생사를 놓고 겨루는 치열한 병사의 그것이 아닌 아무 생각 없이 도박판에 끼어든 어수룩한 촌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절해고도에서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이상 인간은 무엇을 얻어내기 위하여 항상 협상이나 흥정을 해야만 한다. 협상이나 흥정은 상대방이 저 편에 있음을 전제로 한다. 즉 밀고 당기기를 해야만 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전쟁 역시 굉장히 과격한 형태의 흥정이라고 할 수 있고 주식투자 역시 협상과 흥정에 의한 극적인 거래라고 할 수 있다. 협상, 대화, 투자, 전쟁 등 상대방이 있는 모든 인간 활동에는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제일의 원칙이 있는데 병법의 대가 손자는 그것을 ‘주도권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정리한 바 있다. 전쟁에서 주도권을 쥔다는 것은 전쟁의 양상을 자신의 의중대로 끌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동서고금의 수많은 장군들이 전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바로 이 주도권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었고 그 방법론이 다름 아닌 각종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에서 주도권을 잃는다는 것은 곧 패배를 뜻한다. 333척의 왜군 전함이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13척의 조선 수군을 치기 위해 의기양양하게 울돌목에 들어선 바로 그 순간 전쟁의 주도권은 이순신 장군에게로 넘어온 것이며 역사는 그 전투를 명량대첩이라고 부른다. 명량대첩의 괴멸적 패배 이후 왜군은 스스로 도발한 임진왜란이라는 전쟁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이 모두가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 까닭이다. 주도권을 잃게 되는 것은 스스로 면밀한 계획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좌충우돌한다거나 상대방의 전술에 현혹되어 상대방의 의중대로 말려들어갈 경우다. 주도권을 획득하거나 확보한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여 강점은 더욱 강하게, 단점은 최대한 보완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주식시장이라는 전쟁터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 역시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주식시장에 주도적으로 대응해야만 한다. 그 장점이란 바로 능동적인 시장 참여 결정권과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 규모다. 능동적인 시장 참여 결정권과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 규모 중요 개인투자자들은 스스로 시장 참여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대단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주 장세가 혼돈스러울 것으로 예상될 때 개인투자자는 쉬어갈 수 있다. 시장 참여 결정권이 전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다. 쉬어가는 것도 투자라는 시장 격언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절대적인 비교우위를 지닌다. 또한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규모는 재빠른 행동을 가능케 한다. 투자규모가 클 경우 매매에 굼뜨게 되는 것은 당연하며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시장상황에서 적은 투자규모가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닌 이유다. 강조하거니와 전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위를 가진 부문을 강화하고 열위에 놓인 부문은 회피하려 노력해야만 하며 그것이 최종적인 승리의 절대적 요건이다. - 박정렬 유진투자증권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