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295호 최영태⁄ 2012.10.09 14:19:16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9일 내놓은 ‘북방횡단열차’ 구상의 울림이 꽤 큰 것 같다. 잘 하면 시의적절한 안타가 될 듯 싶다. 그간 ‘섬 아닌 섬’으로 남아 있던 한국을, 북한을 통과하는 열차 등을 통해 드넓은 대륙으로 연결시키겠다는 구상은 줄곧 있어 왔다. “기차 타고 파리 가자”는 염원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염원은 항상 말 수준에 그쳐 왔다. “북한 타도가 먼저”라는 보수-반공 세력의 주장 때문이었다. 과거의 '기차 타고 파리 가자'보다 훨씬 울림 큰 이유는? 그러나 여태까지는 ‘듣기 좋은 꿈’ 정도로 들리던 이런 구상이, 이명박 시대를 지나는 현재 시점에서는 그 울림이 아주 클 수 있다. 현 정권의 경험을 통해 동북아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선 “김일성만, 김정일만 죽으면 북한은 곧 무너진다”는 북한붕괴론이 그 힘을 잃었다. 김정일 사후에도 큰 동요 없는 북한 체제는, 그 폐쇄성과 낙후성에도 불구하고, ‘제풀에 스스로 곧 무너질’ 체제가 아니란 사실을 누구나 알게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대결 정책’을 통해 명백히 드러난 사항은 또 한 가지 있다. 중국이 절대로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초강대국이 뒤를 받쳐주는 국가는 쉽게 주저앉지 않는다. 중국 변수 때문에 미국도 북한에 선제공격을 가하기 힘들고, 한국은 그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북한과의 전쟁을 감내할 수 없다는 사실도 서해에서의 경험을 통해 확인됐다. 이명박 시대 지나면서 현실 확실히 알게 돼 한 네티즌의 댓글은 여태까지의 경험을 잘 전해준다. “대단한 발상, 혁신적인 경제가 바로 이런 거네요. 그런데 걱정되는 게, 김대중 정부에서 경험했듯이 북한이나 중국 자원 뺏어먹으려 무역이나 교역하면 투자금을 놓고서 퍼주었다는 둥, 빨갱이라는 둥 가만히 안 있을 텐데요”라는 댓글이다. 이명박 정부 이전에는 그 어떤 북방 경제 정책을 내놔도, 이처럼 ‘북한 우선 타도론’ 때문에 항상 강력한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지난 5년간의 경험으로, 이런 제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북한과의 평화 유지라는 바탕 아래 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모두 내놓았기 때문에 사실상 논란의 소지가 거의 사라진 상태다. 입장은 비슷하지만 안 후보가 다른 점은, 성장 담론을 북방 경제와 연결시켜 “해양경제권과의 협력으로 산업화 시대를 열었다면, 이제는 북방경제로 한국 경제의 새로운 2막을 본격적으로 열어가야 한다”는 적극적 구상을, 아주 명쾌한 문장으로 내놓았다는 점이다. 비좁은 국내에서의 처절한 경쟁에 풀죽은 한국인들에게 새 꿈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비전이기 때문이다. 이론의 여지가 적은 북방경제 구상에서 세 후보가 공통의 합의를 이끌어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북방경제에서 제2의 블루오션을 일구는 한국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