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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수장학회 패착으로 ‘지는 프레임’ 안으로 뚜벅뚜벅

민주당에 큰힘 실어주는 ‘독재 대 민주’ 프레임을 스스로 되살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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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7호 최영태⁄ 2012.10.23 10:03:31

패착도 이런 패착이 없다. ‘독재 대 민주’ 구도라는 박근혜 후보가 절대 피해야 할 대선 프레임 속으로 박 후보가 뚜벅뚜벅 걸어들어간 꼴이다. 올해 대선 프레임은 장수장학회 논란 이전만 해도 ‘중도를 누가 먼저 차지하느냐’ 다툼이었다. 새누리당 박 후보가 야권이 주장해 왔던 경제민주화, 복지, 평화를 통한 성장 등 이슈를 선점하면서 좌클릭을 하는 바람에, 야권과의 차별성이 약해졌기 때문이었다. 유세 초반 박 후보가 대통합 중도 행보를 계속하면서 일정 부분 성과를 본 게 이런 구도 덕이었다. 이슈를 선취당한 야권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과거 잊고 미래로 가자”던 박근혜가 과거사를 전면에 부각시켰으니 민주당은 박정희 등의 군부독재 시절만 해도 힘을 못 쓰던 정당이었다. 원래 민주당의 출발이 호남 대지주 중심이어서 민중-민주적 성격이 약했고, 강한 서민 지향으로 출발한 고 박정희 대통령의 공화당 세력을 당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통성이 약했던 민주당 계열이 힘을 얻은 것은 오랜 ‘반독재 투쟁’을 통해서였다. 군부독재의 악랄함에 맞서 투쟁함으로써 정통성을 확보해온 것이 민주당이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독재 대 민주 구도가 되면, 민주당은 민주 진영의 맏형이 되면서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국민들은, 실상이야 어떻든 인식상으로는, ‘독재 대 민주’의 구도가 끝난 것으로 생각했다. 독재가 종식됐으니 이에 저항한다는 민주당 중심의 단결도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독재 대 민주의 프레임은 국민들 마음에서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새로운 입지를 마련하지 못했다. 새누리당(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성장지상주의에 찬동하는 것도, 반대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면서, 경제난으로 신음하는 이른바 3비층(비정규직, 비경제활동인구, 비임금근로자) 편도 들지 않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당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2002년 노무현의 기적 같은 승리 이후(독재 대 민주 프레임의 해소 이후) 민주당이 줄곧 내리막길을 걸은 배경이다. 박근혜 도움으로 물만난 민주당 그런데 홀연 박근혜 후보가 독재 대 민주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박정희 시대의 인명 경시(인혁당 사법 살인), 사유재산 강탈(부일장학회) 등의 주제를 박 후보 스스로가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 격이다. 경제민주화, 복지, 정의 등 다른 프레임으로는 야권의 대동단결이 쉽지 않다. 정파에 따라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재 대 민주 프레임이 되면 일이 아주 간단해진다. 새누리당을 독재 옹호 세력으로 밀어붙이면서 나머지 민주 세력이 대동단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의 잘못된 현실인식(부일장학회는 강탈한 게 아니라 헌납받은 거라는)이 민주당에게 초대형 선물을 한 셈이다. 그간 안철수 무소속 후보로부터는 정치개혁 주문을, 진보 당들로부터는 "민주당으론 안 된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궁지에 몰렸던 민주당으로선, 이런 구도가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박 후보가 그간 수도 없이 해온 말, 즉 “과거 말고 미래로 가자”를 박 후보가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그리고 이 주제는 쉽게 무대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 박 후보의 앞날이 아주 어두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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