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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소안 작가, 껍질 살아 숨쉬는 ‘에로틱 소나무’

동양 소재에 서양 물감으로 독특한 소나무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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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8호 김대희⁄ 2012.10.29 10:49:37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늘 푸른 나무라면 가장 먼저 소나무를 떠올리게 된다. 주로 솔나무, 송목, 적송, 육송 등으로 부르며 송유송, 여송, 자송, 청송 등으로도 부른다. 소나무는 높고 굵게 크는 나무로 우리나라 나무 가운데 은행나무 다음으로 큰 몸집을 갖고 있다. 또한 소나무 목재처럼 오랜 세월을 통해서 다양하고도 폭넓게 이용된 나무는 없다고 한다. 때문에 소나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무 중 최고로 손꼽힌다. “소나무는 항상 푸르고 향이 진해요. 하지만 뿌리가 강하지 않아 태풍에 약하더군요. 소나무는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얘기도 있고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소나무가 가장 잘 생겼다고 해요. 소나무는 많은 화가들이 그리고 있고 또 그리고 싶어 하는 소재입니다.” 부암동 작업실에서 만난 홍소안 작가의 방에는 왠지 모를 솔향기가 가득하게 느껴졌다. 캔버스에 담겨진 그림 속 소나무지만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푸른빛으로 당당한 기백이 마음까지 상쾌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림 속 소나무 껍질이 실제 소나무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20년 넘게 소나무만 그려온 그는 자연스레 ‘소나무 작가’라 불리게 됐다. 소나무를 그리기 위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팔도를 다 누비고 다녔을 정도다. 직접 스케치해 오거나 사진으로 촬영해 온 소나무의 모습을 그린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현실에 있는 풍경 속 소나무를 그리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자신이 만든 기법으로 자신만의 소나무를 그려낸다. 여기에 소나무를 마치 사람에 비유해 사랑을 넣은 독특한 발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 소나무는 세상 어딘가에 있을 듯 없을 듯 우리의 상상을 자극한다. “국내에는 경남과 경북에 소나무가 제일 많아요. 제주도 빼고 전국을 다 돌아봤죠. 계절별로도 다녀요. 가을이 스케치하기가 제일 좋고 여름이 제일 힘들어요. 소나무를 그리다보니 애착도 많아졌는데 사람의 형태로 사랑을 표현한 작품이 ‘에로틱 소나무’ 시리즈에요. 소나무 형태를 변형시켜 그린 거죠. 실제로는 없는 소나무지만 있을 법도 한 모습이죠. 소나무의 형태가 참 다양한 것을 보고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의 신비스러움을 느끼기도 했어요. 실제로 가서 보지 않으면 얘기를 할 수 없어요.” 서양의 색감에 동양적 정취 어우러져 무엇보다 그의 그림이 다른 소나무 그림과 달리 살아 있고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남들과 다른 그만의 제작기법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는 풍경을 주로 그리며 수묵으로 시작했지만 아크릴을 도입해 소나무를 그린다. 한국적인 소나무의 모습으로 우리 정서와 느낌이지만 재료는 서양의 아크릴을 사용하기 때문에 서양의 색감에 동양적인 정취가 잘 어우러진다. 특히 캔버스와 천을 이용해 물감을 칠한 후 문질러 크랙을 냄으로써 입체적인 요소를 추가하고, 자신만의 색과 마티에르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독특함을 표현한 그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다.

“그동안 수묵이나 나이프로 긁어내는 작업을 했어요. 어느 날 물감을 칠하고 마른 다음 밟아보니 물감들이 갈라지면서 크랙이 생기더군요. 이걸 작업으로 이용해보자 했고, 소나무들의 잔가지나 소나무껍질로 표현하게 됐죠. 캔버스에 금사천이나 은사천, 광목천 등을 씌우고 위에 물감을 칠하고 긁어내고 크랙을 주기도 하면서 작업하고 있어요. 물감이 많이 묻으면 부서지기도 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노하우가 생겼죠. 다양한 방식으로 그리려 노력했어요.” 그는 그림을 그리기 전 크랙 작업을 먼저 한다. 천 위에 물감을 칠하고 물감이 건조된 후 손으로 일일이 구겨서 크랙을 만든다. 이렇게 갈라진 선이 나타내는 형태를 기준으로 소나무를 구상한다. 소나무의 질감을 구김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는 한 번에 여러 작업을 한다. 마르는 동안 다른 작업을 할 수밖에 없기에 자연스레 작업량이 많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 열정으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크랙 위에 소나무를 그리고 나면 캔버스를 붙인 천 뒤에서 색이 스며들도록 칠한다. 앞에서만 색을 칠하는 게 아니라 앞과 뒤에서 색을 칠하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서 덧칠한다. 화면상에서 거리감을 나타내는 요인이기도 하다. 앞에서 진한 색으로 칠한 소나무는 가까이 보이며 뒤에서 스며들며 옅어진 색은 먼 거리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나무의 싱그러움을 표현하고 담아낸 만큼 소나무의 정기와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소나무를 그려왔지만 아직도 어렵다는 그는 언제나 독특한 소나무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에로틱 소나무가 나온 계기도 여기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앞으론 도심 속 소나무 그리겠다” “자연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지만 있는 그대로를 그리면 사진과 다를 바가 없어요. 자연을 바탕으로 하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그린 소나무를 만들고자 했어요. 소나무는 누구나 그리지만 홍소안의 소나무를 통해 기운과 기쁨 그리고 행복을 느꼈으면 해요.” 그는 앞으로 자연 속의 소나무가 아닌 도심 속 소나무도 그려보고자 한다. 건물과 어울리는 구도의 소나무를 찾아다니면서 에로틱 소나무 시리즈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좀 더 다양한 천을 이용한 작업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소나무는 오래될수록 멋있어요. 정말 다양한 모양과 형태가 보는 이들을 압도하죠. 그리고 운치도 있고요. 큰 대작 위주의 작업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우리는 오래 살수록 욕심과 이기주이가 팽배해지기도 하는데 소나무는 언제나 변함없이 푸른 모습이죠. 소나무처럼 살 순 없지만 닮아가고 싶어요.” 많은 사람과 함께 즐기는 미술을 추구하며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홍소안의 소나무 작품은 11월 1~12일 진주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한국의 소나무 - 아름다운 사계의 바람’에서 만날 수 있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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