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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MB의 추억’과 언제까지 속으려나 ‘국밥 코스프레’

입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나오는 걸로 판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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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8호 최영태⁄ 2012.10.31 14:46:00

영화 ‘MB의 추억’은 코스프레(겉치장 장난)를 보여주는 영화다. 대선 후보가 서민인 척 하는 코스프레의 최고봉은 역시 시장통에서 벌어지는 ‘국밥 코스프레’다. ‘MB는 아직 배고프다’는 문구와 함께 끝없이 되풀이되는 국밥 코스프레를 보면서, 미국에서의 대선 장면을 회상해봤다. 한국의 국밥에 해당하는 음식이라면 미국의 길거리 핫도그나 샌드위치 정도가 될 것 같다. 오바마나 부시가 길거리에서 햄버거-핫도그를 입이 터져라 우겨넣는 걸 자랑스레 보여주는 홍보 영상 또는 TV 광고가 있었던가? 그런 장면을 본 기억도 없고, 그런 장면에 미국 유권자들이 감동을 받을 것 같지도 않다. 미국 대선에서도 ‘이미지 정치’가 기승이라고 정치학자들은 한탄한다. 그저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줘 두 번이나 당선됐다는 직전 조지 부시 대통령에 대한 한탄이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로 미국 최고 명문가의 자제분이면서도 옆집 아저씨 같은 말투를 쓰는 조지 부시에게 미국의 서민들이 반했다는 지적이었다. 미국에선 핫도그 코스프레 안 하는데… 그래도 미국에선 이렇게 판단 기준이 ‘말’이었다. 그런데 5년 전 한국의 대선 판에선, 그리고 그때보다는 덜 하지만 올해 대선 판에서도 어느 정도는,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는 입으로 들어가는 오뎅-떡볶이가 꽤 효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나랑 같은 음식을 먹으면 나랑 한 편”이라는 통념은 아마도 한국 특유의 식습관, 즉 ‘함께 밥을 먹어야 내 편’이라는 인식 때문인 것 같다. 밥 한 번 같이 먹어야 비로소 친숙한 사이로 가는 첫 걸음을 내딛는 한국인 특유의 습성이 이렇게 ‘국밥 코스프레’의 성찬을 베푸는 것 같다. 그나마 올해 대선에는 이렇게 먹어대는 코스프레가 크게 줄어 다행이다. 그만큼 한국 유권자의 민도가 올라간 것 같다. 나이 드신 분들은 아직도 대부분 코스프레에 구제불능으로 무장해제가 되는 것 같지만…. 이제 대선 후보를 고를 때 최소한 미국 정도의 수준으로는 우리가 좀 올라가보자. 어려운 사회과학 용어는 잘 모르더라도, 경제민주화가 도대체 내 살림살이를 얼마나 도와줄지는 잘 모르더라도, 최소한 후보의 입에서 나오는 말로 좀 후보를 골라 보자는 말이다. 똑똑한 한국 유권자는 왜 국밥에 속을까 그런 면에서, 후보들 사이의 TV토론회가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은 여간 답답한 사정이 아닐 수 없다. 녹화 방송이 아니라 생방송으로 후보의 입에서 나오는 말소리, 그것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나오는 말로 후보를 판단하고 싶은데 그런 기회가 좀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공약 코스프레’(실천이 될지 안 될지 전혀 보장이 안 되는) 또는 후보 캠프 인물들의 ‘대신 말해주기’만 난무할 뿐이다. 이런 코스프레 장난질을 확대재생산, 뽐뿌질 하는 언론들은 또 어떻고…. 미국인들을 모아놓고 한국의 한 정치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미국에선 정치가가 유권자를 가르쳐야 하지만, 한국에선 유권자가 정치인을 가르치고 싶어 안달을 내는 게 다르다”는 말이었다. 올해 대선은 이 말처럼 한국 유권자가 정말 미국 유권자보다는 훨씬 똑똑하다는 사실을 좀 증명해 보이자. 그리고 그 첫 출발은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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