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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석수 줄이자”는 안철수 주장은 전형적인 ‘CEO의 정치혐오’?

국회의 힘 빼면 관료의 힘 더 세지고 4대강 같은 재앙 더 쉽게 일어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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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7호 최영태⁄ 2012.10.24 00:38:30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정치개혁안이 일부 공개되면서 정치권이 시끄럽다. ‘CEO 출신이 정치를 바라보는’ 전형적인 시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일사불란하게 이뤄지는 기업 내 의사결정을 떠올리면 CEO 출신들이 시끄러운 여의도 정치에 혐오감을 갖는 것도 이해된다. CEO 출신 대통령에서 우리가 익히 본 풍경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란 게 원래 ‘일부러 시끄럽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일부러 시끄럽게 만들지 않으면 약자의 의견은 영원히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의 나팔을 권력-금력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시끄럽지 않으면 세상은 조용히 썩는다. CEO 특유의 정치혐오를 가장 반기는 것은 힘 있는 사람들 CEO 특유의 정치혐오가 위험한 것은 “더러운 정치인”이라고 욕하는 사이에 유권자들이 투표함을 멀리하게 되고 그새 수구세력은 쾌재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간 수구 정권이 조장한 정치혐오증 탓에 한국 정치는 기형아가 돼 있다. 정치권 쪽으로 돈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 놓았기에, 부자 아빠를 둔 사람, 돈 잘 버는 배우자를 둔 사람, 자격증으로 돈 벌 수 있는 특권층(변호사 등) 만이 정치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있는 사람만 정치를 하는 구도를 누가 좋아하나? 미국 정치에는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로비스트들이 뛰고 일반 국민은 정치후원금을 얼마든지 낼 수 있다. 딱 한 가지만 지키면 된다. 정치자금의 투명성이다. 미국 정치에서도 군수산업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고, 전쟁에 돈을 쏟아 붓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 그러나 적어도 관료-재벌-정치인이 짜고 수십조 원의 국가예산을 몰래 자기들 호주머니로 쓸어 넣는 일이 한국처럼 상시적으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의회가 막강하게 예산 편성권을 갖고, 의원-보좌관들의 빵빵한 실력이 관료들을 뺨치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가 좋은가, 아니면 정치권으로 돈이 못 들어가게 꽁꽁 막으면서 특권층에게 전권을 내주는 한국 정치가 좋은가. 돈 많이 쓰고 힘센 미국 의회가 좋은가, 돈 많은 사람만 들어가는 한국 국회가 좋은가 지금과 같은 한국의 ‘가난한 정치’로는 선출직 국회의원이 비선출직 관료에게 백전백패다. 정치권에 들어가는 수천억 원이 아까운가, 아니면 관료의 힘을 바탕으로 소수 정치세력이 4대강에 수장시킨 22조 원이 더 아까운가. 정치권-정당에 들어가는 수천억 원을 줄여 민생에, 일자리 개발에, 청년고용에 쓰자는 안철수 후보의 주장에 이런 반론을 하고 싶다. “정치-정당에 들어가는 수천억 원을 줄여 일자리에 쓸 생각 말고, 정치권에 몇 조라도 좋으니 돈을 풍부하게 공급해, 4대강 공사처럼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공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할 정치를 생각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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