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를 선언한 가수 길을 설득하느라 녹화 일정을 취소했다는 무한도전 제작진의 결정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시대에 마치 쥐떼처럼 몰리며 고통스런 삶을 잇고 있는 한국인에게,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제작진의 이러한 정신은 “한국은 그래도 아직 희망을 버리긴 일러”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인기요인에 대한 문화평론가들의 평가는 많지만, 그 중에 눈길을 끄는 것으로는 “가장 신자유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때문”이라는 것도 있다. 서로를 공격하고 약올리고, 곤경에 빠뜨리며 재미있어 하며, 탈락자에겐 벌칙을 주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바로 신자유주의적 세계관, 즉 “각자 알아서 뛰고, 부대끼다가 탈락자가 발생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생존 원칙에 가장 철저한 ‘무한도전’ 그리고 무한도전은 이러한 신자유주의 원칙에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도 철저했다. 서로 불편해하는 정형돈과 하하를 남김없이 까발리고, 멤버들끼리 서로 아쉬웠던 점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듯한 내용을 방송하면서 현대 한국인을 규정하는 삶의 원리를 방송에서 그대로 보여줬다. 이렇게 신자유주의적 무한경쟁을 하면서도 무한도전이 ‘국민 예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한번 연을 맺으면 끝까지 함께 간다”는 무식한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형돈, 정준하, 하하 등이 때로 슬럼프를 보이며 ‘웃기지 못할’ 때, 여느 프로그램이라면 가차 없이 출연자를 교체했을 것이다. 시청률이란 신자유주의 시대의 폭군을 당해낼 자는 없는 현실에서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한도전은 ‘끝까지 함께 간다’는 의리-공동체원칙에 철저했다. 경쟁이란 이래야 하는 것이다. 요즘 안철수 대선 후보가 ‘세컨드 찬스가 있는 사회’를 주장하고 있듯, 철저한 경쟁을 통해 성공한 자는 그 성공의 과실을 즐기고, 진 사람도 승자의 쾌락을 저주하지 않고 “그래, 축하한다. 나는 한 번 더 해볼께”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라야 진정한 경쟁이 이뤄지면서도 굴욕이 없는 ‘공평한(fair)’ 사회가 된다. 끝까지 함께 가는 'no one left behind' 정신 19살 때 치르는 첫 테스트, 즉 대학입시 시험에서의 당락 여부로 나머지 수십 년 인생의 급수를 나눠버리는 한국 사회에서 고통받는 청춘들이 무한도전에 주체할 수 없이 빠져드는 재미를 느끼는 데에는 '끝까지 함께 가는(no one left behind)' 정신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길이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를 함부로 떨구지 않기 위해 바쁜 촬영 스케줄을 하루 접은 무한도전 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