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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대선 출마한 안철수 후보에 드리는 고언(苦言)

“여론조사 환상은 스스로를 좀먹는 독(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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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3호 김경훈⁄ 2012.09.24 11:48:31

제18대 대통령선거 딱 3개월 전인 9월19일, 대선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를 보며 여러 생각들이 스칩니다. 이미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여부 입장을 밝힌다고 언론에 알렸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지레 출마선언으로 짐작했습니다. 기자도 그 중 한 명이었지요. 이번에도 알쏭달쏭 말투로 얼버무렸다면, 줏대 없는 사람이 될 뻔 했습니다. 군말이 많으면 속말이 없다지만, 아무튼 안 후보 내심은 대선출마였다는 걸 비로소 알았습니다. 여북하면 속사정이 한 둘이 아니겠지만, 한편으론 왜 그 말에 그렇게 뜸이 들어갔는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대선출마 선언 날짜도 대선 3개월 전… 딱 들어맞네요.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네요. 일련의 출마선언 과정이 신비스럽기까지 합니다. 대선 3개월 전, 날짜까지 딱 맞춰 대선출마 선언? 의사, 기업가, 교수에서 정치인으로 막 변신한 안 후보도 잘 알겠지만, 정치는 살아있는 동물과 같습니다. 출마 날짜는 그렇다 치고, 무엇이든 딱 맞추려는 셈법은 정치와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정치는 흐르는 물과 같다고 할까요. 항상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겸손과 무색무취의 봉사, 그릇에 따라 스스로를 맞춰가는 융통성이 있어야 하지요. 고정 프레임에 갇힌 정치행위는 일종의 사치입니다. 구시대 유물과 같지요. 안 후보는 소위 586세대입니다. 기자도 같습니다. 80년대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베이비붐 세대로 지천명(知天命)에 접어들었지요. 흔히 나이 50을 넘기면 지천명이자 지비(知非)라고 하지요. 한마디로 그릇됨을 아는 겁니다. 옳고 그름을 분간합니다. 나설 때와 멈출 때를 압니다. 시대정신을 고민합니다. 이제 집권여당의 박근혜, 제1 야당의 문재인 후보와 건곤일척 한판을 벌일 안 후보에게 동년배로서 두 가지를 고언(苦言)합니다. 첫째, 온실 속 화초에서 야생초로 거듭나세요. 비바람을 맞고 피는 야생초의 빛깔과 향기가 더 값집니다. 생명이 오래갑니다. 그러나 안 후보를 보면 왠지 국민과 동떨어진 괴리감이 풍깁니다. 줄곧 실패를 모르고 달려왔는지 선택받은 사람 이미지만 겹쳐지네요. 길을 헤매 본 사람만이 길을 압니다. 시련의 아픔과 공감해야 합니다. 매화가 뼈를 깎는 추위를 만나지 않았던들, 어찌 코를 찌르는 향기(搏卑香)를 얻겠습니까? 법고창신 간직하고, 닥칠 검증을 에둘러가지 않기를 안 후보는 출마 선언문에서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다’고 했지요.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에게 선택받을 수 있고 변화의 주역이 됩니다. 이번 대선에 떨어져도 정치를 하겠다고 했으니, 모든 걸 내려놓고 오직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정치만 생각하세요. 대권을 물기 위해 지금까지 이를 단단히 갈아왔지 않습니까. 둘째, 신비주의와 여론조사에 대한 환상을 버리세요. 자신의 권력의지가 중요합니다. 일전에 권력은 국민에게서 주어진다고 했는데, 잘못된 생각입니다. 안주하지 않는 도전과 결단이 요구되지요. 인기영합과 신비주의는 스스로를 좀먹는 독(毒)입니다. 대권 길목의 지뢰지요. 여론은 항상 요동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여론조사기관의 연구모델 중 하나입니다. 여론조사와 실제득표의 편차가 크지요. 여론조사에 일희일비 하지 마세요. 여론조사 환상의 늪에 빠져 독자출마나 단일화를 선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절대 초심을 잃지 마세요. 곧 자신에게 닥칠 혹독한 검증을 에둘러가지 말고 솔직하세요. 대변인을 통하지 말고 직접 화법을 구사하세요. ‘재개발 딱지‘ 논란도 솔직히 밝혀야 합니다. 언행일치가 우선입니다. 구시대 정치 타파를 강조했는데,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잊으면 안 됩니다. 실패에서도 배워야 합니다. 개울 수영과 바다 수영은 다릅니다. 지나친 자신감은 피하세요. 승자독식 대권의 바다에서 좋은 결과 얻기를 바랍니다. -김경훈 CNB뉴스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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