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6호 최영태⁄ 2012.10.15 16:56:45
일요일 영업 제한 조치에 대한 코스트코의 ‘무시’에 대해 서울시가 집중단속을 통해 일부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시민을 위한 행정당국의 조치를 특정 업체가 뚜렷한 이유 없이 무시했으니 행정당국 입장에서 행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축산물 보관 과정에 문제가 있어 행정조치를 내렸다니 코스트코는 이런 문제를 착오 없이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언론이나 소비자단체에선 이런 ‘적법한’ 제재를 넘어, “코스트코가 한국 소비자를 노골적으로 무시한다”면서 “현금으로만 결제하게 하고, 딱 한 가지 특정 제휴 신용카드만 사용하게 하며, 매장을 나갈 때 영수증 검사까지 하는 것은 한국인을 무시하고 의심하는 것”이라는 불평을 제기하고 있다. 이렇게 민족주의적인 감정 대응으로 나가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실제로 코스트코에 가본 경험으로 볼 때 코스트코는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완전히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고 있으며, 현금 결제, 특정 신용카드만 허용, 나갈 때 영수증 검사는 미국에서도 동일하게 이뤄지지만, 이런 조치에 대해 미국인들이 “왜 소비자를 무시하고 의심하냐”는 반응을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똑같은 조치에 미국인들 “왜 미국인 무시하고 의심하냐”고 하지 않아 월마트 같은 해외 유수의 유통업체들이 한국에서 모두 철수한 것을 보면 한국 시장, 소비자가 독특하고 유별나기는 한 모양이다. 그러나 월마트나 카르푸 같은 해외 유통업체가 한국에서 철수했지만 그래도 코스트코는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거기에는 코스트코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코스트코에서 아주 인상적인 경험을 했다. 얼마 전 꽤 값이 나가는 치즈 덩어리 하나를 샀는데, 막 차에 실으려는 순간 물건을 잘못 골랐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바로 되돌아가 반품을 요구했다. 그런데, 반품 담당 직원은 알았다고 하면서 돈을 돌려주고, 바로 그 치즈 덩어리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었다. “아니, 왜 멀쩡한 음식을 버리냐”는 질문에 직원은 “단 1분이라도 매장 밖으로 나갔던 식품은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량 폐기를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반품 활용’이라는 한국에서 익히 봐온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원칙에 철저한 물건관리 태도다. 그리고, 이런 코스트코의 태도는 “반품은 절대로 안 해줘”라는 원칙을 무식하게 견지하고 있는 국내 대형마트와도 차별화되는 측면이다. 음반이나 소프트웨어처럼 일단 포장을 뜯으면 상품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미국에서도 반품이 안 된다. 그러나 개봉한다고 가치가 없어지는 게 아닌 나머지 상품들은 미국에서 “이유불문하고(no question asked)” 구입 뒤 2주 이내면 반품해주게 돼 있다. 물건에 아무 하자가 없어도, "샀는데 그냥 마음에 안 들어" "마음이 바뀌었어"라고만 말하면 된다. 철저한 소비자 보호주의다. 미국에서와 똑같은 반품원칙 지키는 코스트코 vs 반품 무조건 안 된다는 국산 대형마트 일전에 모 국산 대형마트에서 인터넷 연결선을 샀다가 집에 똑같은 물건이 있는 걸 알고 반품하러 간 적이 있다. 그야말로 30분 전에 산 물건을 비닐 포장만 뜯었을 뿐이므로, 마트 입장에서는 100% 재활용이 가능한 반품 요구였다. 그런데도 매장 직원은 한사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큰 소리가 오고간 뒤에야 겨우 반품을 받을 수 있었다. 도대체가 소비자보호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게 국산 유통업체의 현실이다. 한국은 재벌이 완벽하게 지배하는 나라다. 물건을 만들고 배달하고 파는 모든 과정이 다 재벌의 손에 들어가 있다. 미국에선 제조 대기업과 유통 대기업이 치열하게 다툼을 벌인다. 월마트 같은 유통 대기업 등살에 제조 기업들이 기를 못 편다는 한탄도 나온다. 미국의 유통 대기업은 수입을 하든,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를 들여놓던, 원칙이 딱 한 가지다. “더 좋은 물건을 더 값싸게(Everyday low Price)”다. 이런 태도는 배워야 한다. 국산 대형마트가 100% 지배하는 국내 시장은 위험하다. 코스트코의 행정조치 무시는 응징해야 한다. 그러나 조치는 거기까지다. “코스트코는 한국인을 무시한다”는 애국주의-민족주의로 언론 또는 소비자단체가 몰고가면 안 된다. 그런 불합리한 태도는 결국 한국 소비자에게 독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