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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국제도시 영어공용화, ″아니, 이렇게까지″ 신음 나올 정도면 찬성

외국인이 영어 쓰기 좋은 곳 아니라 한국인이 국제표준 배우는 보범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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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7호 최영태⁄ 2012.10.25 13:56:15

송도국제도시를 영어공용화로 만들자는 아이디어에 ‘조건부 찬성’을 붙여본다. 한국 안에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지역이 생겨 그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의식이, 마치 한국인이 미국에 갈 때처럼 달라질 수 있다면 찬성이라는 소리다. 한국인이 미국에 가서 생활한다면, 여러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길거리에서나 식당에서 담배를 피우면 벌금이고, 공원에서 맥주 캔을 따면 벌금이고, 일단정지 도로표지판 앞에서 완전 정지를 안 하면 벌금이며, 건널목에서 행인을 보호하지 않으면 바로 벌금이며, 술 먹고 비틀거렸다간 바로 경찰관에게 잡혀갈 수 있다는 그런 조건들 때문이다. 송도를 영어공용화 지구로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그야말로 “영어를 위해서”라면 반대다. 영어 전용 도시를 만든다면 한국인보다는 그 안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며, 고용이 발생한다 해도 영어를 잘하는 특수층에게 먼저 순서가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어가 생활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미국식이든 유럽식이든 기초질서를 꼭 지켜야 하는 공간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찬성하고 싶다. 외국인 살기 좋으라는 영어공용화 아이디어에는 반대 선진국에서 오래 살다온 사람이 볼 때 한국은 기초질서가 없는 나라다. 교통신호등은 버스 운전수에게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건널목은 보행자를 위한 전용 공간이지만 한국에선 차가 지나가시기 전에 감히 먼저 건너려 들다가는 운전자로부터 “죽을라고 환장했냐?”는 욕을 먹기도 한다. 일단정지(Stop) 도로표지판이 있어도 그 앞에서 완전정지를 하면 뒤에서 바로 “빵”이 울리고, 고속도로에서는 조금만 앞차와의 간격을 벌리면 바로 뒤에서 번쩍번쩍 난리다. 미국에서도 이런 ‘크레이지 운전자’를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만날 수 있지만, 평소에는 그냥 내 속도로 달려도 모욕당할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고위 공무원이건 아니건 교통질서를 위반하면 법에 정한대로 처벌하는 게 미국식이다. 송도국제도시에서는 지위나 빽에 상관없이 누구나 경찰로부터 같은 대접을 받는 광경도 상상해 본다. 횡령이든 성희롱이든 못된 짓을 한 공직자나 기업인은 대중이 영원히 그 얼굴을 다시는 볼 필요가 없도록 확실히 처벌해주는 미국식 사법 시스템이 적용되는 송도 특구도 상상해 본다. 송도국제도시가 이처럼 국제표준이랄 수 있는 기초질서를 특구로서 지키는 지역으로 키워진다면, 그래서 한국의 다른 지역도 “그래, 우리도 이제 지킬 건 지켜야지” 하는 염치를 갖게 만드는 모범 도시가 된다면 그걸 위한 영어공용화에 찬성하고 싶다. 송도 영어공용화에 대한 재미있는 공적 토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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