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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독도스타일’ 만들면?…″한국인은 프랑켄슈타인“ 고백하는 꼴

한국서 활동하는 외국 연예인의 본국 사랑을 끔찍이 싫어하면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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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2호 최영태⁄ 2012.09.19 13:10:12

진중권의 책 ‘호모 코레아니쿠스’에 재미난 얘기가 나온다. 독일 유학 시절의 어느 날 아프리카 친구가 진 씨에게 묻더라는 것이다. “너는 왜 우리 나라만 물어보고 나에 대해서는 안 묻냐?”는 항의였다. 그때 진 씨는 “대단한 리버럴리스트에 극성 좌파라고 생각했던 나도 무의식 차원에서는 박정희의 자식, 우익 국가주의의 속물에 불과하다는 사실, 평균적 한국인은 박정희가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임을 깨달았다”고 썼다. 맞다. 한국인에게는 이처럼 ‘애국주의적 프랑켄슈타인다움’이 있다. 싸이에 열광하는 뉴요커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코끝이 찡한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싸이는 방송에서 “대한민국 만세”를 한국어로 말하니, 한국인임이, 한국의 대중문화가 여기까지 왔음이 너무 자랑스럽다. 그러나, 자랑스러움은 제발 거기까지만이다. 싸이가 처음이니까 한두 번, “대한민국 만세”를 말해도 미국인들이 ‘한국에서 온 촌놈 같은 외모의 슈퍼스타’이기 때문에 웃고 넘어가지만, 만약 싸이가 틈날 때마다 “대한민국 어쩌고”를 말하는 순간, 그는 “정말 뼛속까지 촌놈”이 되기 싶다. 도대체 대중가요 가수가 애국심으로 무장한다는 게,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입장에서야 당연하지만,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말이 안 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에 국수주의는 독이다 한국인은 벌써 이런 현상을 익히 겪었다. 가수 오디션에 나와 인기를 끈 영국 출신의 아가씨가 런던 올림픽 때 “영국인이라서 자랑스럽다”고 한 말을 놓고 한국에선 난리가 났다. “그럴 거면 영국에서 머물고, 한국에 오지 말라”는 반응들이었다.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외국인 스타들이 많다. 그들이 틈만 나면 자기 나라 자랑을 해대면, 즉 이다도시가 “프랑스 만세”를, 로버트 할리가 “미국이 최고”라고, 유민이 ‘불루라이또 다케시마’를 부른다면,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아예 출신국 정부의 부름을 받고 그런다면, 그 이후부터 한국인들은 그런 연예인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싸이의 강남스타일 자체가 한국 민주화의 성과일 수 있다. 박정희-전두환 시대라면 강남스타일 같은 ‘쫌 이상한’ 연예인의, 저질스런 뮤직비디오를 용인할 수 있었겠냐는 말이다. 한국 정부, 제발 좀 자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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