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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야심작 파사트 “최하위” 수모

미국 최대 자동차 전문지 “독일차가 왜 독일차답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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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8호 최영태⁄ 2012.10.29 11:51:41

폭스바겐코리아가 지난 10월 16일 내놓은 신형 파사트(The new Passat) 2.5 가솔린 모델이 미국 최대 자동차 잡지의 도로 테스트에서 최하위에 머물러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형 파사트는 폭스바겐이 미국 시장을 비롯해 세계 주요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내놓은 야심작이다. 그간 파사트는 미국 시장 등에서 ‘패밀리 세단 중에선 고급’이란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값이 비싸 판매댓수가 많지 않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를 지향하는 폭스바겐은 이런 단점을 타개하기 위해 과거 독일에서 디자인한 파사트를 미국에 가져다 파는 방식에서 벗어나, 2013년형부터는 아예 처음서부터 ‘미국에서 디자인하고 만들어 미국인에게 판다’는 방식을 택했다. ‘뉴 파사트’가 탄생한 과정이다. 이런 과정 때문에 올해 내내 신형 파사트는 미국 언론들에 의해 화제의 차로 취급됐으며, 그간 여러 도로주행 테스트에서도 나름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그러나 미국 최대의 자동차 전문지인 ‘카 앤 드라이버(Car and Driver, 월 123만 부)’ 최신호의 테스트에서 뚝 떨어지는 낮은 점수로 경쟁 차종에 밀리면서 최하위로 떨어져 흥행 돌풍에 일부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돌아온 챔피언’이 왜 이 모양?” 카 앤 드라이버의 전문 평가진은 이번 테스트에 앞서 현대 쏘나타와 신형 캠리를 뉴 파사트와 대결시킨 적이 있다. 그때는 파사트가 이 둘을 모두 물리쳤다. 10월호에 공개된 두 번째 대결은 모두 2013년 신형들과의 대결이었다. 상대는 포드의 퓨전(Fusion),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였다. 엔진-샤시 성능, 주행성능, 제동력, 승차감, 소음 등 22가지 기준으로 평가된 성적표에서 파사트는 240점 만점에 178점에 그쳐, 최고 점수를 받은 혼다 어코드의 211점에 33점이 떨어지는 ‘독일차답지 못한’ 점수표를 받아들었다. 2위 퓨전은 202점, 닛산 알티마는 191점이었다. (도표 참조) 뉴 파사트가 이렇게 형편없는 점수를 받은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평가진의 불평은 “독일차가 왜 독일차답지 않냐?”는 것이었다. 과거 독일 디자인 파사트와는 달리 ‘미국 디자인 파사트’를 월드카로 내놓는 바람에 미국인이 좋아하는 특징들, 즉 널찍한 실내, 경쟁력있는 가격에 맞추다보니 독일차 특유의 스포티한 맛이 사라져버렸다는 평가다. 이 잡지의 기사는 “도이체 방크(독일 은행)의 로고가 박힌 시계를 대시보드에 설치하는 등, ‘이 차는 독일차’라는 점을 눈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제 승차감은 그렇지 않아 실망감만 숙취처럼 남는다”고 평가했다.

실내 넓고 트렁크도 가장 크지만… 파사트는 넓은 실내가 좋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뒷좌석은 미국 성인이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또한 샤시 성능도 좋아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해 달리는 슬라롬 테스트에서도 최고 속도를 보여줬다. 그러나 장점은 여기에서 그쳤다는 평가다. 공학적으로 훌륭한 샤시에도 불구하고 한국-일본산 중형 세단과의 가격경쟁을 위해 가격을 끌어내린 탓인지, 실내 마감 플라스틱은 값싸 보이고, 밋밋한 디자인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한국인이 가장 중시하는 스타일링 부분 점수에서 파사트는 실내 스타일링에서는 물론 실외 스타일링에서도 모두 최하점에 그치는 굴욕스런 점수표를 받아들었다. “스타일링이 워낙 밋밋해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혹평을 평가진은 내놓았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해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데 필요한 시간을 재는 테스트에서도 파사트는 가장 느렸으며, 최고 스피드 경쟁에서도 꼴찌였다. 우수한 성적은 급정거 제동거리가 가장 짧다는 정도였다. 이런 특징 때문에 한국인이 상대적으로 값비싼 외제차를 사는 가장 중요한 두 목적이랄 수 있는 △승차감 △스타일링 두 항목에서 파사트는 큰 점수 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달리는 재미(Fun to Drive)의 평점이 25점 만점에 파사트가 15점에 불과한 반면, 1등에 오른 신형 어코드는 23점으로 거의 만점에 가까웠다는 점을 본다면, 그 실망감 정도를 알 수 있다. 결론에서 이 잡지는 파사트의 장점으로 △수영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실내공간, 좋은 서스펜션, 큰 연료탱크를, 단점으로는 △핸들링이 불편하고, 신음소리를 내는 5실린더 엔진은 파워가 부족하고, 마른 식빵처럼 평범한 스타일링을 들었다. 그리고 총평에서는 “공격적이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는 말을 남겨 놓았다.

