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환자가 사망하거나 병이 악화된 경우 의사의 의료과실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환자는 치료를 받는 도중에는 병원과의 관계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환자가 의사의 과실로 인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과실 있는 의료행위 즉 의료과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번 호와 다음 호에는 의료과오 소송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의료사고에 대한 대처 방법과 설명의무에 대해 다루어 보려 합니다. 먼저 의료사고에 대한 대처방법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의료사고의 특수성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 수준에 맞추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고, 그것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그와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여러 가지 치료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의사의 재량입니다.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의사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의사의 치료행위가 이러한 재량의 범위를 넘어서 과실로 평가되는 것은 실제로 쉽지 않습니다. 또한 의료법 위반 행위가 반드시 의사의 과실로 평가되는 것도 아닙니다. 의사의 의료행위는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의료인이 아닌 이상 의사의 과실을 평가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의료사고가 문제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렇다면 의료사고가 문제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일은 무엇일까요? 진료기록부의 확보입니다. 의료법 제21조에 따르면 의료인은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여서는 아니 되나, 환자의 배우자, 직계 존속·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 존속, 환자가 지정하는 대리인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추어 요청한 경우에는 진료기록부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의료법에서 병원으로 하여금 환자에게 진료기록부를 제공하도록 하여 환자 및 가족의 알권리를 보장한 것입니다. 진료기록부는 의료과실 소송의 핵심입니다. 특히 진료기록부는 사후에 추가로 기재할 우려가 있어, 의료과실이 문제될 경우 즉각 진료기록부를 열람하고 사본을 제공받아야 합니다. 진료기록부 사본 제공 요구에 필요한 서류는 다음과 같습니다(의료법 시행규칙 제13조의 2). (1) 환자 본인이 직접 요청하는 경우 : 신분증 (2) 친족이 요청하는 경우 : 발급을 요청하는 친족의 신분증 사본,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표 등본 등 친족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환자가 자필서명한 동의서, 환자의 신분증 사본 (3) 대리인이 요청하는 경우 : 대리인의 신분증 사본, 환자가 자필 서명한 동의서 및 위임장, 환자의 신분증 사본 위임장과 동의서의 서식은 일반적으로 병원에 비치되어 있고, 비치되어 있지 않는 경우 법제처 홈페이지에서 서식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위의 서류를 갖추지 않은 경우 병원은 진료기록부 사본 열람 또는 등사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친족이나 대리인이 진료기록부를 요청하는 것보다는 환자가 직접 요청하는 것이 더욱 간편합니다.
병원이 진료기록부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의료법 제88조는 위 열람 등 청구에 응하지 않는 의료인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진료기록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 즉시 형사절차를 밟아 진료기록부를 제공받도록 하여야 합니다. 위와 같은 형사처벌에도 불구하고 병원이 진료기록부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의료과실소송 중에 법원을 통하여 문서제출명령, 사실조회 등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진료기록부는(특히 수기로 작성하는 경우) 사후 수정을 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의료과실이 문제된 경우 즉각 진료기록부를 확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형사 사건과의 관계 “의사를 형사처벌 할 수 있을까요?” 의료사고 상담 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의사에게 의료과실이 인정되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물론 형사판결에서 의사가 무죄판결을 받았음에도 민사사건에서는 의사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형사판결에서 의사가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 이 결과는 민사사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 의료과실소송의 실무에서는 의사의 업무상과실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형사고소를 먼저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료관계 소송절차 일반적인 민사소송절차와 동일한 것이 원칙입니다. 의료소송의 특수한 점 위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가. 진료기록의 번역 전술한 바와 같이 진료기록부는 의료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진료기록부에 기재된 의료용어로는 구체적 진료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진료기록 번역이라는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 재판부(법원)에서 피고 측(병원)에게 진료경위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기도 합니다. 나. 신체감정 현재의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신체감정을 통해 환자의 신체의 상태, 질병의 유무, 진단의 적정성, 치료방법과 경과, 의사의 의료과오에 대한 전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의료사건의 경우 대체로 재판의 초기에 신체감정을 실시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다. 사실조회 신체감정과 진료기록부를 바탕으로 법원을 통하여 의료기관에 사실조회를 합니다. 사실조회는 통상 대한의사협회나 대학, 연구소, 대학병원 급의 종합병원에 대해 조회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사실조회를 얼마나 잘 하느냐가 의료과오 소송의 결과를 좌우케 합니다. 필요한 것을 물어보되, 현재의 진료기록부와 신체감정 결과를 통해 의사의 과실을 추론해 낼 수 있는 질문을 해야 합니다. 비록 법원은 위와 같은 사실조회를 재판의 참고사항으로 인정할 뿐이지만, 전문가의 견해이기 때문에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라. 진료기록 감정 의뢰 신체감정, 사실조회의 결과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의사 측이 어떠한 잘못을 범하였는지를 알기 위한 감정입니다. 의료소송은 매우 특수한 영역입니다. 병원이 의료 사건의 기초되는 모든 증거를 가지고 있으며, 당사자로서는 의료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며 진료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하여 모두 의료과실인 것은 아닙니다. 의료과실 소송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굉장히 전문적인 소송입니다. 섣불리 소송을 제기하였다는 패소 후 소송비용 부담이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억울하고 분하기 때문에 병원 또는 의사에게 가서 심하게 항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항의의 정도를 넘어서 업무방해의 수준에 이르는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병원 측이 오히려 환자 측을 형사고소 하여, 향후의 의료과실 소송을 병원에 유리하게 끌어가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