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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왜 안 되나?” 주장이 말되는 이유

‘소수당의 소수파’ 노무현도, ‘불도저 기업인' 이명박도 안 되니 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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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4-295호 최영태⁄ 2012.10.12 11:59:35

정치평론가 박성민의 ‘정치의 몰락’에 보면 재미있는 분석이 나온다. “1987년 이후 노태우는 다수당의 다수파 → 김영삼은 다수당의 소수파 → 김대중은 소수당의 다수파 → 노무현은 소수당의 소수파로 당선됐다”는 부분이다. 군인이 총칼로 정치하던 세상을 끝낸 이른바 ‘1987년 체제’ 이후 한국 유권자들은 정당을 기반으로 한 여러 실험을 다 해봤지만, 결국 이도 저도 다 아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나라 걱정보다는 제 몫 챙기기가 먼저인 ‘썩은 정치인’ 갖고는 더 이상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한국 유권자의 인식은 ‘소수당의 소수파까지’ 뽑아본 뒤 절정에 달했으며, 그에 대한 거대한 반작용이 “그러면 기업인 출신 대통령은 어떨까” 하는 기대였다. ‘소수당의 소수파’로도, ‘밀어붙이는 기업인’으로도 안 된다면 그 다음은? 이명박 정권 5년이 끝나가는 현 시점의 공지사항은 “부도덕한 기업인 출신 대통령은 절대 안 돼”다. 기업인 출신 대통령으로도 안 된다면 그 다음은 어디로 갈 것인가? 그래서 나타나는 현재의 현상이 “2기 박정희 시대를 열어보자”, “아니다, 비전이 부족해 실패한 노무현 정권의 단점을 보완한 2기 참여정부를 열어보자”로 갈리기도 하면서, 또 다른 거대한 흐름으로 “양당은 똑같이 안 된다. 착한 기업인 출신 대통령을 마저 실험해 보자”는 것이 아닐까.

양자 대결에서 지지율 40~50%를 넘나드는 ‘안철수 현상’은 외국인 입장에서 볼 때는 참으로 말이 안 되는 현상이다. 아무런 정치 경험도, 정당 배경도 없는, ‘착한 기업인’이 국민 절반 정도의 지지를, 그것도 거의 2년이 되도록 꾸준히 지지를 받는다는 현상은 일찍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안철수 현상은 한마디로 “정당, 즉 기성 정치권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바이바이 선언의 다른 표현이다. 헌법이든 선거법이든, 아니면 정치자금법이든 온갖 뒤틀어진 한국의 ‘국민의 귀와 입을 막아야만 21세기 양반들이 계속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놓은 결과가 결국 “낡은 정치인들, 너희는 이제 좀 집에 가줄래?”가 된 것이다. 정치학자들은 입 모아 말한다. “정당 없는 정치는 없다”고. 그러나 한국 정치에 보스는 있었지만, 정당은 과연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런 전문가적 식견을 평민 입장에서 한번 점검해 보고 싶기도 하다. 예컨대 언론 산업에서 과거 방송사-신문사는 정말 극소수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엄청난 자본 투자에다가 ‘관의 허가’ 없이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1인 미디어 시대다. 4명의 ‘스스로 골방 루저들’이 만든 ‘나는 꼼수다’가 영향력 면에서 기성 미디어업계 전체와 맞상대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는, 기존 언론을 모두 접수한 데다가 종편까지 강행 도입하면 한국인의 귀와 눈을 영원히 봉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같은 구시대 인사들에게는 정말로 보고도 못 믿을 현실이다. "정당도 없는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기 이전에… 안철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개인이었다. 이렇게 개인에게 정치적 기대가 몰리는 것은 ‘유럽식 정당 정치’를 배워온 정치학자들에게는 거의 미친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1인 미디어가 현실이 됐듯, 1인 정치, 또는 시민사회의 후원을 바탕으로 대표선수가 정치를 하는 ‘시민 정치’의 시대가 안철수를 통해 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수당의 다수파에서 소수당의 소수파를 지나, 그리고 “부도덕해도 좋다. 먹고라도 살자”라는 거대한 반동에 이어, 이제 한국인들 중 상당수는 ‘모리배 없는 정치’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안철수와 연대해야 하는 민주당은 “정당도 없는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기 이전에, 안철수 현상을 만들고 있는 국민의 거대한 분노부터 읽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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