종합 1등에 오른 혼다 어코드에 대해 기사는 “대문자 H가 컴백했다”는 호평을 내놓았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갑’ 대접을 받아온 혼다는 작년과 올해 미국 언론으로부터 많은 혹평을 받았다. 지나친 원가 절감으로 신형 모델의 성능이 구형보다 오히려 더 나빠지고, 달리는 재미를 중시하던 ‘혼다 정신’에서 멀어졌다는 원성이었다. “빅 H가 돌아왔다” 새 어코드에 호평 그러나 태국 홍수의 피해, 일본 원전 사고의 피해 등으로 정신을 못 차리던 혼다가 마침내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는 증거가 2013년형 어코드라고 평가진은 의견을 모았다. 파사트가 미국인 취향에 맞추기 위해 실내공간 등을 키운 반면, 어코드는 전혀 다른 접근을 했다. 민첩함을 위해 차 외형 사이즈와 무게를 크게 줄인 반면 실내공간은 줄이지 않았다. 덕분에 종전 8세대 어코드보다 신형 9세대 어코드는 차 길이는 3.5인치, 차 폭은 1인치 줄어들었고, 몸무게를 45kg 감량했다. 평가진은 이번 테스트에 동원된 어코드는 전동 선루프 등이 장착돼 중량이 가장 가볍지 않으면서도 실제 주행에서는 가장 가뿐한 차로 느껴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차를 모는 재미 항목에서 거의 만점을 받은 비결이었다. 어코드는 또한 급발진 능력(정지 상태에서 시속 30마일까지 오르는 데 2.3초)이 최고였고, 급제동 거리도 가장 짧았다. “퓨전이 오히려 독일차 같아” 2등에 오른 포드 퓨전도 눈길을 받기에 충분했다. 2013년형 퓨전은 우선 외모가 단연 '퓨전'이다. 포드가 소유했던 자동차 브랜드들, 즉 애스톤 마틴, 재규어, 볼보의 디자인 요소가 모조리 퓨전에 녹아들어갔기 때문이다. 평가진은 퓨전의 앞모습은 애스톤 마틴을, 뒷모습은 재규어를, 그리고 라인은 볼보를 연상시킨다면서 이 차에 ‘애스톤재규볼보(AstonJaguVolvo)’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덕분에 차 안팎 스타일링에서 각각 최고점을 받았으니 한국인의 눈길을 끌만 하다.

퓨전은 달리는 성능도 출중했다. 핸들링이 훌륭해 몸쏠림이 최소화된 주행감각은 샤시의 훌륭함을 증명했고, 그래서 “독일차가 아니면서도 가장 독일차 같았다”는 평가를 받았으니 말이다. 미국에서 한때 ‘x차’의 대명사로 통했던 포드의 중형 세단이 이처럼 섹시한 자태로 재탄생했다니 퓨전에 대한 한국에서의 반응을 기대해볼만도 하다. “벌에 쏘인 캠리 같은 알티마 디자인” 닛산 알티마는 나름 좋은 성능에도 불구하고 정체성 구축이 부족했다는 총평 아래 3등에 그쳤다. 재미있는 건, 인피니티라는 고성능 자동차를 만들면서 또한 버사(Versa) 같은 소형차도 만드는 닛산의 두 특징이 신형 알티마에 뒤죽박죽 섞여 있다는 평가다. 닛산자동차의 ‘인피니티 정신’은 알티마를 이 비교 테스트에서 가장 무게가 가벼운 차로 만들었다. 일본의 전통 라인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인피니티의 고급스러운 디자인 감각은 알티마에도 일부 적용됐지만 닛산의 ‘버사 정신’이 참견한 탓인지, “이 차에는 돈을 적게 들였음”을 너무 뚜렷이 보이게 만들었다는 재미난 평가다. 한 평가자는 신형 알티마의 외형을 “벌에 쏘인 캠리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한판 승부를 벌일 이들 네 중형 세단의 승부가 어떻게 갈릴지 궁금하다. VW라는 뱃지를 보고 파사트를 고를 것인지, 아니면 스타일링의 강자 퓨전을 고를 것인지, 아니면 드라이빙감의 최강자 어코드를 고를 것인지….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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