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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준 작가, 그리지 않고 긁어낸 ‘마음 속 산수’로의 초대

본듯 안본듯 한 산수로 더욱 편안함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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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6호 김대희⁄ 2012.10.15 11:08:46

바쁜 도시생활에 물든 현대인. 언제나 눈에 보이는 건 삭막한 빌딩 숲과 도로마다 길게 줄선 자동차들뿐이다. 최근에는 일도 중요하지만 편안한 휴식과 마음의 안식처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휴일이면 일상을 뒤로하고 자연풍경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굳이 멀리가지 않아도 바로 내 집에서 그리고 눈앞에서 산수를 즐길 수 있다”고 말을 건네는 듯한 작가가 있다. “사람들이 휴식을 위해 좋은 풍경 등을 찾아가지만, 멀리 가지 않아도 이런 산수를 느낄 수 있고, 보고만 있어도 그곳에 있는 듯한 기분을 주고 싶었어요. 각자의 마음을 정화시켜주고 안식처로서 편안함을 주고 싶었죠. 제가 그린 산수에 사람들이 들어가 거닐어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서울 성북구 보문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혜준 작가는 산수를 그린다. 산수이기에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이지만 실제 존재하는 풍경이 아니라 상상 속의 산수다. 그렇지만 어디엔가 있을 법한 산수이기에 전혀 낯설지가 않다. 게다가 다양한 색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그림이 아니라 차분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제 작업은 산이 있고 물이 흐르는 자연풍경에서 시작해요. 실제 산수의 묘사보다 그 대상, 자연을 바라보는 사람의 심상과 관점을 중점으로 작업하죠. 산수화에서는 단순한 자연의 풍경만이 아닌 ‘마음의 풍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동양화를 전공한 그녀는 이전부터 풍경을 좋아하고 항상 그려왔는데 대학시절에는 여러 가지 색도 많이 쓰고 모시나 삼베 등 동양적 재료를 주로 다뤘다. 그러다 졸업전시 때 색을 다 빼고 흑백을 위주로 전시를 했으며 현재도 색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은 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색을 쓰지 않고 절제된 색감의 표현만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차분함과 위안 그리고 치유를 주기 위한 그녀의 생각이기도 하다. 특히 그녀의 작품은 붓으로 그린 산수가 아니다. ‘긁어내기’ 기법으로 작업했다는 점이 일반적인 산수와 큰 차별성을 갖고 있다.

긁어내기로 더 강렬한 표현 “그냥 그린 작품도 있고 붓으로 그린 것과 긁어내기를 혼합한 작품도 있는데 최근에는 긁어내기로 작업한 작품이 대부분이에요. 사실 그냥 그리기만 하면 뭔가 아쉽다는 생각을 했어요. 긁어내기로 입체적 느낌을 주면 더 강렬하고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더라구요. 당연히 그렸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린 게 아니라고 하면 다시 한 번 바라보고 놀라기도 해요.” 그녀가 긁어내기로 작업한 작품들은 붓으로 그린 작품보다 거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세밀하고 사실적인 표현을 보인다. 이 기법은 판화의 긁어내는 기법을 응용한 것이라 한다. 작업방식은 한지 재질의 특성을 이용해 겹겹이 배접한 장지에 먹과 호분을 바르고 말리는 것을 반복한다. 그 위를 긁어서 그림을 그리는데 그전에 밑바탕에 색을 입혀 호분을 긁어내면 색이 나오게 된다. 때문에 실제로 보지 않고 이미지만으로는 긁어낸 입체감이 나타나지 않기에 알 수가 없다. “작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과정은 판을 만들 때에요. 호분을 칠해서 밑판을 만드는데 그때 아교와 호분의 양에 따라 두께가 달라지고 이게 작업에도 영향을 미쳐요. 섬세한 작업이나 구상하고 계획했던 대로 안 되는 경우라 할 수 있죠. 긁어내는 표현에 따라서 다른 작품이 나오기 때문이에요.” 상상 속 풍경이라 갈수록 소재에서 힘들어질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많은 장소를 가보고 나만의 느낌으로 만든 풍경을 그리겠다는 상상을 해 나가야 한다”고 대답했다. 윤 작가는 모시와 삼베 등을 이용해 한국적 느낌이 배어 있는 작업으로 긁어내기뿐 아니라 그리는 작업도 병행하면서 마음을 담은 산수를 계속 그려나갈 계획이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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