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국토해양부에서 급발진 판정조사단의 첫 번째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사고를 조사한 두 건 모두 운전자의 주장과 달리 모두 운전자의 실수라고 판정한 것이다. 즉 자동차의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각종 언론은 물론 인터넷 등에서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향후 10월에 있을 나머지 두 건의 경우도 같을 것이라고 예측되기도 한다. 사실 국토해양부의 판정조사단 구성은 섣부른 시도임에 틀림이 없다. 몇 가지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를 안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선 여론의 움직임에 힘입어 자신 있게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하여 재연 또는 원인 규명을 하겠다고 나선 점은 큰 실수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급발진 자체가 전자파 등 재연이 불가능한 현상으로 의심되는 만큼 재연이 불가능한 사안이고, 이미 작년에 미 항공우주국 과학자들이 덤벼 해결에 노력했지만 실패한 사례인 만큼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수많은 급발진 사고의 원인이 한 건도 밝혀진 사례가 없다. 밝히기는 어렵지만 “오직 운전자의 실수”로 결정 났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현재의 가장 근접된 정보라는 사고기록장치인 EDR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접근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EDR 정보만 제대로 공개하면 모든 원인이 밝혀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EDR 자료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이번 발표에서도 브레이크 작동 여부가 많이 거론되었으나 브레이크 작동 여부는 EDR에서 오직 밟았느냐 밟지 않았느냐 하는 온-오프만 표시된다고 할 수 있다. 설사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하여도 가속페달과 동시에 밟았거나 깊이 밟지 않아 제동이 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급발진 유형은 운전자의 브레이크 동작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고 가속페달을 낮게 밟고 있는 상황 등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브레이크 동작 여부는 참조 사항만 될 수 있다. 어떻게 해석되든 운전자 자신이 실수를 하지 않았다고 증명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가속페달 안 밟은 것만 정확히 기록하면 돼 얼마 전 급발진 사고를 당한 자동차 전문가인 한양대 오 모 교수의 경우도 CCTV 등에 브레이크를 밟는 모습이 촬영되었으나 가속페달을 동시에 밟은 것이라고 하여도 이를 거부할 증거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결국 운전자 실수라고 판정하여도 운전자는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직접적인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EDR은 에어백이 터지는 과정을 위하여 설치된 장치인 만큼 에어백이 터져야 EDR 기록을 구할 수 있고 미국 등을 제외하면 EDR 탑재가 없는 경우도 많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 판정조사단의 결정이 어느 쪽으로 나건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이유다. 이번과 같이 모두 운전자의 실수라고 판정하면 국민은 자동차 메이커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비난을 할 것이고, 한 건이라도 자동차의 결함이라고 결정하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족한 정보로 인한 결정”이라는 메이커 측의 반발에 따라 전문적인 공방으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메이커 입장에서는 한 건이라도 급발진 문제가 자동차의 결함이라고 결정이 되면 메이커의 브랜드 이미지 추락은 물론 세계적으로 봇물 터지듯 문제가 커져 회사의 존립에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하면 이번 판정조사단은 시작부터 모든 문제를 품고 있었으며 어차피 결론이 나지 않는 불가능한 미제를 풀려 했다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도 논란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면서 정부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을 것이고, 부정적인 시각도 커질 수 있는 만큼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미 전 세계적인 문제인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리고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임기응변으론 안 되니 상설 위원회 설립하라 방안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국토해양부는 몇 건만을 임기응변식으로 조사하는 지금의 합동조사단 형태가 아니라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 위원회 등의 형태로 상시 기구를 설립했으면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자동차 산업 중심으로 각종 법규를 만들어 일반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소홀했다.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고 각종 FTA 등을 통하여 국내 시장이 글로벌 시장으로 편입되고 있는 만큼 여기에 걸맞은 소비자 중심의 자동차 문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자동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제대로 된 소비자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 만큼 주변에 억울한 소비자도 많다. 국토해양부는 물론 한국소비자원, 시민단체 모두에 한계가 있다. 좀 더 소비자 측면에서 배려하고 생각하는 공정성 있는 구성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적 관심사가 큰 급발진 문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 판단하고 규명해야 한다. 두 번째로 급발진 문제는 단순히 한 번만 발생하는 사안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증가할 수 있고 소비자의 불안을 야기하는 핵심이다. 자동차에 포함된 전기전자 장치도 현재의 약 25~30% 수준에서 5년 뒤에는 40%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자파 등에 의한 급발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즉 선의의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억울함을 호소하리라는 얘기다. EDR 자료에 한계가 있고 현재 상태로는 해결이 어려운 만큼 더 확실한 증거자료가 있으면 된다. 우리에게는 최근 애프터마켓용으로 탑재되는 블랙박스가 있다. 이른바 사고영상 저장장치다. 실내외의 영상과 음성을 저장할 수 있고 카메라도 최대 4개까지 장착하는 만큼 기술과 품질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미 작년 국내 시장에서만 약 50만대 이상이 판매되었고 올해는 약 70만대 판매는 물론 해외 수출도 기대되는 품목이다. 이 블랙박스의 기술을 업그레이드 시켜 운전자의 발을 찍는 전용 블랙박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필자가 기술표준원 블랙박스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으면서 블랙박스 업체에 주문한 내용이 바로 발을 찍는 블랙박스다. 올해 중반에 이미 상용화 제품이 나오면서 판매가 되는 만큼 앞으로가 기대된다. 실시간으로 운전자의 발을 영상으로 저장하는 만큼 운전자가 실수하지 않았다는 것을 가장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는 증거자료가 될 수 있다. 여기에 EDR 등의 자료까지 가미되면 충분히 운전자가 승소할 자료가 된다. 자동차 소비자가 서러운 나라 대한민국 운전자의 실수가 없다면 이번에는 메이커가 자동차의 결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수십 년간 해결이 나지 않던 급발진 문제에 대하여 우리나라에서 운전자가 승소하는 첫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앞서 언급한 국토해양부 위원회의 역할을 전체적으로 확대하였으면 한다. 선의의 피해자 구제 방법은 물론 급발진 예방을 위한 운전법이나 예방장치의 의무화 등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차량 과반수가 수동변속기이고 운전법도 한 템포 느린 에코드라이브가 몸에 밴 만큼 급발진 사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에 우리는 급발진이 발생하는 자동변속기가 99% 보급되어 있고 운전법도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 등 3급이 몸에 배어 있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동변속기 보급과 에코드라이브 등의 보급에 힘을 보태야 한다. 또한 운전자가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았을 때 브레이크가 동작되는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등 많은 운전자 실수 요인 등에 대한 예방장치의 의무화도 추진하여야 한다. 판정조사단에서 언급한 EDR의 의무 공개 등도 의미는 있을 것이다. 더욱 진일보된 국토해양부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