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3호 최영태⁄ 2012.09.27 10:11:34
안철수 후보와 껄끄러운 사이로 알려졌던 윤여준 전 장관이 문재인 캠프에 국민통합추진위원장으로 전격 합류함으로써 그 득과 실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윤 위원장의 합류에 따라 바로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대한 참배 문제, 노태우ㆍ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문제 등이 논의되는 것을 보면, ‘중도를 얻어야 이기는’ 대선 판도에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 것은 사실이고, 앞으로 윤 위원장의 활약이 기대된다. 윤 위원장의 합류에 따라 문재인-안철수 양자의 후보단일화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지만, 윤 위원장 자신이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와의 사이에) 앙금이 있을 수 없다”고 해명해 나름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메시아가 2천년 넘게 안 와도… 유대인은 성공한다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위원장은 또한 안 후보의 대선 출마에 대해 “현실 정치에 메시아는 없다”고 비판했던 것과 관련해서도 “자꾸 메시아라고 기대하면 (안 후보) 본인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기대만큼 실망도 클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좋은 얘기다. 단 칼에 부정의 뿌리를 뽑아줄 메시아를 기다리다가 메시아가 안 나타나주면 극도의 안티크라이스트(anti-christ)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메시아 대망론과 관련해서는 유대인의 경험을 볼 필요가 있다. 유대인은 예수 이후 2천년이 넘게 메시아를 끈질기게 기다리고 있다. 몇 년 기다리다 쉽게 지쳐버리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렇게 끈질기게 메시아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유대인들은 엄청난 피해를 받기도 했지만, ‘미국을 배후조종하는 유대인’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공도 이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메시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메시아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메시아를 끈질기게 기다리면서 노력하는 사람들은, 설사 메시아가 오지 않더라도 스스로 메시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를 만든 것은 ‘고통받는 한국인들’이다. 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면서 반공보수-성장주의 정당을 수십 년 밀어줘도 봤고, 이들이 IMF환난이라는 국난을 일으키자, 개혁진보 정당에도 10년간 정권을 맡겨본 한국인들은, “이래저래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기성 정치인들”이라는 깨달음 아래 “못살겠다, 살려달라”며, 안철수 후보를 불러냈다. 지치지만 않는다면 한국인이 바로 메시아 된다 메시아를 기다리는 한국인의 열망이 안철수라는 메시아를 만들어낸 것이다. 윤 위원장의 말대로 안 후보는 메시아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설사 안 후보가 메시아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윤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기대만큼 실망도 많이” 하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도 없다. “살려달라”는 국민의 열망이 제2, 제3의 메시아를 만들어내면서 유대인처럼 수천 년을 지치지 않을 각오만 하면 된다. 그러면, 아무리 메시아가 오지 않아도 메시아를 기다리는 한국인의 갈망은, 유대인의 성공처럼, 지상에서 이뤄질 수 있게 된다. 그런 면에서, “안철수는 메시아가 아냐”라는 윤 위원장의 말은 절반만 맞다. 중동에는 유전이 있지만, 한국에도 비슷한 유전이 있다. 바로 한국 사람이라는 인적자원이다. 안철수는 메시아가 아닐 수 있지만, 안철수를 불러낸 사람들이 메시아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